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 여객기 / 사진=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 여객기 / 사진=티웨이항공
저가항공이 이제는 유럽까지 갑니다. 티웨이항공이 지난 5월 중순부터 크로아티아 자그레브까지 가는 비행기를 띄웠습니다. 저가항공은 주로 근거리 노선을 운항하죠. 제주도나 일본, 많이 가봐야 동남아 정도였는데요. 유럽, 미국, 호주 같은 장거리 노선으로 점점 확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초기여서 장거리 노선 운영을 잘한다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자그레브행 비행기도 그랬죠. 취항한 지 한 달도 안 돼 비행기 고장이 있었습니다. 이 일이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자그레브행 고장 비행기를 일본 오사카행 정상 비행기와 바꿔치기해서 오사카 가는 분들이 11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일로 욕을 엄청 먹긴 했지만요. 티웨이는 어쨌든 더 많은 유럽 도시로 나간다고 해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다음 달부터 차례로 취항할 예정입니다. ‘저가항공 주제에’ 어떻게 이런 황금노선을 확보한 것일까요. 또 유럽 노선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 것일까요. ◆유럽 노선 매출 年 3000억 넘어

티웨이항공을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국내 저가항공사 중 하나입니다. 저가항공은 영어로 LCC라고 하죠. Low Cost Carrier의 약자이고요.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줄인 비용만큼 비행기 티켓을 싸게 파는 전략을 쓰고 있어요. 반대되는 개념은 FSC, Full Service Carrier이고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FSC에 들어갑니다.

국내 저가항공 이름엔 지역명이 많이 들어가요. 제주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같은 회사들이 그렇죠. 지역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제주항공의 경우 제주도와 애경그룹이 함께 세웠고요. 에어부산은 부산시와 부산은행 같은 향토 기업, 아시아나항공이 함께 설립했어요. 티웨이도 그랬습니다. 청주시의 지원을 받아서 2004년 설립됐죠. 이름도 당시엔 한성항공이었고요. 그런데 제대로 운영이 안 됐어요. 자금난에 경영권 분쟁까지 있어서 2008년에 운영 중단이 됐습니다.

이 망한 회사를 인수한 곳이 토마토저축은행이었어요. 2010년이었는데요. 자회사인 신보종합투자가 한성항공 지분 95%를 인수한 뒤에 티웨이로 이름을 바꿉니다. 티웨이의 T가 토마토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런데 토마토저축은행도 얼마 안 가 힘들어져요.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거든요. 부실대출 탓에 저축은행 수십 곳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토마토저축은행도 들어갔어요. 그래서 티웨이 지분이 2013년에 다시 매물로 나왔죠. 이걸 산 곳이 출판사 예림당이었습니다.

예림당은 학습 만화 ‘Why?’로 대박을 터뜨린 출판사죠. 2022년 11월 기준으로 8600만 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당시엔 돈을 엄청 벌어서 항공사업까지 도전했어요. 지금도 티웨이항공의 모기업인 티웨이홀딩스 지분 약 4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티웨이가 기회를 잡은 건 2020년이었어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두 회사가 합치려면 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요. 가장 중요한 건 두 항공사만 다니는 노선에 다른 항공사를 끌어들여서 경쟁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안 그러면 가격을 자기들 맘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유럽 노선을 티웨이에 떼어서 주게 됩니다. 경쟁을 일부러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그렇게 준 노선이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였어요.

바르셀로나의 경우 지금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주 4회씩 가는데요. 앞으론 아시아나 주 4회, 티웨이가 주 7회 가고요. 파리 주 4회, 로마 주 5회, 프랑크푸르트 주 7회를 티웨이가 다닐 예정이죠.

그럼 이 노선이 티웨이 입장에서 돈을 벌어다 줄 만한 것인지가 중요한데요. 결론적으로 엄청 벌어줍니다.

