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월마트 버전의 에르메스 버킨이 온라인 장악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명품의 대안을 찾는 소비자들이 월마트의 워킨백에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에르메스 버킨백은 영국의 유명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따서 만든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이다. 한 명의 장인이 40시간 이상 수작업으로 제작하며, 고급 소재와 정교한 제작 방식으로 유명하다. 뮌헨의 쇼핑몰 SACLÀB에 따르면, 버킨백의 기본 모델 가격은 현재 최소 7,200달러(약 1,060만원)부터 시작한다.
구매 과정 역시 까다롭다. 에르메스에서 다른 제품을 여러 차례 구매해야 하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원하는 제품을 받기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월마트의 워킨백은 78달러(약 11만 원)라는 저렴한 가격에 출시됐으며,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워킨백 제조사에 따르면, 외부는 소가죽, 내부는 합성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CNN은 “명품은 여전히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높은 가격으로 인해 구매가 어렵다”며 소비자들이 저렴한 듀프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듀프(Dupe)는 복제품(Duplication)을 줄여 쓴 용어로, 브랜드 디자인을 비슷하게 만든 제품을 의미한다. 이는 로고까지 복제해 명품으로 착각하게 하는 모조품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 트렌드는 글로벌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2023년 10월 미국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Z세대의 49%가 복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밀레니얼 세대 역시 44%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CNN은 에르메스뿐만 아니라 스탠리 텀블러, 스킴스 바디수트, 룰루레몬 레깅스와 같은 고가의 브랜드 제품들 역시 저렴한 유사 제품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유명 브랜드보다 저렴한 듀프 제품이 온라인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럭셔리 컨설턴트 G&Co.의 최고 고객 책임자인 스티븐 모이는 CNN에 “복제품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자동차 제조업체 토요타와 혼다가 고급 모델인 렉서스와 아큐라로 반발을 샀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진정한 초호화는 단기적으로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며 복제품이 에르메스와 같은 명품 브랜드의 충성 고객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젊은 세대가 럭셔리 제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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