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HS애드가 '대시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사진=HS애드
HS애드가 '대시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사진=HS애드
지난 6월 오픈AI가 공개한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AI) ‘소라(Sora)’는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다. 간단한 명령어만 입력하면 단 한 번의 촬영과 녹음 없이 오직 AI를 통해 고화질의 영상 한 편을 뚝딱 만들기 때문이다.

AI가 만든 영상은 실제 촬영물인지, 컴퓨터그래픽(CG) 작업물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고 생생하다.

전 산업에서 생성형 AI 접목이 확산하며 광고업계에도 AI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사람의 일로만 여겨왔던 문장 작성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 음성 등 창의성의 영역에도 AI 기술의 쓰임이 확장되며 생성형 AI 활용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전담조직을 꾸리고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AI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AI 활용과 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와 사내 스터디도 한창이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그래픽=박명규 기자
비용·기간 4분의 1로 단축 “디지털 광고 제작 80%를 AI로”

HS애드는 최근 통합 마케팅 AI 플랫폼 ‘대시AI’를 국내 광고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대시AI는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업무 전반을 생성형 AI로 진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생성형 AI를 광고 제작이나 성과 측정 등에서 일부 단편적 기능 지원을 위해 사용해왔지만 대시AI는 마케팅 전략부터 광고 제작, 성과 측정까지 업무 전반을 생성형 AI로 진행할 수 있다.

HS애드는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1년여간 LG AI연구원과 협업을 포함해 다양한 고객사와의 기술검증(POC)을 진행하며 대시AI 개발을 추진해 왔다.

HS애드는 브랜드 인지-탐색-구매에 이르는 모든 고객 경험에서 마케팅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는 일에 대시AI를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배너 등 디지털광고 제작 과정의 80%를 AI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노션이 AI만을 활용해 제작한 현대자동차의 디지털 캠페인 ‘영원히 달리는 자동차’ 이미지. 사진=이노션
이노션이 AI만을 활용해 제작한 현대자동차의 디지털 캠페인 ‘영원히 달리는 자동차’ 이미지. 사진=이노션
이노션은 올해 3월 생성형 AI를 활용한 광고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 조직인 ‘AI솔루션팀’을 만들었다. 지난해 말 신설한 ‘생성형 AI 전담 태스크포스(TF)’를 팀으로 격상한 것이다.

AI TF팀은 클라이언트 니즈에 맞는 다양한 유형의 생성형 AI 브랜디드 콘텐츠를 기획하고 관련 플랫폼 구축에 힘써왔다. AI를 활용해 현대차그룹 정주영 창업자의 육성을 복원해 지난해 11월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착공식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이노션이 지난 6월 공개한 현대자동차 트럭 브랜드를 소개하는 신규 디지털 광고 ‘영원히 달리는 자동차’는 별도 촬영 없이 캐릭터부터 배경 음악, 작사·작곡까지 100% 생성형 AI만으로 제작해 주목받았다.

기존 방식으로 제작할 경우 1편의 제작 비용으로 3편의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이노션은 “이번 광고를 통해 단순 그래픽 이미지 나열에 불과했던 생성형 AI 광고의 한계를 넘어 탄탄한 스토리텔링의 광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100% AI 기반으로 제작된 삼성생명의 ‘좋은 소식의 시작’ 광고 캠페인 이미지. 사진=제일기획
100% AI 기반으로 제작된 삼성생명의 ‘좋은 소식의 시작’ 광고 캠페인 이미지. 사진=제일기획
전담팀 꾸리고 자체 플랫폼까지…AI 광고 열풍


제일기획은 지난해 7월 AI로만 만든 삼성생명 TV 광고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챗GPT가 등장한 지 1년도 안 돼 광고에 AI를 접목한 것이다. 다채로운 표정과 디테일 확보를 위해 3개월간 총 1만장이 넘는 AI 프로그램 생성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특히 단순 실사 이미지 느낌을 내는 것을 넘어 주로 서양 기반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탓에 한국인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은 디지털테크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AI 기술의 비즈니스 접목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광고 제작 등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다양한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제일기획 칠레법인은 최근 현지 음악 및 공연전문매체와 함께 1973년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다가 사망한 칠레의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의 목소리를 AI로 복원,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유튜브 등에 공개했다. 해당 뮤직비디오는 온라인 공개 하루만에 1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소셜미디어에서 2만5000회 이상 공유됐다.