파리 노선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연평균 탑승률이 86%에 달했어요. 성수기 땐 90%를 넘겼습니다. 바르셀로나도 탑승률이 90%를 넘겼고요. 로마는 85%가량 했어요. 프랑크푸르트가 좀 떨어지는데, 그럼에도 80%대 초반은 나오고요. 이들 4개 노선을 계회대로 전부 티웨이가 운항한다고 가정하고요. 매출로 환산하면 연간 3000억원 이상 나올 것으로 추산됩니다. 여기에 화물도 싣고 가서 부가적으로 약 1000억원의 매출도 있고요.

증권사들은 티웨이가 올해 1조5000억원, 내년 1조8000억원, 이런 식으로 당분간 매출이 가파르게 늘 것으로 보고 있죠. 작년에 매출 약 1조300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의 역대급 실적을 냈는데요.

역대급 실적이 앞으로 계속 나온다는 얘깁니다. ◆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주가는 제자리
저가항공이 유럽 간다...티웨이항공은 제2의 아시아나가 될 수 있을까 [안재광의 대기만성]
그럼 티웨이 주가가 날아가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진 않아요.

올 들어 7월 10일 기준 3%가량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약 7%에도 미치지 못했죠. 사실 티웨이뿐 아니라 국내 항공사 대부분 주가가 안 좋았어요. 대한항공도 7%가량 떨어졌으니까요.

가장 큰 이유는 운임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항공사 운임이 껑충 뛰었죠. 항공사 운임은 RPK, Revenue per Kilometers로 표시하는데요. km당 매출을 의미하죠. 운임은 계절별로 다르니까 1분기를 기준으로 볼게요. 국내 저가항공사들 평균을 기준으로 코로나 직전 3년간 70원쯤 하던 RPK가 지난해 100원가량 했어요. 30%나 오른 것이죠. 2분기도 코로나 전엔 60원 안팎에서 80원으로 뛰었고요. 그래서 다시 정상화, 그러니까 20~30%가량 낮아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예상이 나오고 있죠.

티웨이 내부 문제도 있는데요. 티웨이는 원래도 항공기 지연·취소가 많았던 곳인데 최근 더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간 5건의 항공기 지연이 있었어요. 문제가 된 항공기 바꿔치기도 이때였고요. 해보지 않았던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면서 시행착오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이 탓에 예상치 못한 비용이 계속 나가고 있어요. 비행기 바꿔치기 당했던 오사카 티켓 사셨던 분들에게도 보상을 해드려야겠죠. 이런 비용 탓에 수익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더구나 티웨이는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717%에 달합니다. 항공 사업은 값비싼 비행기를 빌리거나 사야 해서 빚을 많이 지긴 하는데요. 이걸 감안해도 같은 저가항공인 제주항공이 536%, 진에어는 566%로 티웨이보다 낮았어요. 유럽 노선을 본격적으로 운항하면 항공기가 더 필요해서 부채비율이 더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티웨이가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죠. 유럽 노선은 따내기 정말 어렵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티웨이의 2대주주가 최근 바뀌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었던 지분 14.9%를 1056억원에 소노인터내셔널이란 회사가 확보한 겁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과거 이름이 대명리조트였어요. 국내 리조트 업계 1위 회사입니다. 티웨이의 경영권을 노린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살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이미 지불했거든요. 주당 3290원에 샀는데 장중에 매입하는 것보다 21%나 비쌌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지분 12%를 더 살 수 있는 콜옵션까지 확보했어요. 12%를 추가하면 27%까지 올라갑니다. 최대주주인 예림당, 티웨이홀딩스 보유지분 약 30%와 엇비슷해지는 것이죠.

소노그룹은 2012년에도 항공사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어요. 이번에 티웨이를 인수하게 된다면 그 꿈을 실현하는 겁니다. 소노그룹은 사실 예림당하고는 게임이 안 될 정도로 큽니다. 매출이 작년에 8500억원가량 했는데 예림당이 200억원대 수준이니까 40배 이상 차이가 났고요. 영업이익도 소노는 1000억원가량, 예림당은 적자였어요. 주식시장에선 소노그룹이 티웨이를 인수하길 은근히 바라는 분위기죠. 티웨이에 당장 필요한 게 돈이니까요.

티웨이는 여러모로 지금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는데요. 위기를 잘 넘겨서 제2의 아시아나항공이 될지 눈여겨보시죠.

안재광 한국경제신문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