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동의
SK에코플랜트에 반도체 재사용·인프라 편입
SK이노베이션 55.9%·SK에코플랜트 62.1%로 확대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SK그룹 지주사인 SK(주)가 에너지·환경 핵심사업 지분을 대폭 확대하고 ‘질적 성장’에 속도를 낸다. 구조 개편으로 자회사들의 역량을 집중,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핵심사업의 지분을 선제적으로 확대해 지주사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SK(주)는 그룹 리밸런싱 방향에 맞춰 우량 자산은 내재화하고, 미래 핵심사업 간 시너지는 극대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주)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대한 동의 안건과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재편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의 합병안을 의결했으며, SK에코플랜트도 18일 이사회를 열고 에센코어 등 2곳의 자회사 편입 안건을 의결했다. 양사가 합병하면 자산 100조원, 매출 90조원 이상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민간 에너지 기업 중 최대 규모다.

반도체 모듈 재가공 회사인 에센코어와 반도체용 산업가스 제조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도 반도체 사업의 높은 수익성을 토대로 환경 사업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SK(주)는 이번 구조 개편으로 3개 회사가 가진 역량이 결합해 친환경·리사이클링, 반도체 인프라 분야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향후 SK에코플랜트가 환경 분야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반도체용 산업용 가스 생산설비를 효율적으로 구축해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재편 과정이 끝나면 SK(주)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36.2%에서 55.9%로, SK에코플랜트 지분율은 41.8%에서 62.1%로 모두 과반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SK(주) 구조재편 후 지분구조. 사진=SK
SK(주) 구조재편 후 지분구조. 사진=SK
지주사 SK(주)는 ‘예정된 미래’로 일컬어지는 에너지·환경 사업에 대한 지분을 늘려 사업 성장의 성과를 확보하고, 자회사들은 그간 분산돼 있던 사업 핵심 역량을 결집해 단기간에 재무 개선 및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SK(주) 관계자는 “SK(주)가 보유한 지분가치 중 약 80%가 자회사 지분이며 나머지 20%가 글로벌 자산과 자체 투자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어 자회사들의 성과가 지주사 가치에 직결되는 구조”라며 “중복되는 영역은 과감하게 통합하고 시너지를 도출하는 등 자회사 지분 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궁극적으로 SK(주)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포트폴리오 재편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SK(주)는 에너지,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이미 구축해 놓은 만큼 전략적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자회사들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자회사 간 시너지 창출, 그룹의 지속가능성 강화, 성장분야 육성 등 지주회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7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합병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7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합병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아울러 보유 포트폴리오의 적극적인 자산 효율화를 통해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뿐만 아니라 주주환원 재원을 확보해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구조 개편으로 SK그룹의 사업 리밸런싱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상당 기간은 현재 조직이 시너지를 내고 안정화하는 게 급선무"라며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추가적인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룹 차원의 중복 사업 정리 등 구조 개편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SK그룹은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현재 219개인 계열사 숫자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