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스위스 국경 바뀐다… ‘온난화’ 때문
이탈리아와 스위스가 국경을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자연적 경계선 역할을 해온 빙하가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2일(현지 시각) CNN, BBC 등 외신은 이탈리아와 스위스가 마케호른 봉우리 아래 국경을 새로 그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알프스산맥을 사이에 두고 국경을 맞댄 두 국가는 그간 빙하 등으로 국경을 정의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빙하가 급격하게 녹아내렸고, 국경선이 이탈리아 쪽으로 밀려났다. 그만큼 이탈리아 땅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실제 스위스과학원 빙권 관측팀은 지난 7~8월 기준 스위스 빙하의 2.5%가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스위스과학원은 "지난 8월은 관측 이래 가장 큰 빙하 손실을 기록한 달"이라며 "기후변화의 결과로 빙하설의 붕괴는 계속 줄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하가 녹은 주요인으로는 두 달 동안 이어진 고온 현상과 적은 강설량, 사하라 사막에서 온 열기가 꼽혔다. CNN은 "인간의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화석 연료 사용으로 세상을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에 스위스·이탈리아 공동위원회는 지난해 5월 국경을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이때 국경 기준은 봉우리, 계곡 등 빙하의 영향이 적은 지형물로 설정했다.

스위스 정부는 성명을 통해 "빙하가 녹으면서 자연 요소들이 변화해 국경도 재정의한다"고 밝히며 이를 공식 승인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양국이 모두 서명하면 정확한 국경 변경 사항이 공표될 전망이다.

한편, 스위스는 유럽에서 빙하가 가장 많은 국가다. 지난해 전체 빙하 부피의 4%가 사라졌으며, 2022년에는 6%가 감소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빙하학자이자 스위스 빙하 모니터링 네트워크 소장인 마티아스 후스는 "올해 겨울에도 많은 눈이 내렸지만 기대한 완화 효과는 없다. 빙하는 여전히 빠르게 녹고 있다"면서 이 추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