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행사해 주식 35% 확보
레인보우로보틱스 삼성전자 자회사로

삼성, 휴머노이드사업 위해 로봇추진단 설립
미래로봇추진단장에 오준호 교수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대덕 캠퍼스에서 로봇(휴보2)과 사람이 악수하고 있다./한국경제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대덕 캠퍼스에서 로봇(휴보2)과 사람이 악수하고 있다./한국경제
삼성전자가 국내 로봇 개발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본격적인 로봇 사업 확장에 나선다.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사업장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투입하고, 해외에서도 로봇 영업판매에 나서는 등 양사 시너지를 확대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기존 14.71%에서 35%로 늘리며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 미리 정해진 조건으로 추가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지분 20.29%를 추가로 취득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약 868억원을 투자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와 그의 제자인 이정호 대표가 함께 뜻을 모아 2011년 회사를 설립한 회사다. 2004년 한국 최초의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Lab)이 이 회사의 전신이다.

2021년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뒤 지난해 4월 미국 일리노이주에 영업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LIG넥스원, 구글, 미 해군연구소(NRL), 미 국립과학재단(NSF) 등에 자사 로봇을 공급하고 한국천문연구원과 협력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아왔다.미래로봇추진단 신설, '휴보 아버지' 단장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 공동 창업자인 오준호 교수는 삼성전자 미래로봇사업추진단장에 올랐다./한국경제
레인보우로보틱스 공동 창업자인 오준호 교수는 삼성전자 미래로봇사업추진단장에 올랐다./한국경제
삼성전자는 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업 멤버인 오 교수는 레인보우로보틱스 퇴임 후 삼성전자 고문 겸 미래로봇추진단장을 맡는다. 오 교수는 오랜 기간 산학에서 축적한 로봇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미래로봇 개발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미래로봇추진단은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향후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로봇의 원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핵심 성장 동력화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로서 글로벌 로봇 사업과 개발 리더십 강화를 위한 두 회사간 시너지협의체도 운영한다. 시너지협의체는 미래로봇 기술 개발은 물론 로봇 사업 전략 수립과 수요 발굴 등을 통해 두 회사의 성장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예컨데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양팔로봇, 자율이동로봇 등을 제조, 물류 등 업무 자동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들 로봇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별 데이터, 환경적 변수 등을 AI 알고리즘으로 학습하고 분석해 작업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영업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가 됨에 따라 미래로봇 개발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며 "결국 두 회사의 Win - Win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빅테크 다음 격전지 된 '휴머노이드 로봇'
엔비디아가 지난 3월 소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연합뉴스
엔비디아가 지난 3월 소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연합뉴스
삼성전자가 2024년 마지막 날 인수합병(M&A) 소식을 발표하면서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장중 15% 넘게 뛰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미래로봇 개발 포트폴리오 구축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M&A 발표 전날에는 엔비디아가 내년 상반기 중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뛰어든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테슬라,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가 일제히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뛰어들면서 AI 기술의 다음 격전지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9일 엔비디아가 2025년 상반기 중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형 컴퓨터의 최신 버전 '젯슨 토르'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3월 열린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서 "미래에는 (가전제품이나 기계 등) 움직이는 것은 모두 로봇이 될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AI 플랫폼 '그루트'를 공개했다.

테슬라는 올해 7월 800명에 가까운 신규 채용 공고를 냈는데, 일자리 대부분이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를 포함한 AI와 로봇공학 관련 직무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지난달 로봇 스타트업 ‘피지컬 인텔리전스’에 나란히 투자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이 업체는 인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AI인 범용인공지능(AGI)을 로봇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로봇에 탑재할 대규모 AI 모델과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등이 일제히 투자한 바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 역시 로봇 시장을 다음 성장동력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은 최근 "며칠 전 세계 최고 갑부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앞으로 힘써야 할 분야는 자동차가 아닌 다기능 로봇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빅테크 기업이 앞다퉈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나서거나 투자하면서 관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BCC는 현재 780억달러(약 115조원) 규모인 세계 로봇 산업 규모가 2029년 말에는 1650억달러(약 243조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