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보석브랜드는 이탈리아의 불가리, 프랑스의 까르띠에와 반클리프 아펠, 미국의 티파니앤코를 손꼽을 수 있다. 그중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디자인(사진①)은 유독 한국 시장에서 모조품이 많다. 모조품이 많다는 것은 상품이 인기가 있고 소비자가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조품은 장인들의 피나는 노력을 한순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알함브라 디자인은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1354년 무어 왕조가 세운 궁전과 요새, 모스크의 복합적인 건물이며 알함은 아랍어로 빨강이라는 의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이 궁전은 비잔틴 양식의 영향을 받아 네 잎 클로버 모양으로 장식돼 있는데 반클리프 아펠은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모던하면서도 단순한 형태로 디자인을 재창조했고 상품명도 궁전의 이름에서 따와 알함브라라 지었다. 알함브라 디자인의 네 잎 클로버는 건강, 사랑, 부, 행운의 의미를 담았고 착용하는 사람에게 사랑과 용기를 주는 행운의 부적과도 같다.
2002년 한국에 진출한 반클리프 아펠은 해마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팬데믹 기간 소비자들은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유명 명품브랜드의 가방에 열광했었고 그 열기는 최근 명품 보석브랜드들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부부 이름 결합해 ‘반클리프 아펠’ 탄생
1895년 보석 세공인이면서 다이아몬드 중개업자의 아들이었던 알프레드 반클리프와 보석 딜러의 딸이었던 에스텔 아펠은 파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사진②). 두 사람의 성을 결합하여 반클리프 아펠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 이 부부는 가족에 대한 사랑, 진귀한 보석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있었다. 1906년 아펠의 오빠인 샤를 아펠과 동업을 시작한 이후 그의 형제인 줄리앙 아펠과 루이 아펠이 파트너십을 맺으며 반클리프 아펠은 파리 방돔 광장 22번지에 최초의 부티크를 열었고 특유의 우아한 스타일로 큰 명성을 얻게 되었다. 1906년 첫 판매 작품은 다이아몬드 하트라고 기록에 남아 있다. 이후 이들의 딸 르네 퓌상이 1926년 아티스틱 디렉터가 되었고 그녀는 대담하면서도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메종을 이끌었다. 1906년 첫 번째 특별제작 주문품은 미국의 카펫 제조업 상속자인 유긴 히긴스가 주문한 증기선 바루나(Varuna, 고대 인도 신화에 나오는 물의 신)의 미니어처였다. 바루나는 흑단과 금, 루비, 에나멜, 벽옥 등을 사용해 바다 위를 항해하는 증기선의 모습으로 만들어졌고 이 오브제는 집사를 호출할 수 있는 초인종이 장착되어 있다는 점에서 독특했다(사진③).
1922년 이집트에서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견되면서 유럽에는 오리엔탈리즘의 바람이 대대적으로 불었다. 이 바람은 패션, 가구, 보석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과 중국, 인도뿐 아니라 이집트 문화적 요소들은 디자인에 응용되어 현대적으로 표현되었다. 1923년 이집트의 이국적인 모티브와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여 반클리프 아펠은 주얼리와 오브제를 제작했다(사진④).
1925년 파리 현대 장식미술 및 산업미술 국제박람회에 참석한 클리프 아펠 부부는 루비와 에메랄드, 다이아몬드로 백장미와 빨간 장미를 표현한 로즈 팔찌 디자인(사진⑤)으로 대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에 반클리프 아펠을 알리게 되었다. 티파니 반지에 티파니 세팅(다이아몬드를 부각하기 위해 6개의 발이 다이아몬드를 밴드 위로 완전히 분리하여 다이아몬드가 공중에 떠 있는듯한 형태)이 있었다면 반클리프 아펠에는 미스터리 세팅TM(원석으로 장식된 주얼리를 표면에서 보았을 때 원석을 지지하는 프롱, 즉 발물림이 보이지 않도록 0.2mm의 그물망 위에 원석을 공정하는 방법)이 있었다. 1933년 반클리프 아펠의 미스터리 세팅TM은 프랑스에서 특허를 받았다.
1937년 미국 출신의 이혼녀 월리스 심슨은 우여곡절 끝에 대영제국의 프린스 에드워드와 결혼하여 윈저 공작부인이 되었다. 이 결혼으로 대담한 미국인과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1936년 퇴위한 영국 왕실의 후계자 간의 로멘스가 전 세계에 화제가 되었다.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반클리프 아펠의 다양한 작품에 표현되어 있다. 물론 이 커플은 주얼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열정이 있었다. 1936년 에드워드 공작은 윌리스 심슨의 4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반클리프 아펠에 3개의 특별한 디자인을 주문했다.
에드워드 공작, 심슨 부인 위해 맞춤 주문 공작은 반클리프 아펠의 디자이너와 오랜 시간을 상담하여 공작부인을 위한 보석 디자인을 의논하고 맞춤 제작했다. 그 결과 루비와 다이아몬드로 제작된 크라바트 네크리스, 사파이어와 다이어몬드 자르티에르 팔찌, 다이아몬드와 미스터리 세팅으로 제작된 호랑가시나무 클립이 만들어졌다. 1938년 탈부착 가능한 플라워 클립과 스네이크 체인(자유자재로 굽어지는 옐로 골드)으로 구성된 빠쓰-빠뚜는 반클리프 아펠이 제작한 하나의 주얼리로 다양하게 변형하여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변형 디자인 모델이다. 이 제품 하나로 목걸이, 초커, 팔찌 혹은 벨트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플라워 클립만 따로 떼어내면 귀고리나 클립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사진⑥). 빠쓰-빠뚜 제품은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메종의 가까운 친구인 윈저 공작부인은 반클리프 아펠의 아티스틱 디렉터였던 르네 퓌상에게 지퍼 모양의 목걸이를 만들어 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1951년 다방면으로 연구한 결과 지퍼 모양의 목걸이가 다이아몬드와 루비 에메랄드 보석을 사용하여 만들어졌으며 지퍼를 닫으면 우아한 팔지 모양으로 변형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하나의 제품으로 목걸이와 팔찌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은 획기적이었다(사진⑦). 각종 유색 보석인 루비와 에메랄드, 사파이어로 화려함을 보여주며 리본이 달린 지프 쿠튀르 네크리스(Zip Couture Necklace)는 반클리프 아펠 메종의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자료: 반클리프아펠닷컴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과 교수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