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스스로 사게 하는 방법[김한솔의 경영전략]](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AD.39301879.1.jpg)
그래서 설득을 잘하는 사람은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게 만든다. 이는 항상 고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영업 담당자들이 고민해야 할 포인트다.
상대의 설득에 넘어갔다는 나쁜 감정이 아닌 구매자가 ‘결정’했다고 느끼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질문이다. 상대가 말하게 하려면 물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중요한 건 ‘어떤 질문’을 하느냐다. 영업 고수들이 쓰는 질문 3단계를 소개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첫째는 ‘상황 질문’이다. 고객이 처한 상황을 묻는 게 시작이다. 기업 간 거래해야 한다면 상대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만나 “지금 사업 현황이 어떠세요”를 묻는 식이다.
거래처의 상황을 알아야 그에 맞는 솔루션을 줄 수 있으니 당연히 필요한 질문으로 느껴진다. 누구나 해야 하는 상황 질문이지만 잘해야 한다.
앞서 예로 든 질문은 틀렸다. 그 질문을 들은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게 왜 틀렸는지 금방 이해가 된다.
구매 담당자는 영업 담당자를 ‘나’만 만나는 게 아니다. 만나는 영업 담당자마다 “요즘 사업 어떠세요”를 묻는다면 똑같은 답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당연히 짜증이 난다.
그렇더라면 어떻게 물어야 할까? ‘닫힌 질문’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질문은 크게 두 개로 구분한다.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이다.
열린 질문은 ‘무엇을’, ‘어떻게’, ‘왜’ 등의 의문사를 써서 묻는 것이다. 반면 닫힌 질문은 상대가 ‘네’ 또는 ‘아니오’만 답하게 하는 질문이다. 상대가 많이 말하게 하는 게 필요하니 열린 질문이 좋다고들 한다. 그런데 상황 질문에선 다르다. 상대의 귀찮음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닫힌 질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좋은 상황 질문을 하려면 내가 미리 알고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요즘 XX 사업 쪽으로 진출하신다고 들었는데 잘되시죠”, “최근 OO 기술에 관심을 보이시던데 잘 진행되고 있죠”와 같은 식이다. 듣는 입장에서 ‘이 영업 담당자는 우리 회사에 대해 공부 좀 하고 왔구나’, ‘우리 회사에 꽤 관심을 갖고 있네’라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 나의 질문에 상대방이 “어떻게 아셨어요”라는 답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좋은 상황 질문이다.
첫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현황을 파악하고 나서 둘째 ‘문제 질문’을 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 불편함 등을 상대가 스스로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쉽게 던지는 질문이 “지금 사용하는 것에서 불편한 건 없으세요”라는 말이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 ‘더’ 좋은 문제 질문은 상대방 개인에게 포커싱 된 질문이다.
앞서 예로 든 기업 간 거래 담당자 상황에 빗대 설명해 보자. 구매 담당자는 회사에서 시킨 일을 하는 사람인데 개인에게 집중한다는 게 무슨 말일까.
그 사람이 회사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생각해 봐야 한다. 구매 담당자의 일은 본인이 원하는 제품을 잘 사는 것도 있지만 상위 리더의 의중을 잘 읽고 이를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
그에겐 “지금 쓰시는 것에서 리더님이 아쉬워하는 건 어떤 게 있나요”와 같은 문제 질문을 할 수 있다. 구매한 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제품 사다 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도 구매 담당자에겐 중요하다. 그럴 땐 “지금 사용 중인 것에 대해 실제 사용자분들이 개선되길 원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를 물을 수 있다.
상대방이 처해 있는 다양한 상황을 생각해 보고 입체적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나’만 생각하면 별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상위 리더 입장에서, 실제 사용자 관점에서, 조직 전체 방향성 차원에서 등 다양한 시각을 생각하다 보면 ‘별것’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문제를 느끼게 한 뒤 “저희 제품을 쓰시게 되면 담당자님이 처하게 되는 다양한 역할에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라는 세일즈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현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문제 질문의 핵심이다.
셋째는 구매 의욕을 끌어 올리는 ‘동기 질문’이 필요하다.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느꼈다 하더라도 ‘그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면 최종 구매 결정으로 이어지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를 자극해 문제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현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느껴질수록 구매 판단을 할 확률이 높아져서다.
질문을 설계하는 연습을 하자사람의 동기를 끌어 올리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접근 동기’이고 다른 하나는 ‘회피 동기’다. 접근 동기는 “이번 시험 잘 보면 용돈 더 줄게”라고 하는 식이다. 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해 움직이는 방법이다. 반대로 회피 동기는 “이번에 시험 못 보면 용돈 깎는다”는 접근이다. 원치 않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세일즈 상황에 적용해 보자. 접근 동기를 활용하면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시면 이런 부분에 큰 도움을 얻으실 겁니다. 괜찮지 않나요”라고 묻는 것이고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런 혜택을 놓치실 텐데 아쉽지 않으세요”라는 게 회피 동기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둘 중에 뭐가 더 효과적인가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있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어떤 특성이냐, 고객의 성향이 어떤가 등에 따라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어떤 접근이든 이걸 제대로 느끼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상대의 동기를 ‘키우는 질문’이 필요하다. 방법은 이렇다. 상대에게 내가 제안하는 것의 효과를 가상으로라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시면 기존과 이런 부분이 달라질 텐데 직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와 같은 식으로 ‘좋아질 미래 상황’을 묻고 상대가 그걸 떠올리게 할 수 있다.
반대로 ‘회피 동기’를 느끼게 한다면 “저희 서비스에선 제공하는 기능이 없어서 기존 서비스를 사용하며 직원들이 갖는 불만이 커지지 않을까요”라는 식의 질문이 가능하다.
미래 상황을 내가 설명하는 게 아닌, 본인이 직접 생각해 말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막연한 느낌이 아닌, 구체적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질 때 동기가 커진다. 이를 위해 나의 질문을 ‘설계’하는 연습을 하자.
좋은 영업담당자는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가 ‘말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택’까지 끌어낸다. 결국 질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상대를 말하게 하는 ‘질문’ 스킬이 세일즈 대화의 핵심인 이유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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