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20% 주가 급등…증권사들 목표주가 100만원 이상 상향 조정
불닭소스도 글로벌 시장서 인기…판매가 인상 효과로 영업이익률 20% 달성 전망

마트에 진열된 삼양 불닭볶음면 / 사진=연합뉴스
마트에 진열된 삼양 불닭볶음면 / 사진=연합뉴스
삼양식품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불닭볶음면’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증권사들은 잇달아 목표주가를 올렸다.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삼양식품 주가가 연내 1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 8월 주가가 최고 146만원을 찍은 오뚜기 이후 약 10년 만에 식품음료업종에서 또다시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고가주)가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상 최고가 경신한 삼양식품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2월 21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는 90만6000원, 올해 들어 20%가량 올랐다. 이 회사는 불닭볶음면 수출이 호조를 보인 작년 주가가 254% 급등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올해 들어 두 달간 개인과 기관이 각각 800억원, 5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는 사이 외국인은 약 1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3월 들어 일부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주가는 85만원대로 소폭 조정됐다. 그러나 기관투자가가 유입되며 하방이 지지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올해 들어 삼양식품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실적 덕분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7300억원, 344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 133% 급증했다.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당기순이익은 115% 늘어난 27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인기 상품인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삼양식품 수출 비중은 2023년 68%에서 2024년 3분기 기준 77%로 1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수출 비중 상승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은 2023년 12.4%에서 지난해 19.9%로 대폭 상승했다. 고환율 효과도 실적에 플러스 요인이 됐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북미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고 지난해 내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 원·달러 환율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신고가를 새로 쓴 삼양식품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키움증권(100만원→120만원)과 IBK투자증권(76만원→108만원)이 목표가를 100만원 이상으로 올렸고 한국투자증권(92만원→110만원), 한화투자증권(100만원→120만원)도 동참했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향후 분기당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이익과 체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양식품 주가가 신고가를 기록 중이지만 하방 리스크보다 여전히 상승 여력이 더 크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운맛 시장 성장세…‘불닭소스’도 인기
증권가에서 삼양식품의 성장세를 낙관하는 이유는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매운맛 소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서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매운 소스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8% 성장하고 있다. 미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매운맛이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자리 잡으며 매운 소스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중 미국이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한다. 미국의 매운 소스 시장은 2024년 11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17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4년 기준 제품별 미국 시장점유율은 프랭크 레드핫(23%), 스리라차(17%), 타바스코(14%) 순이다.
산미가 강한 타바스코 소스와 은은한 매운맛의 스리라차 소스와 달리 한국의 불닭 소스는 강렬한 불맛과 단맛을 결합한 차별화된 특징을 내세우며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양식품의 불닭 소스는 2020년 시장점유율이 0.03%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0.4%로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스리라차 소스의 원재료인 고추의 공급난이 지속된 것도 불닭 소스가 부상한 배경이다.

삼양식품의 소스 시장점유율도 확대되고 있다. 이 회사의 소스 매출 비중은 2019년 1.8%에서 2024년 2.6%로 증가했다.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35%에 달한다. 소스 수출 금액은 2023년 960만 달러에서 지난해 1610만 달러로 68% 성장했다.

불닭볶음면 소비층을 대상으로 판매됐던 불닭 소스는 최근 치킨, 튀김, 볶음 요리 등 다양한 메뉴에 활용되며 소비층이 다양해졌다. 젊은 소비자가 주로 사용하는 SNS 틱톡에서 ‘불닭 챌린지’가 유행하며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간 영향이다. 지난해 말 삼양식품의 ‘스플래시 불닭’ 캠페인이 성공하며 글로벌 검색량도 늘었다.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의 ‘핵불닭볶음면’ 리콜 사건도 브랜드 인지도가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불닭 소스가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유통망도 확장되고 있다. 미국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요 대형 유통망에 입점했고 온라인 시장에서도 아마존 매운 소스 카테고리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손현정 유안타 연구원은 “K푸드 열풍과 매운맛 트렌드 확산이 맞물리면서 불닭 소스는 단순한 라면용 소스를 넘어 독자적인 매운 소스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며 “브랜드 파워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지속해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열풍에 주가 강세… ‘황제주’ 탄생할까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밀양 2공장 가동 시 수출 물량 40% 증가 기대
증권가에선 삼양식품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의 반사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소스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산 소스가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멕시코와 캐나다산 소스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각각 28%, 21%로 두 국가가 미국 매운 소스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살사, 타코 소스, 핫소스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유통업체는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태국 등이 대체재 공급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삼양식품의 생산 능력이 올해부터 증가하는 것도 호재다. 삼양식품은 오는 6월 경남 밀양 2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북미와 유럽 수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2027년엔 중국 현지 공장도 가동을 시작한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4.5%로 미국(21.6%)보다 높게 나타났다.
증권가는 삼양식품의 올해 연결기준 매출이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년 대비 26%가량 증가한 수치다. 면 스낵 수출이 1조7000억원으로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생산능력이 약 7억 식에 달하는 밀양 2공장이 가동되면 약 40%의 수출 생산능력 향상이 기대된다. 면 스낵 부문의 국내 매출은 작년 감소했으나 올해 내수 소비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며 소폭 반등할 전망이다. 밀양 2공장이 가동되면 원주와 익산 공장의 수출용 물량 일부가 내수용으로 전환될 수 있다.

삼양식품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500억원대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 지역 수출 확대와 고환율에 따른 평균 판매 가격 상승효과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매운맛 라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과 고환율로 인한 재료비 상승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이 글로벌 국물라면 브랜드 ‘맵’을 선보이는 등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프로모션 강화로 인한 판관비가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공장 증설에 따른 고정비 증가도 이익을 제한할 수 있지만 성장폭을 감안할 때 추가 주가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