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 증시 당분간 조정"

코스닥 시장과 코스닥 시장이 폭락하면서 동반 서킷브레이커(CB) 1단계가 발동했던 지난 8월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코스닥 시장과 코스닥 시장이 폭락하면서 동반 서킷브레이커(CB) 1단계가 발동했던 지난 8월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이달 초 코스피가 폭락한 ‘블랙먼데이’로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가운데 국내 증시가 당분간 조정 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31일 경제전망 일환으로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배경'보고서를 발간했다. 작성자는 한은 금융시장국 주식시장팀 김선임 과장, 안제원 과장, 손달호 조사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8월 들어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중동 지역의 불안정한 상황, 미국 IT 기업의 고평가 논란 등의 영향을 받아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달 2일부터 하락세를 보인 코스피는 5일에 -8.8%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4일 이후 최대 폭락을 경험했다.

국내 주가는 IT 업종 비중이 높은 일본, 대만과 함께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가 급등락 기간 동안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상당했다.

외국인은 반도체 업황 호조 기대감으로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순매수를 확대했으나 이후 다시 순매도로 전환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섰다.

보고서는 국내 증시의 조정이 반도체 부문의 미국 연계성 강화로 미국 IT 기업의 부정적 이슈가 국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칩4 동맹과 AI 반도체 관련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해 미국과의 연계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IT 주가 움직임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증시 변동성을 더욱 확대했다고 진단했다.
상반기에는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밑돌았음에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만 최근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지표 부진이 경기둔화 우려를 키우며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고서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이 국내 경기를 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기침체가 국내 경제 성장동력을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이 당분간 조정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미국 AI 산업 수익성 논란과 경기 둔화 속도, 대선 과정에서의 산업정책 이슈 부각 등으로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