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24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에는 리서치와 법인영업의 실제 서비스 수요자인 연기금·자산운용사·공제회·은행·보험·투자자문사의 펀드매니저 1591명이 참여해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 직전 조사보다 151명 많은 역대급 규모다. 자본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며 한국의 대표 리서치 평가로 자리 잡은 한경비즈니스의 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리서치 1위·법인영업 1위 ‘3관왕’‘한경비즈니스 2024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 조사는 KB증권이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파란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1998년 조사를 실시한 이래 첫 1위다.
국내 37개 주요 증권사가 참여한 이번 증권사 평가에서 연기금·자산운용사·공제회·은행·보험·투자자문사의 펀드매니저 1591명은 KB증권의 리서치와 법인영업에 많은 표를 몰아주며 종합 1위로 올렸다. 리서치 부문 1등, 법인영업 부문 1등으로 압도적인 종합 1위(대상)다. 베스트 증권사 조사는 리서치와 법인영업의 평가 점수를 더해 종합 순위를 매긴다.
리서치는 상반기 동안 종합적으로 가장 우수한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5개사를 순서에 상관없이 추천해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곳이 1위에 오른다. 법인영업은 같은 기간 한경비즈니스가 세운 4개의 평가 기준(주문 및 매매체결, 고객관리, 정보제공, 펀드 수익률 기여)에서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한 법인영업팀을 순서에 상관없이 3개사씩 추천해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곳이 1위다. 리서치와 법인영업의 합이 증권사 최강자가 되는 구조다.
KB증권은 이번 평가에서 리서치 부문 13.09점, 법인영업 부문 12.0점으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종합 1위의 성적은 두 개를 더한 25.09점. 2위와의 점수 차는 2.87점이다. 각 부문별 평가요소에서도 모자란 곳이 없었다. 리서치 부문에서는 신뢰도·정확성, 적시성, 프레젠테이션, 마케팅 능력 등 4개 심사 요소에서 KB증권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법인영업 부문에서는 주문 및 매매체결, 고객관리, 정보제공, 펀드 수익률 기여 등 4개의 평가 기준 중 3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주문 및 매매체결 딱 하나의 평가 요소만 2위를 기록했다. 총 8개 평가 요소에서 7개 부문 1등을 차지한 셈이다.
당초 KB증권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증권사이지만 지난 10년간 회사의 합병, 사명 변경 등이 줄줄이 이어지며 리서치 순위에서는 아쉬운 결과를 냈다. 2023 하반기 조사에서 법인영업 부문이 1위를 기록하며 ‘종합 2위’의 쾌거를 이루었지만 리서치센터 부문 성적은 4위에 그쳤다. 다년간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놓치지 않은 베테랑 애널리스트들이 도약을 이끌었지만 리서치 1등의 벽은 높았다. 그런데 KB증권이 올해 상반기 판을 뒤흔들었다. 법인영업은 강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으며 리서치까지 4등에서 1등으로 수직 상승했다. 여기엔 리서치와 법인영업의 협업이 만들어낸 ‘IPO’ 실적이 있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PO 주관 실적에서 6월 말 기준 3646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물론 한국의 경쟁사들을 큰 차이로 제쳤다. 실적은 곧 리서치센터의 도약을 이끌었다. IB와 S&T, 리서치센터 등을 지휘하는 김성현 대표를 필두로 리서치센터에서 이동해 IPO를 이끄는 유승창 ECM본부장, 리서치센터의 두 축인 김동원·김상훈 공동 리서치본부장이 조직의 체질개선에 성공한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세일즈&트레이딩(S&T) 부문장인 민시성 전무와 법인영업 본부장인 안직현 전무가 지원 사격함으로써 종합 1위를 적극 도왔다.
팀원들의 맨파워도 튼튼했다. ‘베테랑 선수’인 김동원 센터장의 2관왕을 필두로 건설건자재 부문의 장문준, 투자전략 부문의 이은택 애널리스트가 1위를 굳건하게 지켰다. ESG 투자전략을 가장 잘 짠 하우스에 주어지는 팀 투표에서도 KB증권이 1위를 차지하며 ESG까지 총 5개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나왔다.
