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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권의 금리인상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주요 은행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권의 금리인상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주요 은행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이 급증하는 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월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은행들을 대상으로 “쉽게 금리를 올려서 대응하고 있다”며 “더 세게 개입하겠다”고 하자 주요 은행들은 만기 축소 등 추가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8월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담대 최장 대출 기간을 30년으로 축소했다. 기존에는 만 34세 이하는 50년, 그 외에는 40년이었으나 이를 30년으로 일괄 축소했다.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다.

국민은행 내부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주담대 기간이 40년에서 30년으로만 줄어도 연 소득 5000만원 대출자(대출금리 연 3.85% 가정)의 한도가 4억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우리은행도 9월 2일부터 대출모집법인 한도를 월 2000억원 내외로 관리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 추가 대책을 내놨다.

은행들의 이 같은 조치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이 촉매제가 됐다. 그동안 은행들은 대출 급증세를 관리하라는 금융 당국의 요구에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 원장이 방송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금리인상을 강하게 비판하자 은행들이 대출 정책을 부랴부랴 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은행권 일각에서는 불만도 쏟아진다. 금융 당국의 개입 강화 으름장에 추가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금리인상을 사실상 방치하다가 이제 와서 원하던 바가 아니었다고 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가계대출 관리에 책임이 있는 당국이 증가세를 방치하다 뒤늦게 뒷북을 치며 대출을 틀어 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택 매매를 압두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은행들이 즉각 상환 기간을 대폭 줄이거나 거치기간을 없애는 등 대출을 조이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