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민가 내려온 어린 북극곰, 결국 사살
아이슬란드 민가에 내려온 어린 북극곰이 사살됐다.

21일(현지 시각) A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아이슬란드 웨스트피오르드 외딴 마을 한 별장 인근에서 북극곰이 발견됐다. 별장 주변 쓰레기를 뒤지던 이 북극곰은 사람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돼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헬기 옌손 웨스트피오르드 경찰서장은 곰이 별장 아주 가까이에 있었고, 별장에는 노인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우리도 곰을 사살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곰을 발견한 노인 여성은 별장 위층에 숨었고, 수도 레이캬비크에 있는 딸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은 환경청과 협의 후 동물의 사살을 결정했다.

아이슬란드에서 곰은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지만, 사람이나 가축에 위협이 될 경우에는 사살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정은 2008년에 북극곰 2마리가 아이슬란드에서 포착됐을 때 생겼다. 당시 환경부 장관은 멸종 위기 종인 북극곰을 관리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결국 떠돌이 곰을 사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응책이라고 결론지었다. 북극곰은 사람과 동물에게 위협이 될뿐더러, 약 300km 떨어진 그린란드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2017년 야생동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줄어들면서 육지로 찾아오는 북극곰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굶주린 북극곰이 민가로 가 인간과 북극곰 모두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1870년부터 2014년까지 캐나다·그린란드·노르웨이·러시아·미국에서 북극곰의 공격 사례는 총 73건이다. 20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다쳤다. 이 중 15건은 조사 기간의 마지막 5년 동안 발생했다.

아이슬란드에서 곰이 목격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에 사살된 곰은 주로 주요 서식지인 그린란드에서 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유빙을 타고 떠내려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몇 주간 아이슬란드 북쪽 해안에서 많은 빙산이 발견됐다.

이번에 사살된 무게 150~200kg의 어린 곰은 연구소로 옮겨진다. 연구소는 곰의 기생충이나 질병 감염 등을 검사하고 체지방 비율과 같은 신체 상태를 평가할 예정이다. 가죽과 두개골은 연구소에 보관될 전망이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