2위(최우수상)는 하나증권이다. ‘리서치 명가’ 하나증권은 아쉽게 이번 조사에서 종합 1등을 놓쳤다. 1등인 KB증권과의 격차는 2.87점이다. 2016년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 대상에 오른 뒤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손에 꼽는 하나증권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성과는 아쉬웠다. 법인영업 부문에서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으며 리서치 부문 1위에도 불구하고 종합 4위에 자리했다. 2016년 이후 최강자에 안착한 하나증권의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이번엔 종합 4위에서 2위로 오르며 다시 한번 리서치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하반기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하나증권의 절대 강점은 맨파워다. 올해는 무려 13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35개 섹터 중 13개, 전체의 37% 비중이다. 지난 하반기(10명)보다 많은 수다. 근소한 차로 1등을 내준 애널리스트가 있었지만 왕좌를 지키거나 탈환, 새롭게 왕좌에 오른 이들이 더 많았다. 신구 조화가 센터의 최대 강점이다. 황승택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상반기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의 성과가 두드러졌다”며 “최다 애널리스트 배출이 팀의 성과를 말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3위(우수상)는 ‘거함’ NH투자증권이다. 지난 상·하반기 모두 3위를 차지하며 올해 상반기 조사에서도 3위를 유지했다. 톱3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NH투자증권의 절대 강점은 법인영업부다. 지난 평가에서 3회 연속 1위를 차지한 NH투자증권의 법인영업부는 올해 평가에서 11.40점을 받아 부문별 2위를 기록했다. KB증권에 1위를 내주긴 했지만 점수 차는 단 0.6점, 간발의 차다.
NH투자증권 홀세일사업부는 기존의 단순 매매 수수료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블록딜과 벤처캐피털 등으로 영업 채널을 다변화하는 등 업계에서 선도적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시장 트렌드에 한발 앞선 투자 아이디어로 기관투자가들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다짐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 리서치본부는 심층 분석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는 하재석 애널리스트가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ETF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글로벌 자산배분에서 최초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됐다. 그의 뒤를 이어 총 31인의 애널리스트가 각 섹터에서 톱10에 오르며 미래의 베스트를 도모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각각 베스트 증권사 4위와 5위에 올랐다. 지난해 종합 1위에 오른 신한이지만 이번에는 아쉬운 성적을 냈다. 다만 최초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최다 배출함으로써 ‘다음’을 기약했다. 11인의 신예 베스트 애널리스트이 밖에 창의적 아이디어와 조직 관리로 혁신을 이룬 증권사에 수여하는 ‘리서치 혁신상’은 키움증권이 받았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종합평가 12위에서 올 상반기 10위로 점프했다. 법인영업의 선전과 리서치의 지원으로 고무적인 성과를 이뤘다. 변동성이 늘어난 시장에서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다른 섹터, 다른 팀 간의 협업을 장려하는 것이 센터의 강점이다.
빠르게 도약하는 증권사에 수여하는 ‘골든불상’은 다올투자증권에 돌아갔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하반기 조사에서 13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10위에 오르며 톱10에 안착하는 저력을 보였다. 2022년 조사에서 큰 도약으로 톱10에 오른 뒤 두 번째 골든불이다. 다올투자증권은 2023년 다시 12위 밖으로 하락하며 경쟁에서 뒤처졌으나 올해 상반기 다시 톱10에 자리했다.
2021년 말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현 전 메리츠증권 기업분석 총괄팀장을 리서치센터장에 임명한 이후 센터의 체질을 바꿨다는 평을 듣는다. 김 센터장을 필두로 ‘신구 애널리스트’ 간 조화가 팀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우수 인재 양성으로 자본시장에 공을 세운 증권사에 수상하는 프런티어상은 올해 2개의 증권사가 주인공이다. 최초의 애널리스트를 최다 배출한 신한투자증권, 순위 변화가 크지 않은 리서치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한 단계 도약한 미래에셋증권이 프런티어상을 받았다.
리서치를 원 소스 멀티 유즈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해 리서치의 유통 저변을 확대한 삼성증권은 2022년 하반기 조사 이후 4회 연속 디지털 이노베이션상을 받았다. 펀드매니저 1591명이 참여해 총 35개 부문에서 최고의 애널리스트를 선정한 결과에서는 하나증권이 13명을 배출해 압도적인 성과를 냈으며 신한투자증권(6명), 메리츠증권·KB증권(5명),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2명), 다올투자증권(1명), NH투자증권(1명) 순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1위에 오른 애널리스트는 총 11명으로 직전 조사(7명)보다 신예 배출이 두드러졌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유통을 담당하는 김명주, 미래에셋증권에서 인터넷·소프트웨어를 맡은 임희석, 메리츠증권의 데일리 시황 담당자 이수정 애널리스트 등이 최초 1위를 거머쥐었다.
이번 조사에선 중소형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경력 만 5년 차 이하인 애널리스트 중 10위 안에 첫 진입한 ‘다크호스’에선 상상인증권, 하이투자증권, DS투자증권, LS증권, 유안타증권, SK증권 등에서 고루 인재를 냈다. 글로벌 ETF와 글로벌 자산배분 2개 부문에서 다크호스로 선정된 황준호(7·10위), 인터넷소프트웨어 최승호(9위) 애널리스트가 작지만 강한 상상인증권의 저력을 과시했고,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와 이재혁 LS증권 애널리스트가 각각 운송 부문에서 7위와 10위에 오르며 샛별 탄생을 알렸다. 금융투자협회 등록 기준 애널리스트 경력이 만 1년이 채 되지 않은 애널리스트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제약바이오의 김준영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와 데일리 시황의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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