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 닛케이 12% 이상 급락
삼성전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
미국 고용 충격 발 '블랙먼데이'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2776.19)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닫았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효력 정지)에 이어 서킷 브레이커(주식 매매 일시 정지)가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한 건 코스피 시장에선 역대 6번째, 코스닥에선 10번째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는 대장주 삼성전자가 전일 대비 전 거래일 대비 10.30% 급락한 7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벌어진 지난 2008년 10월 24일 이후 약 16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SK하이닉스는 9.87% 떨어졌다.
이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4.17%), 삼성바이오로직스(-2.31%), 현대차(-8.20%), 셀트리온(-5.73%), 기아(-10.208%), KB금융(-7.69%) 등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닥은 이날 전장보다 88.05포인트(11.30%) 하락한 691.28에 거래를 마쳤다.
수급별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445억원, 1189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이 679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식시장 전체가 패닉셀로 인한 ‘블랙 먼데이’를 기록했다.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이날 직전 거래일보다 12.4% 하락한 31,458에 장을 마감했다. 오후 장 중 한때는 31,15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전 거래일인 지난 2일에도 2,246포인트 급락했던 닛케이지수의 이날 낙폭은 3,836포인트가 떨어졌던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어 가장 컸다.
다만 닛케이지수 하락률은 1987년 10월 20일에 기록한 14.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닛케이는 이날 주가 폭락에 대해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통계에 따른 미국 경제 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며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등 시장 참가자 전원이 주식 매도로 움직였다"고 짚었다.
이어 장중 상황에 대해 "자리가 가득 찬 극장에서 누군가가 '불이다'라며 절규하는 때와 같은 광경"이라며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어 시장 혼란이 지속됐다"고 전했다.
대만 가권지수도 전일 대비 8% 넘게 떨어졌다. 대만 가권지수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시가총액이 큰 TSMC가 9.7% 하락한 여파가 컸다. 전자제품 제조업체 혼하이정밀공업(폭스콘)은 9.9% 하락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가 초토화한 이유는 미국의 경기 침체 전망이 확산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빅테크 기업의 실적 부진 우려까지 겹치면서 외국인의 투매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주말 사이 애플과 엔비디아 등 빅테크 주식의 악재 영향이 이어졌다.
여기에 투자 고수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미국 투자기업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 중인 애플 주식 절반가량을 처분한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3일 실적 발표에서 2분기에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고 공개했다.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 보유액은 1분기 말 1890억 달러(257조원)에서 2분기 말 2769억 달러(377조원)로 늘어났다. 이는 버크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 보유량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현금보유를 늘린 것이다.
가상자산 역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대선 후보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하락하고 있고 연준(Fed)이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비트코인은 이날 하루 만에 17% 폭락하며 5만달러 선이 붕괴됐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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