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작업자가 염전을 정리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3일 강제노동 규정을 위반한 국내 최대 규모 단일염전인 태평염전의 소금 수입을 차단하는 인도보류명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7일 오전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작업자가 염전을 정리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3일 강제노동 규정을 위반한 국내 최대 규모 단일염전인 태평염전의 소금 수입을 차단하는 인도보류명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전남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해당 염전에서 노동 착취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2일(현지시간) 신안군 태평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에 대해 ‘인도보류명령’(WRO·Withhold Release Order)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모든 항구에서 태평염전 소금의 반입이 즉시 중단됐다. 태평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의 수출을 재개하려면 생산 기업이 강제 노동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태평염전은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 위치한 국내 최대 단일 염전으로, 연간 1만6000톤의 천일염을 생산한다. 국내 전체 생산량의 약 6%에 해당한다. 1953년 조성돼 2007년에는 국가등록문화재로도 지정됐다. 염전 부지 대부분은 생산업자에게 임대되어 운영되며, 일부 사업장에서는 과거 지적장애인에게 강제 노동을 시켰던 ‘염전 노예’ 사건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CBP는 “강제노동이 사용됐다는 합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WRO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신분증 압수, 열악한 근무·생활 환경, 채무 구속, 과도한 초과근무 등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한 강제노동의 핵심 지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어 WRO 명령은 인권 보호와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CBP 청장 대행 피트 플로레스는 “강제노동과의 싸움은 CBP의 최우선 과제”라며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은 미국 시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밝혔다. 수전 토머스 CBP 무역국장 대행도 “강제노동이 개입된 공급망을 배제하는 것은 미국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강제노동 제품은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때문에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는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 제품이 강제노동을 이유로 미국의 수입 금지 조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1994년 일본 이후 30여년 만이다. 이번 명령으로 한국은 중국, 소말리아, 짐바브웨 등 12개국과 함께 WRO 대상국 리스트에 올라가게 됐다.
한편 신안군은 7일 “강제노동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조치에 대해 반발했다. 문제가 된 것은 태평염전의 한 임대사업자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장기간 체불한 사건인데, 이를 전체 염전에 확대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업자는 2014년부터 7년간 총 3억400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항소심에서 징역 2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반면 공익단체들은 2022년부터 미국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공익법센터 어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원곡법률사무소 등은 “2014년 이후 지금까지 근로기준법의 강제근로금지 위반으로 처벌받은 가해자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라며 “CBP의 인도보류명령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WRO 해제를 위한 요건을 검토하고, 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태평염전 등 관련 업체에 노동자 인권 보호와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송희 인턴기자 kosh11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