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부터 액세서리까지
성별 구분 사라지는 추세
지디의 컴백에 가요계 말고도 관심을 갖는 곳이 또 있습니다. 바로 '패션업계'인데요. 2016년 아시아 남성 최초로 샤넬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되고,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선보인 콜라보는 정가 이상의 리셀가가 붙는 등 패션업계에 미치는 지디의 파급력이 세기 때문인데요. 지디가 선택하는 패션 아이템 하나하나가 관찰의 대상이자 유행을 예고하는 시그널이라는 겁니다.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성들의 편의를 위해 '지디가 양산을 써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까요.
다양한 유행을 선도해왔지만 그중에서도 '젠더리스(genderless)' 패션이 가장 관심을 끌었죠. 젠더리스는 성별의 경계를 허문다는 뜻입니다. 어그부츠를 신은 남성, 반다나와 스카프를 한 남성, 넥타이를 맨 여성 등 성평등 문화를 기반으로 합니다. 실용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에는 자아를 마음껏 표현하는 도구가 됐죠. 어그부츠를 예로 들어볼까요. "나랑 죽을래, 나랑 밥 먹을래"라는 명대사로 2000년대 초반 인기를 얻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배우들의 열연 속 따라 하고픈 스타일링까지 더해져 방영 내내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여자주인공 임수정이 착용하고 나온 어그부츠는 2030세대 여성들을 사이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죠.
그런데, 최근 재유행하는 어그부츠의 고객군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와 달리 남성들의 주목을 받고 있거든요. 겨울철 마땅히 신을 만한 방한용 신발이 없는 남성들이 어그부츠로 눈을 돌린 겁니다.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어그(UGG)'는 올해 남성 고객 매출이 52% 가량 상승했다고 밝혔으며, 세계적인 뮤지션 ‘포스트 말론’과 함께 '웨더 하이브리드 컬렉션'을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스카프와 반다나는 또 어떻고요. 지디가 머리에 두르고 나타나 개성있는 공항 패션룩을 완성시킨 샤넬의 꽃무늬 실크 스카프를 비롯해 모델 출신 방송인으로 알려진 주우재가 사복패션에서 반다나를 착용했습니다. 스카프 스타일링에 대한 남성 관심이 증가하자 디올, 구찌, 루이뷔통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다양한 디자인의 스카프를 출시하면서 남성 고객 공략에 나섰습니다. 올해의 젠더리스 트렌드에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의류뿐만 아니라 키링을 비롯한 다양한 패션 액세서리에도 적용됐는데요. '꾸미기 열풍'과 '젠더리 패션'이 합쳐진 결과죠. 중성적이면서도 개성적인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이 출시되면서 개성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Z세대, 남성 팬덤으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키링 브랜드 '모남희'와 지디가 이끄는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피마원)'은 IPX(구 라인프렌즈)의 주도로 협업을 진행했죠. IPX는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데희(DAIHEE)'와 '지희(SYHEE)'라는 새로운 키링 IP로 탄생시켰습니다. 모남희의 오리지널 캐릭터 '블핑이'에 피마원 상징인 '데이지'를 적용했는데요. 중성적인 디자인으로 지난 11일 피마원 사이트에 일부 수량이 선런칭되자 빠르게 품절 대란을 일으켰습니다. 박서준, 고소영, 나나, 코쿤 등 연예인들도 키링 인증샷을 SNS에서 올렸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성 역할보다는 실용성을 우선하고 남녀 옷을 규정하는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소비자의 관점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패션 업계에는 앞으로도 남녀를 구분 짓던 명확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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