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휴식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휴식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 기간 10년(120개월)을 채우지 못한 50대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서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방향대로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적용을 받아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면 체납할 가능성이 커져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50대 국민연금 가입자는 674만6238명이다. 이들을 가입 기간별로 보면 10년 미만이 207만8798명, 10년 이상∼20년 미만이 220만2975명, 20년 이상은 246만4465명 등이다.

이들 중에서 특히 가입 기간 10년 미만의 생활 형편이 어려운 50대 가입자의 경우가 문제다. 정부가 앞으로 연금 개혁을 추진하면서 세대 간 형평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나이 든 세대일수록 보험료를 더 가파르게 인상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하는 연금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세대별 보험료 인상률 차등은 보험료율을 13∼15%로 올리기로 하면 장년층은 매년 1%포인트씩 올리고, 청년층은 매년 0.5%포인트씩 올리는 형태로 목표 보험료율에 도달하는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런 차등 인상을 통해 국민연금에 대한 젊은 층의 반발을 잠재우고, 실질적인 혜택 부여를 통해 연금기금 지지층을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중장년층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될뿐더러,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이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참여연대는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 추진에 대해 “국민연금제도의 근간인 ‘세대 간 연대’와 ‘세대 내 소득재분배’를 훼손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한 세대 내에서도 고용 형태와 고용조건,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간 큰 차이가 발생하지만, 이를 ‘세대’로 눌러 담아 제도를 개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적 연금제도인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최소 10년(120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야만 연금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연금 수급권을 획득해야만 수급 연령이 됐을 때 노령연금(노후 수급 연령에 도달하면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 곤궁에 따른 장기체납이나 납부 예외, 국외 이주 등으로 가입 상한 연령인 60세에 이르렀는데도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노령연금 대신 그간 낸 보험료에다 약간의 이자를 덧붙여 반환일시금으로 받을 뿐이다.

실제로 60세가 됐지만 국민연금을 받을 요건인 최소 가입 기간을 충족하지 못해 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반환일시금으로 돌려받는 수급자의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반환일시금 수급실태 및 개선방안 검토’ 연구보고서를 보면 2020년 현재 전체 반환일시금 수급자 18만4342명 중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인 일시금 수급자는 13만7063명(74.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