제일기획은 서울시, KT와 함께 ‘광화문 AI 해설사’ 서비스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광화문 AI 해설사는 세종대왕부터 훈민정음, 역사물길 등 광화문광장의 대표적인 역사와 문화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AI 보이스와 영상으로 안내해주는 신개념 안내시스템이다. 방송국 아나운서들의 목소리를 AI 보이스로 제작하는 데에는 KT의 ‘마이AI보이스’ 서비스를 활용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마케팅, 제작, 운영 업무 등 다양한 방면에서 AI 활용 솔루션을 개발 중이며 특히 업의 비중이 높은 크리에이티브 제작을 중심으로 개발 및 활용 중”이라며 “자체 AI 플랫폼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기획 칠레법인은 현지 음악 및 공연 전문 매체와 민중 가수 빅토르 하라의 목소리를 생성형 AI로 복원, 제작한 뮤직비디오 '우린 5000명이다(Somos Cinco Mil)'를 유튜브 등에 공개해 현지에서 호응을 얻었다. 사진=제일기획
제일기획 칠레법인은 현지 음악 및 공연 전문 매체와 민중 가수 빅토르 하라의 목소리를 생성형 AI로 복원, 제작한 뮤직비디오 '우린 5000명이다(Somos Cinco Mil)'를 유튜브 등에 공개해 현지에서 호응을 얻었다. 사진=제일기획
제일기획이 참여한 '광화문 AI 해설사' 화면. 사진=제일기획
제일기획이 참여한 '광화문 AI 해설사' 화면. 사진=제일기획
대홍기획도 AI 활용에 적극적이다. 대홍기획은 지난해 말 AI 기반 마케팅 시스템을 개발하는 ‘AI 랩’과 AI 콘텐츠로 논슈팅필름(Non-shooting Film)을 제작하는 ‘AI 스튜디오’를 신설해 AI를 크리에이티브에 접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리아 ‘K 버거, K 음악이 되다’ 광고에서 AI가 만든 음악을 선보인데 이어 올해는 햄버거의 맛을 AI가 그린 그림으로 표현했다. 해외 고객이 느끼는 햄버거의 맛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외국인에게 뇌파탐지기를 씌우고 외국인이 느끼는 맛을 AI로 그림화한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다.

지난 7월에는 마케팅 전용 올인원 AI 시스템 ‘에임스’를 공개했다. 에임스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기업의 광고 마케팅 전 과정을 망라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대홍기획의 롯데리아 ‘K 버거, K 음악이 되다’ 광고 캠페인 이미지. 사진=대홍기획
대홍기획의 롯데리아 ‘K 버거, K 음악이 되다’ 광고 캠페인 이미지. 사진=대홍기획
“AI는 도구, 인간은 크리에이티브한 일만”

창의성이 중요한 광고업계가 앞다퉈 AI를 도입하는 이유는 편리성과 효율성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AI로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어 분석 기반 마케팅 계획 수립부터 콘텐츠 제작과 캠페인 운영, 성과 예측까지 한 번에 할 수 있어 마케팅 효율성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광고 기획 단계에서는 간단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다양한 이미지와 광고 카피를 만들 수 있다. 제작 단계에서는 이미지 생성, 배경음악 작곡까지 AI를 활용하는 추세다.

AI를 통해 제작비를 약 4분의 1로 줄이고 제작 기간도 약 3분의 1까지 단축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제작비와 시간 문제로 시도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시안 제작까지 가능하다.

AI를 활용하면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니즈와 취향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만큼 향후에도 AI를 활용한 광고 콘텐츠 기획과 제작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 AI 광고 시장은 2022년 6000만 달러(약 800억원)에서 2032년 1925억 달러(약 257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AI가 편리성, 효율성을 가져오는 대신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상존한다.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창의적 사고 능력과 감정의 이해 등은 여전히 AI가 따라잡지 못하는 인간만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광고업계에서는 AI를 인간의 창의성을 증폭시키는 도구로써 주목하고 있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단순 반복 업무를 AI가 대신 하는 동안 인간은 그 시간을 활용해 창의성이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활용 확대는 인원 감축이 핵심이 아니다. 광고업은 인간의 크리에이티브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광고 제작 과정 일부에 AI툴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제작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대신 인간은 더 창의적인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