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목표 55% 수준 예상… 과학·국제 기준 미달
[한경ESG] 이슈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31~2049년 감축 목표가 정량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전지구적 기여 기준에 부합하는 목표 설정, ▲누적 배출량 고려를 통한 미래세대 부담 방지, ▲과학적·국제 기준에 따른 판단 등 세 가지를 불합치 요건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환경부 장관은 올해 7월경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1~2개월간의 공론화 및 탄소중립위원회 심의를 거쳐, 9월 유엔에 최종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정부가 밝힌 수립 일정과 절차에 따르면 2035 NDC는 55%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부처별 감축 가능량을 바탕으로 한 하향식 조사가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헌재는 ‘얼마나 감축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감축해야 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시했지만, 현 정부 안에는 이러한 헌재의 판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의 2035년 목표가 선형 감축 기준으로 설정될 경우, 2020~2035년 누적 배출량은 약 79억 톤에 이를 것이라는 게 최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는 플랜 1.5가 복합 공정배분 방식에 따라 산정한 한국의 최대 탄소예산(약 87억 톤)의 90%를 소진하는 수준이다. 이후 장기 감축경로를 설정할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이 경우 국제기구가 제시한 과학적 기준과도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IPCC와 COP28은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48%, 2035년까지 최소 65% 감축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파리협정의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BDR-RC) 원칙에 따라, 역사적 배출과 경제력에 걸맞은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자국 헌법재판소의 판단 이후, 2040년까지 88% 감축, 2045년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바 있다. 최 변호사는 “한국도 과학적 기준에 따라 탄소예산을 산출하고, 이를 토대로 감축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랜 1.5는 IPCC의 형평성 원칙을 적용해, 전 지구적 배출량에 따른 한국의 탄소예산 비중을 1.1~1.2%로 제시하고, 최대 허용량인 87.4억 톤 안에서 연도별 감축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최 변호사는 “기후위기는 감축이 늦어질수록 미래의 부담이 커진다”며 “장기 감축경로는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는 헌법적 조치이자, 경제적으로도 장기 성장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최근 한국은행과 기상청도 1.5도 목표에 대응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가장 높다고 분석한 만큼, 정부와 국회는 2035 NDC와 장기 감축경로를 국제 기준에 맞게 재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누가 어떻게 2035 NDC 목표를 결정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이 주최하고, 녹색전환연구소와 여성환경연대가 공동 주관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