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글로벌 대중화 성공
K팝, K콘텐츠 인기 얻으며 관심 커져
CJ, 문화 기반으로 K푸드 세계화 앞장
비비고, 한국 요리 접근성 높였다는 평가
CJ제일제당, 햇반 앞세워 90년대 해외 진출
이재현 회장 "한식, 세계인 식탁에 자리 잡을 것"

또 K팝 등 K콘텐츠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는 의견도 많았다. 어떤 이는 “K푸드가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K푸드는 이미 세계화에 성공했다. 한 이탈리아의 음식 관련 저널은 올해의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한국 음식 집에서 해먹기’를 꼽기도 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는 K푸드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하며 해외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은 ‘한류’라고 분석했다.

콘텐츠와 음식이라는 포트폴리오를 다 갖춘 유일한 한국의 그룹은 CJ다. CJ는 문화를 기반으로 K푸드의 세계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문화홍보정책실(옛 해외문화홍보원) 역시 “최근 한식은 전례 없는 세계적 인기를 경험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수출의 선두에 있는 비비고는 한국 요리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세계적 리서치 업체 스태티스타는 “한국 식품의 수출 가치가 높아졌다”며 “한국의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의 매출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준비했다. 1996년 한국 최초로 출시한 ‘햇반’이 주인공이었다. 햇반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갓 지은 밥’이라는 뜻이 담긴 햇반은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간편식 니즈가 커지자 빠르게 대응한 결과물이었다.
출시 초기에는 인기가 없었다. 밥을 사서 먹는다는 인식조차 없던 시절 햇반의 등장에 문화적 충격을 받은 이들이 많았으며 부정적 인식도 강했다. 실제 1997년 햇반 매출은 50억원에 그쳤다. 초기 설비 투자 비용(100억원대)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이재현 회장은 햇반의 성공을 확신했다. ‘음식은 먹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신념에 따라 소비자들이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순간이 올 것이라 믿었다.
이듬해인 1997년 CJ제일제당은 해외에도 햇반을 선보였다. 교포와 유학생들이 그 타깃이었다. 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홍콩, 중국 등에 햇반을 수출하면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 햇반은 수출 첫해 5000만원에 불과하던 해외 매출이 지난해 223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는 강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해외를 타깃으로 새로운 브랜드까지 선보였다. 2011년 ‘비비고’가 탄생한 배경이다. ‘비비다’와 ‘투 고(To-go: 포장해 가져가다)’의 합성어로 이 회장이 브랜드 명칭까지 직접 작명했다.
CJ는 지역별로 핵심 고객층과 소비자들의 교육 수준이 다른 점에 주목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만두의 주요 소비층이 4050세대인 반면 유럽에서는 25~40세 소비자들이 즐겨 먹는다. 또 아시아 지역에서는 만두와 한국 음식의 인지도가 높지만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했다. 비비고는 시장에 따라 그 특성을 살리는 전략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한식 세계화의 끝은 ‘현지화’라는 판단이었다. 한국에서 피자와 파스타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는 것처럼 한식도 그 나라의 입맛에 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에서는 닭고기, 소고기, 고수 등을 주로 활용하고 중국에서는 옥수수, 배추 등을 사용했다. 또 러시아에서는 고기가 많이 들어간 만두를 선보였다.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비비고의 매출은 2013년 431억원에서 2022년 3조원 수준으로 늘었다. 전체 사업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4분기 CJ제일제당은 식품 사업으로 총 2조8443억원을 벌었는데 이 가운데 52%(1조4787억원)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K푸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고객도 다양해지고 있다. K푸드의 초기 소비자는 새로운 제품을 시도하거나 문화적 호기심이 많은 이들이었지만 현재는 다양한 소비자들이 K푸드를 소비하고 있다. 비비고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비비고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는 “특정 타깃 그룹에 초점을 맞춘 뒤 점차 대중으로 확장하겠다”며 “현지 대중의 취향에 따라 제품을 계속 개선하려고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생각은 현실이 됐다. 2012년 3월 CJ그룹 신입 사원들의 아이디어 경연 행사에서 “10년 전부터 한식이 세계인의 식탁에 자리 잡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그간의 노력으로 한식 세계화가 시작됐고 10년 후 한식이 글로벌 식문화의 주요 카테고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식품·화장품 등 3개 산업의 합산 수출액은 330억 달러 규모다. 10대 수출 품목 기준으로는 △반도체(1419억 달러) △자동차(798억 달러) △석유제품(503억 달러) 다음에 해당하는 규모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문화적 영향력이 경제적 힘만큼 강력한 시대에 한때 일부의 관심사에 불과했던 한류는 글로벌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며 “한류는 쇠퇴할 조짐이 없다. 전 세계 산업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전 세계의 문화산업을 이끌게 된 데는 30년간 꾸준하게 투자를 이어온 CJ의 역할이 컸다. 이재현 회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 문화산업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전 세계의 문화산업은 이미 철강, 전자, 자동차산업을 능가하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경제성장의 주요 원동력이었다”며 “한국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문화 수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CJ가 낮은 수익에도 불구하고 문화 콘텐츠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년 전 이 회장은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영화를 보고, 매월 1~2번의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 생활 속에서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기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류에 대한 CJ의 비전은 확고하다. 이재현 회장은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한류가 특정 민족이나 틈새 시장으로 간주된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사랑하는 대중적인 장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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