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온천, 물 부족에 ‘당일치기 입욕’ 막는다
외국인 관광객의 급증으로 일본 전역 온천 마을이 물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당일치기 입욕을 제한하고 심야 운영을 중단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NHK, 교도통신, CNN 등 외신은 “과잉 관광으로 인해 일본의 천연 온천이 고갈되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객 수가 급증하면서 온천수 사용량도 함께 늘어나, 전국 2만 7,000개에 천연 온천 중 일부는 이미 심각한 수위 저하를 겪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규슈 서쪽 사가현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우레시노 마을이다. 30개가 넘는 호텔과 료칸이 밀집한 이 지역은 국내 관광객 중심 명소였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며 온천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2020년 50m였던 수심은 2023년 기준 39.6m까지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4년 사이 약 20%가 감소한 셈이다.
북부 홋카이도의 유명 온천지 니세코 역시 최근 3년간 온천수 공급 수위가 약 15m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 일본 지방정부는 당일치기 입욕 제한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온천 지역에서는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심야 운영을 중단하고, 성수기에는 숙박객이 아닌 외국인의 입욕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야마가타현의 인기 온천지 긴잔 온천 역시 겨울 성수기 동안 당일치기 여행객의 입장을 제한하고 있으며, 우레시노 측은 일일 온천수 추출량 제한과 함께 일부 호텔에 심야 시간 객실 내 온천 이용 시간 축소를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과잉 관광을 온천수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엔저(엔화 약세)까지 더해져 일본 온천 관광이 세계적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68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오 온천 연구소의 아키히로 오츠카 연구원은 NHK에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호텔이 확장되고, 객실마다 개인 온천이 설치되는 사례가 많아졌다”면서 “전국의 여러 인기 있는 온천 지역에 압박이 가중됐다”고 전했다.

특히 공동 온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객실 내 개인 온천을 선호하면서, 온천수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 온천은 일반 공용탕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공급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장기적으로 과잉 관광을 억제하려는 조치도 검토 중이다. 입국세를 현재 1,000엔에서 5,000엔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숙박세 도입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14개 지자체가 숙박세를 시행 중이며, 검토 중인 곳도 43개에 달한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