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다수는 의정 갈등 장기화 탓에 심리·신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만, 이 문제에 국민과 환자는 참여할 기회가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7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지난달 20∼24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 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6%는 '의사 인력의 지역과 진료과별 배치 불균형은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한국의 의사 수에 대해서는 과반인 57.7%가 '모자란다고 생각했다'고 답했고,'적정하다'는 26.9%, '생각해 본 적 없다·의견 없다' 8.9%, '적정 수준 초과한다' 6.5%였다.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린 기존 정부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9.0%가 '증원 시기와 규모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7.2%는 '증원 시기와 규모 모두 정부안에 동의한다'고 밝혔고, 34.8%는 시기와 규모 중 하나만 동의했다.
정부의 의료개혁 4대 과제인 ▲ 의료인력 확충(61.0%) ▲ 공정보상(63.3%) ▲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69.0%) ▲ 지역의료 강화(76.3%)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모두 6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국민 10명 중 7명(69.0%)은 정부와 의사집단의 갈등은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사전에 정책에 대한 주요 이해관계자의 신뢰도를 파악해 협력을 모색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61.9%)을 갈등 촉발의 원인으로 꼽았다.
응답자 54.0%는 현 상태로는 의정 갈등을 해결할 수 없으며,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전혀 다른 제3의 방안'(38.0%)이나, '정부안의 수정안'(35.4%)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장기화된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 개혁안을 수정하거나 추진을 보류해야 한다'는 응답은 45.4%, '의료개혁은 지속해야 한다'는 37.7%였다.
의정 갈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0.0%나 됐다. 의정 갈등 장기화가 본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엔 88.0%가 '그렇다'고 답했고, 이중 52.4%는 '불안감과 우려 등 심리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9.6%는 의정 갈등 조정과 해결에 국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다만 응답자 대부분은 '일반 국민과 환자는 의정 갈등에서 소외되기 쉽다'(75.1%), '의정 갈등 조정에 일반 국민과 환자는 힘이 없다'(74.5%)고 답해 의정 갈등 문제 해결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7.5%는 '정부가 정책과 갈등 상황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있지 않다'고 했고, 효과적 소통을 위해 '소통과 피드백'(34.1%)과 '소통 주체 구성과 태도'(28.7%)를 보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여전히 많은 국민은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현재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의료개혁의 동력이 약화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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