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없는 정치[김홍유의 산업의 窓]](https://img.hankyung.com/photo/202504/AD.40086415.1.jpg)
잘못된 것은 맞지만 과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 후방거울만으로는 미래를 알 수 없다. 인류의 역사 500만 년을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자본주의가 출현한 시간은 23시간 59분 56초, 즉 4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지고 운영된 제도다.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시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자본주의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늘어난 부(富)만큼 행복의 크기도 늘어나면 좋으련만 꼭 그렇지 않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에릭 매스킨 200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행복은 어느 사회에서나 같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기회입니다.” 리처드 탈러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복이란 즐기기에,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 행운을 누리는 것입니다.”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다. 제일 좋은 복지는 일자리 제공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복지란 비참한 사람들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한 부담을 나누기로 하는 것이다. 일종의 보험과 같다. 자본주의를 보험 대신 할 수는 없다.
겨우 200년 전 산업혁명 이후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당수의 사람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한 유일한 힘이 바로 자본주의이다. 아마도 몇 가지 수정이 되더라도 제발 유일하게 기능하는 자본주의를 내다 버리지 않게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정체된다”라는 이스털린의 역설을 발표했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도가 경제성장과 비례해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인의 부는 국가의 경제 상황에 따라 춤을 춘다. 그만큼 나라 살림이 좋아지면 행복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시대는 정책을 낳고, 정책은 개인의 삶을 지배한다. 인도 야무나 공원의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에는 ‘7가지 악덕’이 있다. 간디는 국가를 망하게 하는 첫 번째 악덕으로 ‘철학 없는 정치’를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도덕 없는 경제, 노동 없는 부,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윤리 없는 쾌락, 헌신 없는 종교’이다.
요즘같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우리는 ‘국가’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들춰봐야 한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고 말하는 또 다른 한쪽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미국은 관세로 세계무역 질서를 흔들고 있다. 가진 자원이라곤 인적자원밖에 없는 우리는 인구 감소가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적은 노동력으로 기업활동을 운영해야 한다. 일부는 대체인력 지원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우리가 지금 해결해야 할 것은 부국강병을 위한 산업보국 정책으로 과거지향적 시각에서 미래지향적 시각으로 전환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게 우선이 아닌가 싶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 전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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