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페어차일드 반도체 출신 인력들이 2008년 창업한 팹리스 기업
국내 유일 오디오 시스템 반도체 설계...오디오 앰프부터 스마트폰 태블릿 자동차로 기술 확장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수난시대다. 작년 증시를 떠들썩하게 했던 ‘파두 사태’가 터진데 이어 오픈엣지테크놀러지, 퀄리타스반도체가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들은 모두 대기업 출신 반도체 개발자들이 나와 창업한 스타트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팹리스 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진 가운데 8월 말엔 소리를 구현하는 시스템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기업이 증시 문을 두드린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출신들이 2008년 창업한 아이언디바이스다. 오디오 반도체 설계 기술력을 바탕으로 증시에서 7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기태 아이언디바이스 대표 / 사진=한국경제신문
박기태 아이언디바이스 대표 / 사진=한국경제신문
◆스마트기기 음향 구현하는 칩 개발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외주에 위탁생산해 글로벌 세트업체에 공급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혼성신호 시스템온칩(SoC) 반도체를 주로 설계한다. 삼성전자와 페어차일드반도체 등 반도체 개발 경력이 풍부한 인력이 합류하면서 다양한 혼성신호 설계자산(IP)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에는 기술 협력 및 시장 공략을 위해 실리콘마이터스의 계열사로 편입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탑재될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자체 개발한 오디오 앰프 SoC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채택되는 성과를 거뒀다. 2021년 말부터 이 회사는 자체 SoC 제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네 종류의 모델에 확대 적용했다. 오디오 반도체 설계 기술이 이미 사업화의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아이언디바이스는 원천기술을 토대로 저전력, 고성능, 고집적 설계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스피커의 물리적 신호를 정밀하게 센싱해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신뢰성이 보장되는 영역에서만 동작하도록 부드럽게 조절하는 디지털 알고리즘 등 다수의 IP도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기대를 거는 제품은 스마트파워앰프 SoC다. 스피커와 배터리 등 제한된 크기와 전원의 환경에서 높은 효율로 고음질의 소리를 재생할 수 있도록 스피커를 구동하는 시스템반도체다. 이 제품은 소리의 필요한 출력에 맞춰 전압을 가변하고 필요시 배터리보다 높은 전압으로 올려 스피커를 구동해 큰 음압을 출력한다.

아날로그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오디오 앰플리파이어 IC도 대표 제품이다. 이 제품은 동작 효율 개선을 위한 구현 기술 및 스피커 보호 기법이 적용됐다. 아이언디바이스는 중저가 스마트폰 모델에 적합한 방식의 스피커 보호 기법을 자체 개발해 최근 주요 글로벌 세트 제조사와의 검증을 마치고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복수의 세트 제조사와의 협력 개발이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전력, 고전압 아날로그 설계 기술을 기반한 파워 소자 드라이버 IC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며 “다수의 국가 과제를 통해 구현 가능성을 검증했고 제품화 진행을 통해 기술의 부가가치를 제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조원으로 성장한 고성능 오디오 시장

오디오 기기는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와 용도로 활용되는 제품군이다. 개인의 생활 공간부터 공공장소, 전문 음향 장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80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오디오 기기와 관련된 오디오 반도체(IC)는 오디오 시장과는 별개로 그 자체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 전통적인 오디오 앰프 중 하나인 클래스-AB 앰프 같은 기존의 기술들은 시장이 정체된 반면 고효율의 클래스-D 앰프 기반 기술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2020년 기준 클래스-D 앰프 기반의 오디오 반도체 시장은 약 23억 달러(3조원)로 추정된다. 고성능 오디오 반도체 시장에는 스마트 코덱, 부스트 앰플리파이어, ADC, DAC, DSP와 같은 최신 기술들이 결합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2027년 오디오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7.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빈스의 2023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고성능 오디오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2년 24억 달러에서 2027년에 3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오디오 앰플리파이어 IC 산업은 음성 출력을 해야 하는 다양한 전자기기 등을 통해 널리 대중화돼 있다.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점차 고출력과 입체감 있는 사운드를 요구하는 시장 수요에 맞춘 제품들로 진화 중이다. 오디오 앰플리파이어 IC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6480억원에서 2027년 918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휴대용 스마트기기의 입체적인 사운드 구현을 위해 다수의 스피커 및 앰플리파이어 IC를 탑재하는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오디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기기의 활용 영역이 확장되면서 사운드에서의 세밀함과 현실감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스피커 앰프의 적용 수가 늘어나면서 관련 반도체 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이언디바이스 고출력 스피커 앰프/사진=한국경제신문
아이언디바이스 고출력 스피커 앰프/사진=한국경제신문
◆DB하이텍·삼성전자와 협업해 제조공정 국산화

이 회사의 차별점은 퀄컴, 메디텍, 삼성 엑시노스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있는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DSP)에서 직접 소프트웨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혼성신호 시스템반도체 SoC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측형 제어 소프트웨어를 AP에서 구동시키기 위해 여러 오디오 제조사의 AP 구조를 파악해 이들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DB하이텍,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계약 및 생산을 진행하며 제조공정을 국산화했다는 점도 강점이다. 후공정에서도 협업 체계를 갖춰 최근 미·중 무역전쟁 등 반도체업계의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 최근 출시되는 삼성의 갤럭시S 시리즈 및 애플의 아이폰 모두 입체감 있는 스테레오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오디오 앰프 IC를 2개 이상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고사양화하는 스마트폰의 추세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고기능 스마트폰의 시장 포화 상태, 국내 팹리스 업계의 인력 부족, 중국과의 가격경쟁,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비 부담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은 성장의 위험 요소로 꼽힌다.

아이언디바이스는 이번 코스닥 상장을 통해 최대 171억원을 조달하고 반도체 설계 역량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공모 때 300만 주를 전량 신주로 모집한다. 희망공모가는 4900원에서 5700원을 제시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 780억원이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