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록히드마틴을 꿈꾸며[김홍유의 산업의 窓]
최근 들어 탄핵 정국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이럴 때일수록 위기의 리더십이 더욱더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외국에 나가면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은 다 안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코리아’보다 더 높다. 그래도 시기, 질투를 느끼지 못했다. 그때 느끼는 흐뭇함과 동시에 밀려드는 자부심, 애국을 아무리 말해봐도 이것보다 더 찐한 애국이 없다. 근대화 시기를 놓친 조선, 그리고 이어진 강점기, 해방과 더불어 탄생한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장 헐벗은 곳, 피해 의식과 열등감으로 주눅이 들 때로 든 국민 의식, 이 모든 것을 잠재우고 당당히 세계경제사의 한 장(章)을 차지한 대한민국, 삼성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고 작금의 K-방산으로 이어져 우리의 미래를 바라보는 바로미터로 성장했다.

제2의 삼성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반일만 외치지 극일(克日)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가장 많이 극일한 사람이 삼성이고 이건희 회장이다. 너무 자랑스럽다. 이건희 회장이 취임하던 1987년 한국의 GDP는 3500달러였고 일본은 2만 달러였다. 삼성이 소니를 이긴 날! 삼성이 그 전설 같은 일본의 전자산업을 침몰시킨 날! 삼성은 일본의 8대 전자회사인 소니,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 등보다 시가총액이 더 많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도 3대 세습이고 삼성도 3대 세습을 하니 망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기업 구조와 나라 구조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논리라면 3대 맛집은 다 사라지고 모두 투표로 사장님을 뽑아야 하는 세상이 된다. 내가 배운 경영학 지식, 내가 배운 리더십으로는 단 한 가지 절대 좋은 시스템, 일반화된 리더십은 없다. 회사 수만큼, 사람 수만큼 존재하는 것이 경영이고 리더십이다. 삼성의 성공은 삼성만이 갖는 독특한 오너 경영이다. 10년 이상 멀리 보고 리스크 있는 곳에 과감한 투자를 한다. 전문경영인이라면 꿈도 못 꾸는 단기성과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어떤 정신없는 사람들은 “삼성을 해체하고 국민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본도 국가가 주었고 인재도 국가가 키웠으니 삼성은 공기업이 되어 마땅하다”라고 주장한다. 그런 논리라면 자본 지원을 받은 기업은 국민기업이 되어야 하고 국내 대학생을 채용한 모든 기업은 당연히 국민기업이 되어야 한다.

좋은 기업이란, 탁월한 기업이란, 위대한 기업이란 망하지 않고 좋은 성과를 꾸준히 내는 기업이다. 우리가 삼성을 훈계한다고 하여 삼성이 망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내가 삼성을 자랑질한다고 하여 삼성이 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삼성을 망하게 하는 것은 애플이나 구글의 경쟁 기업이다. 삼성은 그들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내기 위해 경영을 혁신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일부 사람들이 삼성을 비난하는 이유를 잘 안다. 삼성은 혁신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정경유착으로 성장하였다고 생각한다. 정경유착만 잘하면 반도체가 만들어지고 스마트폰이 만들어지며 첨단 디스플레이가 만들어지는 줄 안다. 또한 그들은 삼성이 노동자의 희생으로 성장한 기업이라고 한다. 노동자를 쥐어짜기만 하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매출액이 쑥쑥 올라 재벌만 살찌우고 노동자는 점점 피폐한 삶을 살아간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한국의 젊은이들이 삼성에 취직하기 위해 삼성 ‘고시’를 준비하는 이유는 말하려 하지 않는다. 구태여 삼성이 낸 세금의 액수와 한국 경제의 기여도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선도 산업으로 등장한 K-방산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을 노골화하고 있는 기미가 보인다.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자기들의 권력 아래에 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국내 방위산업과 방산물자 공급기업의 DPMS 제도를 통해 글로벌 방위산업기업육성과 방위산업 체계별 SCM(Supply Chain Management) 바탕으로 기본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지금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방위산업이 개별 산업이 아니라 미래 산업을 위한 관리의 체계화가 필요하고, 퀀텀점프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K-방산을 중심으로 제2의 삼성을 키워서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제2의 삼성에 취직하고 폼나게 전 세계를 누비며 ‘코리아’보다 더 위대한 기업을 꿈꾸어야 할 시기이다. 한국의 록히드마틴 기업이 탄생하고, 방위산업계의 삼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란 것이다. 어수선한 시기에 K-방산의 발목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시기, 질투와 남 탓 반기업 정서의 개입으로는 하룻밤의 꿈으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