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올해 이 상품이 ‘가을야구 정기예금’에서 이름을 바꾸고 혜택도 손봤다. 부산은행의 새로운 공식, 올해도 완판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팬심 마케팅 지속 가능?

부산은행은 “순위를 따지기보다 롯데의 승리를 응원하고 보다 많은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란 입장이다.
기존 상품이 적용한 우대금리 기준, 즉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은 2017년 이후 한 번도 충족된 적이 없었다. 지난해 롯데는 66승을 기록하며 10개 구단 중 7위에 그쳤다.
앞서 부산은행은 고금리 시대에 최고 연 10%의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저조한 성적으로 고객들이 우대금리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금융 상품 본연의 매력이 퇴색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봄이 되면 온라인 커뮤니티엔 “매년 부산은행 고객을 상대로 사기에 가까운 영업을 하고 있으나 ‘합법’이라는 이유로 금감원도 손 놓은 상품”이란 글이 게재됐다. 부산은행의 가을야구 정기예금 상품을 재치 있게 소개한 글이다.
그런데 올봄 부산은행의 인기 상품이 달라졌다. 이름도 우대금리도 확 바뀌었다.

그러나 면밀히 따져보면 혜택은 축소됐다. 기존 ‘가을야구 정기예금’은 가입한 모든 고객에게 0.30%p의 ‘가을야구 염원’ 우대이율을 지급했으나 개편된 상품에서는 승리기원으로 이름이 바뀌며 기본 우대금리가 0.10%p로 대폭 축소됐다.
또한 지난해에는 가을야구에 진출할 경우 0.10%p의 우대이율이 제공됐으나 올해는 70승 이상을 기록하면 0.05%p를 준다. 예를 들어 롯데가 70승을 기록할 경우 1억원을 예금해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금리는 단 5만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70승이란 기준이다. 지난해 가을야구에 막차를 탄 5위 팀이 74승을 했다. 사실상 ‘가을야구’와 다름없는 성적인데 이율은 오히려 준 셈이다.
‘가을야구 정기예금’은 18년간 롯데 팬들의 충성심을 기반으로 큰 인기를 끌어왔다. 성적과 무관하게 매년 완판을 기록하며 32만 개 이상의 계좌가 개설됐다. 지난해에도 1만3617개 계좌가 개설되며 4413억원이 예치됐다.
부산은행의 이번 개편은 ‘가을야구’라는 불확실한 목표 대신 보다 현실적인 기준을 적용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품 구조를 뜯어보면 고객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혜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은행이 팬들의 충성도를 이용해 실질적 혜택은 축소하면서도 마케팅 효과만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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