김해중 SK이터닉스 대표 인터뷰

[비즈니스 포커스]
김해중 SK이터닉스 대표 약력 : 1973년생, 서강대 경영학과, 헬싱키경제대 경영학 석사, 2000년 SK가스 입사, 2014년 SK가스 LPG영업부장, 2015년 SK가스 전략팀장, 2017년 SK디앤디 ECO Grin 담당, 2021년 SK디앤디 에너지솔루션 본부장, 2024년 SK이터닉스 대표이사(현). 사진=서범세 기자
김해중 SK이터닉스 대표 약력 : 1973년생, 서강대 경영학과, 헬싱키경제대 경영학 석사, 2000년 SK가스 입사, 2014년 SK가스 LPG영업부장, 2015년 SK가스 전략팀장, 2017년 SK디앤디 ECO Grin 담당, 2021년 SK디앤디 에너지솔루션 본부장, 2024년 SK이터닉스 대표이사(현). 사진=서범세 기자
SK이터닉스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3월 SK디앤디의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부문에서 인적분할을 거쳐 SK이터닉스로 새롭게 출발했다.

SK이터닉스를 이끄는 김해중 대표는 2000년 SK가스를 시작으로 25년간 에너지업계에서 근무한 ‘에너지 전문가’다. 디벨로퍼·전략 업무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파이프라인 확장과 수익성 극대화, 변동성 완화 전략을 통해 안정적 수익구조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SK이터닉스가 부동산,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특화된 SK디앤디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뛰어난 개발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현재 SK이터닉스는 상업운전 중인 제주 가시리, 울진 풍력을 포함해 323MW의 육상풍력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1.4GW 규모의 해상풍력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총 사업비 약 3조원 규모의 신안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파주·충주 연료전지 발전 등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연내에는 미국 텍사스주 ESS 발전단지도 완공할 예정이다.

AI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와 분산전원이 주목받으면서 신재생에너지의 기술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ESS, 연료전지 사업의 성장도 기대된다. 최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표와 분산에너지법 시행으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SK이터닉스에 우호적 사업 환경도 조성됐다.

올해는 그동안 준비해온 연료전지와 육상풍력이 매출화되고 2025년에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매출 인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성장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SK이터닉스가 운영 중인 풍력 발전소. 사진=SK이터닉스
SK이터닉스가 운영 중인 풍력 발전소. 사진=SK이터닉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다른 회사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SK이터닉스는 풍력, 연료전지, ESS,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전체 밸류체인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유일한 회사다. 사업 개발, 투자뿐 아니라 설계·조달·시공(EPC), 통합운영(O&M) 역량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솔루션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며 밸류체인 전반을 커버하고 있다. 한마디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횡과 종을 다 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으로 안정적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커지며 SK이터닉스 연료전지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AI 기술 확산으로 데이터센터나 전기차 보급 확대 등에 따라 전력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 AI발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연료전지와 ESS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국내 데이터센터에는 아직 연료전지가 공급된 사례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블룸에너지가 데이터센터에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시장이 먼저 개화하면 국내 시장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SK이터닉스는 블룸에너지의 SOFC 국내 보급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ESS 관련 사업 경험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역량과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고금리 기조에서 자금 조달 방안과 리스크 관리 전략은.

“코로나 이후 다소 타이트한 자금시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력중개사업에서 태양광 발전자원 매입을 위해 영국계 신재생에너지 투자사 글렌몬트파트너스와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공동투자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남 신안군 우이도 해역에 조성 중인 390MW급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한화건설, 한국남동발전과 공동 개발해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있다. 신설 컴퍼니로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해중 SK이터닉스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김해중 SK이터닉스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올해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시장 전망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필수 불가결하다고 본다. 지난 5월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정부는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현재 9% 수준에서 2038년 32.9%에 이르도록 설치량을 늘릴 계획이다. SK이터닉스의 사업에 우호적인 기반이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15년 내 3배까지 늘리려면 육지에만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기는 한계가 있다.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해상풍력발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인한 계통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ESS의 보급도 확대될 것으로 본다. 최근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ESS, 연료전지도 보급 확대 기반이 구축된 상태다.”


-한국의 풍력발전 보급이 더딘 원인은.

“태양광과 육상풍력발전이 선진국 대비 입지 선정에 제약이 많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해상풍력발전 보급 확대로 갈 수밖에 없다. 육상풍력발전은 시장 규모가 작아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어려웠지만 투자 규모와 개발 잠재력이 더 큰 해상풍력발전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보고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 문제는 해상풍력의 경우 30여건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인허가 제도로 인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 22대 국회에서 해상풍력특별법안(해풍법)이 통과되면 이런 애로사항이 해소되고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SK이터닉스가 운영 중인 연료전지 발전소 청주에코파크 전경. 사진=SK이터닉스
SK이터닉스가 운영 중인 연료전지 발전소 청주에코파크 전경. 사진=SK이터닉스
-기업들의 RE100 수요도 늘고 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이행하기 위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다. 유럽에서는 그린딜을 추진하며 탄소국경제도(CBAM)를 도입함에 따라 유럽연합(EU) 국가로 제품 및 원자재를 수출하는 기업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량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RE100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은 입지조건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고 가장 저렴한 태양광밖에 없다. 앞으로 태양광 사업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터닉스는 태양광 시장 성장성을 보고 글렌몬트와 2022년 태양광 발전자원 조달 및 매입을 위한 JV를 설립했다. 궁극적으로는 각각 흩어져 있는 자원들을 모아서 가상발전소(VPP)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태양광, 육상풍력, ESS 등을 연계해 VPP 플랫폼을 구축하고 전력중개 시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서 VPP 플랫폼 사업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SK가스가 투자한 스타트업인 국내 1위 전력 수요관리(DR) 사업자 그리드위즈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VPP 솔루션의 넘버원 플레이어가 되겠다.”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눈여겨보는 시장은 어디인가.

“미국 50개 주 가운데 텍사스주는 미국 내 최대 전력시장이다. 텍사스주의 전력 소비량이 한국 전체의 80% 수준에 달한다. 텍사스주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어 성장성이 높다. 특히 풍력발전 비중이 높아 ESS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부 개척사의 결정적인 사건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라고 한다면 지금은 텍사스를 일컬어 ‘ESS 러시’라고 할 정도다. 미국은 전력시장이 자유화돼 있어 SK이터닉스가 전력 트레이딩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용이하다. 미국 ESS 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