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머신(money machine)’으로 불리는 한국,
방위비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가능성도

대미 무역 흑자, 지난해 역대 최대치 기록
트럼프 보호 무역주의에 따라 FTA 재협상 문제도

[커버스토리: 트럼프 스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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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20일 공식 취임한다.

전 세계의 눈은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이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미국 고립주의(국가 간 동맹이 자국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전제에 따른 결론)를 펼치는 트럼프가 타국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미국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외 정책을 펼치면 한국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도한·미 관계에서 트럼프가 내놓은 가장 명시적인 요구는 방위비다. 트럼프는 당선 전부터 방위비 문제를 언급해왔다. 지난 10월 유권자의 만남에서 그는 “한국에 4만2000명의 미군이 있지만 부자 나라인 한국은 돈을 내지 않는다”며 “우리는 더 이상 이용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한 군사력을 지닌 북한 때문에 주한미군을 매우 심각한 위험에 놓이게 하고 있는 만큼 더 큰 비용을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그 전날에도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 지칭하며 방위비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카고 경제 클럽’ 대담에서 최근 타결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과 관련해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그들은 연간 100억 달러를 낼 것”이라며 “그들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언급한 주한미군 규모(4만2000명)는 실제와 다르다. 실제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수준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국방 예산안이 담긴 국방수권법안(NDAA)에 서명할 당시 주한미군 관련 예산도 담겼는데 기존 규모(2만8500명)를 유지한다는 내용이었다.

2026년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올해 대비 8.3% 증가한 1조5192억원이다. 지난 10월 한·미 양국이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하며 최종 합의한 내용이다. 트럼프가 언급한 ‘100억 달러’는 현재 대비 약 9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협의가 파기될 가능성도 있다. 신동찬 율촌 파트너변호사는 “트럼프가 한·미 양국이 합의한 내용을 존중할지는 의문”이라며 “대통령 직권으로 충분히 파기할 수도 있다. (방위비 인상은) 각오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국가 간의 모든 협정은 한 국가의 주권 사항으로 간주해 대통령의 뜻에 따라 파기 가능하다.

대미 무역 흑자도 트럼프에게는 ‘눈엣가시’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444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대미 흑자도 비슷한 수준으로 관측된다. 대미 흑자 규모는 2020년 166억 달러에서 2021년 227억 달러, 2022년에는 280억 달러로 늘었다.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2기 트럼프노믹스’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자국의 산업과 경제를 보호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역에 개입해 무역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 규모 축소도 트럼프 정부에서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주한미군(USFK)은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 1945년 9월 8일부터 주둔해왔다. 트럼프는 미군의 해외 주둔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왔다.

2020년 재선에 도전했을 때도 미군 감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러 국가에서 미군을 축소해야 하며 그 이유로는 ‘적절히 대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독일을 지켜주고 있으나 독일은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구매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는 2020년 7월 주독미군의 3분의 1 규모인 약 1만2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도 해외 주둔 미군을 재배치하거나 본국으로 소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송영 디자이너
그래픽=송영 디자이너
◆ 전쟁 종료시키고 노벨상까지 노릴까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도 관심이다. 북한과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월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일부 구간을 폭파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북한이 막 철로를 폭파했다”며 “오직 나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수차례 북한을 언급해왔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지난 7월 그는 재선에 성공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압박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이 미국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는 크게 오를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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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중국 주식을 팔고 미국 주식을 사들인 것도 대선 공약의 영향이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골드만삭스 자료에 따르면 10월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중국 주식의 누적 매수 금액 가운데 80%를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중 압박이 심해지면 중국이 자국 경제 규모를 키우기 위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국은 대만 침공을 통해 미국을 견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핵심 지지세력으로 꼽힌다. 미국 역시 중국을 압박할 카드로 대만을 택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핵심인 이른바 ‘칩4(Chip 4)’ 동맹체제에 대만이 포함된 것도 같은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트럼프는 ‘고립주의’ 원칙에 따라 대만을 도와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150~200%의 관세를 부과해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나 군사력을 동원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국제사회의 피해액은 1경4000조원에 이른다. 경제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인 10조 달러(약 1경4000조원)의 피해가 생긴다. 중국, 대만은 물론 다양한 국가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우선 가까운 나라인 한국은 GDP의 23.3%가 감소해 당사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미국은 각각 GDP의 13.5%, 6.7%가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은 반도체 관련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됐다. 첨단 반도체를 사용하는 IT제품의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도 급감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이 대만을 봉쇄할 경우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60%가 감소하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는 이 생산량의 80%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의 당선이 우크라이나에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해온 군사 지원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유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올 때마다 600억 달러(약 80조원)씩 받아갔다. 그는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일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24시간 내 종결’을 강조하면서 종전안을 마련했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방과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넘기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영토 양보 외에 구체적인 종전 방안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유럽 국가의 부담은 가중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방위비 지출 확대,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 등을 놓고 유럽 주요 동맹국들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당시 현재 GDP 대비 2%(목표치)인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에 대해 “세기의 도둑질”이라고 비난하며 3% 수준의 인상을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나토와의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안보 지원 규모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 간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면서 유럽 동맹국들의 지원 부담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의 전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하면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이 이들의 전쟁에 끼게 된 것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발언 탓이다. 하메네이가 하마스를 공식 지지하면서 이스라엘 공격의 배후가 이란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이란 측은 이를 공식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 편이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본인을 ‘친이스라엘 대통령’이라 칭할 정도다. 2017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대사관을 이전시킨 게 대표적인 일화다. 전적으로 이스라엘의 입장에 있는 트럼프는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이란에 대한 제재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하마스·헤스볼라 공격은 물론 이란 핵시설 타격 권리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 9월 “나는 이스라엘의 이길 권리를 지지할 것”이라며 “이것은 테러와의 전쟁이며 유대인들은 빠르게 승리할 것이다. 그들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재등장, 중국 결말은?삼성증권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고 향후 3년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상위 공약이 ‘대중국 압박’인 만큼 트럼프의 재집권은 중국의 지경학적 위험을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보다 더 강한 경제적 압박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서 일본 사례를 통해 미국과의 갈등을 겪는 중국 경제 역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 1980년대 미국과 경제마찰을 겪은 일본은 경제 타격을 받으며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 내부 문제까지 겹친 상태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이 최근 3년간 위축되면서 과거 일본과 같은 버블 붕괴가 재연될 수 있다. 중국은 향후 3~5년에 걸쳐 경제성장의 경로(일본화 또는 고도화)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부의 경기 위험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의 무역 조치 타격까지 생긴다면 시스템 리스크(기업의 위험이 국가 전체로 확대되는 현상)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의 극단적인 관세와 무역 충격은 중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고관세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중국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은 △경기 부양 패키지 강화 △대폭적인 환율절하 용인 등이다. 중국은 절하를 용인하는 ‘환율 재조정’에 나설 수 있다. 2005년 관리변동제 시행 이전 수준의 위안화 환율(8.3위안/달러)까지 최대 20% 이상 절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