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2012년부터 케이콘 개최
글로벌 무대서 한류 알리기 앞장서

이재현 CJ 회장, 이미경 CJ 부회장
일찌감치 문화 중요성 알아보고 해외 진출 시동

적자에도 케이콘 규모 키우며 사업 강행
경영진 리더십, K콘텐츠 산업에 긍정적 영향

[스페셜 리포트: K컬처 30주년, 전세계가 주목하는 CJ]
사진=CJ ENM
사진=CJ ENM
2019년은 K컬처의 역사에서 중요한 해로 꼽힌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K팝과 K무비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에서 다양한 음악상을 수상했고 블랙핑크는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에 참여하여 K팝 걸그룹 최초로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했다.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도 2019년이다. 이를 기점으로 미국 내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이듬해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주요상을 휩쓰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같은 K콘텐츠의 성과는 뷰티 영역으로 흘러내려갔다. 2018년까지 2억~3억 달러대에 그쳤던 대미 화장품 수출은 2019년 8억 달러로 급증했다.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타고 BTS가 연이어 빌보드 1위를 기록한 이듬해에는 12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문화의 소비가 상품의 소비로 이어진 셈이다.

이와 같은 K컬처 세계화의 기반을 닦은 일등공신은 CJ다. CJ ENM이 2012년부터 매년 해외에서 개최하고 있는 ‘KCON(케이콘)’은 한류를 대세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HBR은 CJ ENM의 케이콘이 K컬처를 세계화했다고 평가했다.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모범 사례로 조명했다. ◆ “적자 봐도 더 키운다”…케이콘, K컬처 미래의 문 열어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20.6% 늘어난 102억 달러를 기록했다. 1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뷰티 제품이 수출된 지역은 170개국 이상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세일에서 K뷰티 매출은 전년 대비 200% 이상 급증했다. 2024년 1분기 중소기업(SME)의 선전으로 화장품 품목이 국내 수출 시장을 선도하기도 했다.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67.4%에 달한다.

K뷰티가 글로벌 화장품 시장을 선도하는 데는 K-웨이브(한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콘텐츠와 식음료를 통해 한국을 접한 이들의 관심이 뷰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HBR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한류가 화장품 수출 성장을 크게 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CJ그룹은 한류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재현 회장와 이미경 부회장은 일찌감치 문화의 역할과 중요성을 알아보고 문화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게 터를 다졌다. 일찌감치 미국으로 향한 케이콘이 대표적이다.
케이콘은 2012년 미국 LA에서 시작된 행사다. K팝 공연에 K-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컨벤션을 융합한 세계 최대의 K컬처 페스티벌이다. 당시 이미경 부회장은 한국의 대중문화를 글로벌 주류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며 케이콘을 시작했다. 케이콘의 출발지점을 LA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 문화산업의 메카인 LA에서 성공하면 전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심장부를 공략하는 전략이었다.

당장 성과가 나는 것은 경영진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한류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케이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케이콘의 형태를 어떻게 발전시킬지가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주된 관심사였다.

실제 2012년 미국 어바인 버라이즌 앰피시어터에서 개최된 첫 케이콘에는 관객이 1만 명밖에 들지 않았다. 물론 적자였다. 첫 케이콘은 주로 신예 K팝 밴드가 참여한 콘서트와 몇 개의 한국 문화 체험 부스, 그리고 팬들과의 교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재현 회장은 2013년 회의에서 케이콘의 투자 규모를 2배 늘리기로 결정했다. K팝의 확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HBR은 케이콘의 저조한 성적에도 사업 규모를 확장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HBR은 “관객 수, 티켓 판매, 청중 반응 모두 기대를 뛰어넘었지만 충분한 수준의 스폰서를 유치하지 못해 적자가 났다”며 “그럼에도 CJ ENM은 케이콘을 확장하고 개선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케이콘은 한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3년간 아시아, 중동,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14개 지역에서 열린 케이콘의 오프라인 누적 관객 수는 약 199만 명에 달한다. 케이콘의 낙수효과를 인정한 기업들은 매년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 기업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현지에서는 케이콘의 성공 배경에는 ‘경영진의 리더십’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미키 리(이미경 부회장)라는 슈퍼 프로듀서가 한국 대중문화를 세계화했다”며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가운데 케이콘 시리즈도 제 역할을 했다. 미키처럼 최고의 리더십을 보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케이콘의 성공은 K뷰티에 기회가 됐다. 올리브영은 2016년 미국 LA에서 처음으로 케이콘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지난해 미국 LA 케이콘 팝업스토어에서는 70여 개 브랜드의 상품 약 210개를 소개했다. 팝업에서 소개한 대부분의 화장품은 자체적으로 해외 진출이 어려운 중소 브랜드였다. 올리브영은 앞으로도 케이콘에 참여해 다양한 뷰티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이재현 회장은 “케이콘은 더 많은 컨벤션 요소를 도입하고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추며 결국 K뷰티나 K푸드 페스티벌과 같은 독립적인 행사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 음악·영화·드라마까지…확장하는 CJCJ ENM은 케이콘 외에도 K팝, K영화, K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K콘텐츠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마마(MAMA)’도 그중 하나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음악 시상식으로 확대된 MAMA는 26년째 K팝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진출 시작이자 전초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1999년 엠넷 ‘영상음악대상’으로 출발한 뒤 2010년 K팝 시상식 최초로 해외인 마카오에서 개최하면서 K팝의 글로벌화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현 회장은 “역사적으로 경제 강국의 전제 조건은 문화 강국”이라며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문화 상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CJ에서 가장 공들이는 사업 중 하나다. 1995년 3월 이재현 당시 제일제당 상무는 누나인 이미경 이사와 함께 미국 LA로 향했다. 독립을 선언한 지 2년도 안 된 시점이었다.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월트디즈니 만화 영화를 총지휘했던 제프리 카젠버그, 음반업계의 거장 데이비드 게펜이 함께 만든 ‘드림웍스SKG’의 투자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도전이었다.

CJ는 드림웍스 설립에 3억 달러를 투자하며 본격적으로 콘텐츠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제일제당의 자산 규모는 1조8000억원, 매출은 2조3000억원(1996년 기준)에 불과했다. 3억 달러는 당시 환율로 23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매출의 10분의 1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였다.
HBR은 CJ가 투자와 제작에 참여한 ‘설국열차’가 글로벌 진출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HBR은 “‘설국열차’는 K-영화 산업이 의도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며 “영어로 제작됐지만 한국 관객들은 영화를 사랑했고 할리우드에서도 비평가들의 찬사와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이어졌다. ‘기생충’은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했다. ‘기생충’은 CJ ENM이 투자와 배급을 담당한 작품이다. HBR는 “1990년대 초반까지 칸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는 단 한 편뿐이었지만 1998년부터 매년 칸에서 한국영화가 소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CJ의 노력은 30년간 이어지고 있다. CJ는 △음악 전문방송 엠넷 인수(1997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 론칭(1998년) △종합엔터테인먼트채널 tvN 개국(2006년) △글로벌 음악 시상식 MAMA 개최(2009년) △CJ E&M(현 CJ ENM) 출범(2011년) △스튜디오드래곤 출범(2016년) △독립법인 티빙 출범(2020년) △CJ ENM 스튜디오스 신설(2022년)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펼쳐왔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