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지음│한국경제신문│2만원작년과 올해의 부동산 시장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기사에서는 경매물건의 폭증과 낙찰가율 상승을 동시에 보도했고, 매도물량 증가와 전세매물 부족으로 인한 전세가격 상승이 뒤섞여 있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집값이 내릴 거라고 전망하는 이들은 고금리가 지속되어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역사적으로 높다고 하고, 오를 거라고 하는 이들은 공급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어떤 의견이 맞을까.
이 책은 이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이론과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는 업계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수준 높은 분석과 이론을 제시하는 전문가로 손꼽혀왔으며 성공적인 실전투자자로서도 명성이 높다.
이번 책에서도 저자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읽는 다양한 요인들을 심도 있게 파헤쳤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공급’에 관한 설명이다. 저자는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시기에 공급이 급격히 감소했던 사례를 들어 공급부족이 주택가격 상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저자가 고안한 ‘3년 누적공급량의 원리’는 각별히 주목할 만하다. 책에서 자세히 설명되어 있지만 분양에서 입주까지 완공되는 3년 동안의 수요가 모여 1년의 거래량이 나오고, 1년의 거래량만큼 공급을 했을 때 가격 상승이 멈추게 되며, 이를 토대로 3년 누적공급량을 계산하면 가격이 바뀌는 변곡점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주 쉬운 설명은 아니지만 원리를 깨친다면 부동산 시장을 보는 안목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이 책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지역별 부동산 시장 분석이다. 많은 저자가 서울과 수도권 시장에 치우쳐 분석을 끝내는 데 반해 이 책의 저자는 부산, 대구, 광주 등의 광역시는 물론이고 청주, 양산 등 중소도시의 시장 상황도 세밀하게 분석해 담았다. 인구감소로 지방도시의 부동산에 대한 전망이 암울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지방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보며,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대구와 부산 등 최근 집값이 크게 하락했던 지역이 언제 어떻게 반등할지 예측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부동산 관련 서적을 읽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사항은 결국 ‘지금 집을 사도 될까’, ‘어느 지역의 어떤 집이 가격이 오를까’, ‘인구수는 줄어드는데 집값은 언제까지 오를까’일 것이다. 책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변동성이 극심한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저자는 이럴 때일수록 극심한 변동성을 일으킨 원인을 이해하고 부동산 본연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 방법론을 가능한 한 자세하게 풀어 썼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유튜브나 SNS 등을 비롯해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선별해내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럴수록 지나치게 부정적이거나 혹은 긍정적인 뉴스 한쪽에 편향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자기만의 시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수다.
이 책은 그런 시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의 복합적인 메커니즘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지, 그 기준을 제시하되 구체적인 사례들을 충분히 첨부했다.
저자의 말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산은 본연의 가치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집값이 너무 높거나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는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집의 본래적 가치를 읽어내는 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면 당장의 금리 변동이나 정책 등에 흔들리지 않고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런 안목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저자는 부동산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는 그런 능력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윤효진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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