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2016년을 정점으로 지방의 인구는 꾸준히 줄고 있는 반면, 수도권의 인구는 늘고 있다. 2024년 9월 말까지 지방 인구는 3.5%(90만 5678명)나 줄어든 반면, 수도권은 1.8%(45만7695명)나 늘어났다.지방에서도 특히 5개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의 인구 감소세가 두드러져 보인다. 5개 광역시의 인구 감소율은 5.4%로 지방 평균 3.5%를 훌쩍 넘는다. 이 중에서 취업적령기라고 할 수 있는 25~34세 연령층의 인구는 무려 5.7%나 감소했다.
반대로 수도권 인구가 2016년 이후 1.8%나 늘어났다고 했는데 그중 25~34세 연령층의 인구는 무려 6.4%나 증가했다. 결국 지방 인구가 감소하고 수도권 인구가 증가한 주된 원인은 취업적령기의 인구 이동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주거지를 옮긴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최신 자료인) 2022년까지 수도권의 일자리는 21%나 늘어난 반면, 지방의 일자리 증가는 16%에 그쳤다. 절대적인 일자리 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질이다. 서울 직장인 연봉 20% 더 많아2022년 기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방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3926만원인데 반해 수도권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4493만원이고 서울은 무려 4937만원에 달한다. 지방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보다 연봉을 20% 이상 적게 받는다는 뜻이다. 이러니 기회가 되면 지방에서 수도권, 특히 서울로 직장을 옮기려는 것이다.
일자리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방의 인구가 줄어들 때도 수도권의 인구가 증가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전국에서 일자리 증가도 가장 많고 양질의 일자리도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서울의 경우는 정작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수도권 인구가 1.8% 증가했다고 하지만 이는 경기도(7.6%)나 인천(2.5%) 지역의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지 서울의 인구는 오히려 5.8%나 줄어든 것이다. 결국 서울의 경우는 일자리보다는 다른 이유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전해오는 지방 취업연령층(25~34세)이 집값이 비싼 서울 대신에 집값이나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싼 경기도나 인천을 선택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서울의 인구 증가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는 될 수 있지만 서울의 인구가 줄어드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양질의 일자리는 서울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집값 상승에 따른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 경기도나 인천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하는 기존의 가설(?)이 맞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과연 이 가설이 맞는지 검증해 보자.
다음 표는 2022년 12월부터 올해 9월 말까지 1년 9개월 동안 서울에서 인구가 늘어난 주요 지역이다. 이 기간 동안 서울의 인구는 0.8%나 줄어들었지만 서초구는 0.9% 증가했고 강동구도 1.1%나 증가했다. 놀라운 것은 강남구는 무려 5.6%나 증가했다. 기존의 가설에 따르면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고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더 싸고 더 적게 오른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론으로는 현재 나타나는 현상을 전혀 설명할 수 없다.
2022년 말부터 2024년 9월까지 서울의 인구가 0.8% 감소하는 동안 서울만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강남구의 인구는 5.6%나 늘어났던 것이다. 또 같은 기간 동안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4.6% 내리는 동안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2.7%나 올랐다.
한마디로 집값이 가장 비싸고 집값도 많이 오른 지역이 집값이 싸고 집값도 내린 지역보다 인구가 더 늘어난 것이다. 서울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싼 집값을 찾아서 이사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기존의 가설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1위 지역인 강남구, 2위 지역인 서초구, 10위 지역인 강동구의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급이 늘어야 인구도 는다
새 아파트의 입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강남구에는 개포동 지역의 재건축 사업이 완공되었고 서초구에는 반포동 지역의 재건축 사업이, 강동구에는 고덕동 지역의 재건축이 완공되면서 양질의 주거지에서 살려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결국 집값이 비싼 지역이라도 새 아파트와 같이 양질의 주거 공간이 확보되면 인구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면서 서울의 인구가 경기도나 인천으로 빠져나갔던 것이다.
서울은 아파트가 부족한 지역이다.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18.3%이고 우리나라 가구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18.7%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전체 주택수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이 18.5% 내외인 것이 정상 분포이고 전국에 있는 아파트의 18.5% 내외가 서울에 있어야 정상적이다.
하지만 서울에는 14.9%의 아파트밖에 없다. 그러면 서울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까? 전국에 있는 다세대주택의 36.4%, 다가구주택의 23.1%가 서울에 몰려 있다. 한마디로 서울은 아파트를 주로 짓지 않고 그동안 빌라 등을 많이 지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서울에 아파트가 부족하고 빌라 등이 넘쳐나는 것은 서울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사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서울에 새 아파트 공급을 막았기 때문이다.
서울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아파트가 턱없이 부족한 것은 지난 10여 년간 서울에 새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통상 부동산 업계에서는 준공 후 5년 이내의 아파트를 신축, 5년이 넘지만 10년 이내의 아파트를 준신축이라고 하며 이 둘을 ‘새 아파트’라고 한다.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1263만여 채의 아파트가 있는데 그중의 14.0%가 신축, 14.6%가 준신축에 속한다. 네 채 중에 한 채 이상인 28.6%가 새 아파트라는 뜻이다.
그런데 서울로 국한해 보면 이 수치가 크게 떨어진다. 신축은 11.5%, 준신축은 9.2%로 새 아파트의 비중은 20.7%에 불과하다. 서울은 인구나 가구수에 비해 아파트가 터무니없이 적은 지역인데 그나마 있는 아파트의 다섯 채 중에 네 채는 낡은 아파트라는 뜻이다.
경기도는 전체 아파트에서 새 아파트의 비율이 32.8%(신축 17.2%, 준신축 15.6%)로 전국 평균치를 크게 상회한다. 인천 역시 새 아파트의 비율이 29.1%(신축 17.2%, 준신축 11.9%)로 전국 평균치 이상이다. 전국에서 세종시 다음으로 신축 비중이 높은 지역이 경기도와 인천이다.
‘얼죽신’ 열풍이 말해주듯이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나은 주거의 질을 원하는 수요는 늘어난다. 그러나 이런 시장의 수요 증가와는 정반대로 서울에 새 아파트를 짓지 못하게 하는 규제 정책이 서울의 인구 감소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수도권의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와중에서도 서울의 인구가 줄어들었던 것은 서울에서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경기도나 인천의 아파트로 이주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강남구, 서초구, 강동구와 같은 지역은 재건축 아파트가 속속 입주를 하면서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주거의 질이 그 지역 인구 증감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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