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Z세대, ‘스티브 잡스 룩’ 입고 출근하는 이유
글로벌 Z세대 직장인들의 출근복이 다시 단조롭고 단정한 스타일로 회귀하고 있다. 재택근무 종료와 함께 경기 침체, 고용 불안정 등 외부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2일(현지 시각)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종료되면서 화려하던 Z세대 직장 패션이 다시 평범한 유니폼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크롭탑 등 개성 있는 사무실 패션이 유행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더 실용적이고 단정한 옷차림이 트렌드가 됐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 역시 지난달 30일 “Z세대가 해고와 경제 불안에 대응해 스티브 잡스처럼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잡스는 생전 검정 터틀넥, 청바지, 운동화 패션을 매일 고수했는데, 이를 따라 자신만의 ‘출근 유니폼’을 갖춘다는 취지다.
틱톡에서도 관련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한 사용자는 영상에서 “나는 옥스포드 셔츠를 입고 살고, 숨 쉬고, 죽는다”며 매일 같은 셔츠를 입는다고 설명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회색과 검정 계열로 구성된 계절별 출근 옷 구성을 소개했다. 그는 “결정 피로와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같은 옷을 입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용자는 계절별 ‘직장 유니폼 로테이션’을 구성하는 회색과 검은색 색조의 의상을 소개했다. 그는 “결정하는 데 따른 피로와 그것이 일으키는 파괴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매일 출근할 때 똑같은 옷을 입는다”며 “스티브 잡스를 코드화한 것”이라고 전한 이용자도 있었다.

이는 '불확실한 경기 상황 속 통제 방식'으로 풀이된다. 심리치료사 엘로이즈 스키너는 “팬데믹으로 사무실 경험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에게 유니폼 스타일은 안전함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Resume. io의 경력 코치 아만다 오거스틴 역시 “Z세대는 해고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구조와 일상을 단조롭게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관된 아침 일과를 개발함으로써 다른 요소가 불확실하게 느껴질 때 자신의 직업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온라인 잡지 인텔리전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미국 기업 10곳 중 6곳이 갓 졸업한 Z세대 직원을 해고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해고 사유로는 비전문적인 태도,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출근 지각, 부적절한 복장 등이 지적됐다.

포춘은 “현재의 유니폼 트렌드는 단순한 옷차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치솟는 인플레이션, 정체된 임금, 주택난, 잇따른 해고 공포 등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Z세대의 필사적인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