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미국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임직원들이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7월 미국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임직원들이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시총 2위 가상자산 이더리움에 대한 투자 심리가 좋지 않다. 2024년 9월 25일 기준 이더리움의 가격은 2600달러대 수준으로 연초 3700달러를 찍은 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시장은 이더리움이 ‘사운드 머니’인 비트코인과 ‘빠르고 간편한 블록체인’으로 통하는 솔라나 사이 어딘가 껴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라고 평가하는 듯하다. 이더리움, 이대로 끝나는 걸까? 이에 대한 비관론자와 낙관론자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비트코인과 솔라나 그 사이 어딘가미국 유명 가상자산 벤처캐피털(VC)인 컬티코인캐피털의 창업자 카일은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 중 하나다. 솔라나를 신봉하는 카일은 지난 수년간 일관되게 이더리움 대신 솔라나가 여러 방면으로(트레이딩 볼륨, 거래 수, 지갑 수 등 각종 메인넷 지표)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최근 카일이 친이더리움 성향의 크립토 팟캐스트 뱅크리스에 출연해 이더리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는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투자자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상품(commodity) 자산인 반면, 이더리움은 테크 성장주와 같은 성격의 자산이다. 이더리움은 이미 2800억 달러 시총을 형성한 자산으로 과거와 같은 속도로 성장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솔라나가 유저, 빌더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접근하는 반면, 이더리움은 탈중앙화 철학을 중시해서 실용적이지 않은 경향이 있다.

카일이 보기에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개선하고자 등장한 레이어2는 모두 비슷하고 유저 경험과 상호 운용성을 저해한다. 이더리움 레이어2와는 달리 레이어1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솔라나는 직관적이고 간편하다.

그렇지만 이더리움에도 장점은 있다. 그것은 바로 풍부한 인적 자본과 규제 명확성이다. 이더리움은 다른 블록체인 대비 가장 풍부한 개발자, 빌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번에 미국에서 현물 ETF가 승인되었기에 여타 알트코인과는 달리 증권성 이슈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게다가 이더리움이 스마트컨트랙트(블록체인 기반 계약) 분야의 개척자로서 초기 블록체인 생태계 성장에 기여한 것은 인정한다. 낙관론자 “이더리움, 비트코인처럼 화폐 기능”위 팟캐스트가 방영되자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안 그래도 이더 가격이 하락해서 예민한 상황인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다음은 카일의 의견에 반박하는 낙관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더리움은 단순한 테크 성장주식이 아니다. 가상자산은 금융 그 이상이며 월드컴퓨터로서 이더리움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같은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으며 비트코인이 보안 예산 문제로 무너질 때 이더리움은 화폐로 고려될 수 있다.

상호운용성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과거에도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대규모 시스템이 합의에 도달한 선례가 있다. 지난 9년간 이더리움은 많은 성과를 거뒀다. 개도국 스테이블 코인 사용이 그 예이며 미국 및 선진국에서 이더리움이 활발히 사용되지 않는 것은 규제 때문이다. 이더리움 레이어2는 레이어1의 성장을 저해하는 기생충이 아니라 동반성장이 가능한 파트너다. 탈중앙화를 포기하고 레이어1 확장성을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솔라나는 몇몇 데이터센터의 취약성 때문에 중립적인 글로벌 컴퓨팅 네트워크로 기능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에 대해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도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여러 이더리움 레이어2 프로젝트들과 대화해 본 결과 이더리움 생태계 전반적인 상호운용성 개선을 위한 협력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더리움 레이어1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으며 검열저항성에 대한 우려 역시 해소 중이다.”

‘자산이 되기 위한 표준은 작업 증명이어야 한다(작업증명 비트코인 대비 지분증명 이더리움에 대한 비판을 의식)’는 비판은 시간이 지날수록 틀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테린은 이더리움을 가치 저장 수단이라 생각하며 자산의 90%를 이더리움으로 홀딩하고 있다. 저조한 이더리움 ETF 수요올해 이더리움에 가장 큰 호재는 미국 현물 ETF 승인이었다. 출시된 지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 이더리움 ETF 성과는 저조한 수준이다. 블랙록, 피델리티와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이더리움 ETF에 대한 수요가 부진했고 기존에 신탁형 상품으로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던 그레이스케일에서 물량이 덤핑되면서 출시 이후 순유출 규모가 5억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출시 한 달 만에 30억 달러 이상 순유입량을 기록했던 비트코인 대비 대조적인 양상이다.

이더리움 ETF에 대한 수요가 저조한 이유는 현재 시장이 경기침체 리스크를 우려해 위험회피에 예민하고 인공지능(AI) 관련 매그니피센트7 주식에 대한 관심이 이더리움(전반적인 가상자산) 대비 훨씬 높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이라는 단순한 특징을 가진 비트코인과는 달리 이더리움은 일종의 테크 크립토로 기능하고 있는데 주류 투자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한 혁신이 이더리움에 부재한 상황이다. AI로 쏠린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져올 만한 무언가가 없다면 한동안 이더리움 ETF에 대한 수요 역시 저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해보자면 희망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베이스(코인베이스), 앱스트랙트체인(펏지펭귄)과 같은 이더리움 레이어2가 등장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일반 유저들을 대상으로 실생활에서 블록체인의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는 여타 특색 없는 레이어2와는 차별화된 행보이고 대부분 레이어1 메인넷 역시 실천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게다가 블랙록과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 역시 RWA(자산 토큰화) 펀드를 이더리움 기반으로 론칭하면서 블록체인 메인넷에 대한 신뢰성을 입증하고 향후 기관용 메인넷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증명했다. 풍부한 개발자, 빌더 생태계, 영민한 개인과 기업들, 규제 불확실성 해소, 생태계에 투여된 넉넉한 자금 등을 고려했을 때 원조 테크 크립토로서 이더리움의 지위가 단기간에 추락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과연 지금이 이더리움의 바닥일까 아니면 침체의 초입일까?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이더리움이 ‘차세대 블록체인’을 주장하며 등장했다가 사라진 여타 좀비 체인으로 몰락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