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서울캠퍼스 청운관에 위치한 학생식당에서 사용자가 페이스사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네이버페이
경희대 서울캠퍼스 청운관에 위치한 학생식당에서 사용자가 페이스사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네이버페이
“지갑도 스마트폰도 꺼낼 필요 없다. 단 0.5초. 얼굴을 살짝 비추자 결제가 끝났다.” 지난 7월 8일 오후 2시께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토스 페이스페이(얼굴 결제)를 직접 체험해봤다. 키오스크에서 4500원짜리 카페라떼 한 잔을 주문한 뒤 ‘페이스페이 적립·결제’ 버튼을 눌렀다. 결제 화면에 얼굴을 정확히 맞추지 않아도 시스템이 자동으로 얼굴을 인식했다. 모자를 쓰고 재차 시도한 3500원짜리 아메리카노 주문에선 인식 속도가 다소 느려졌지만 단말기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자 곧바로 결제가 완료됐다. 체험에 동행한 토스 직원은 “결제 화면에 얼굴이 그대로 뜨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어 화면을 어둡게 조정했고 앞으로는 모자, 앞머리, 쌍둥이 얼굴 등을 구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얼굴만으로 커피값을 결제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2020년 4월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에서 얼굴 결제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고 2024년 3월 네이버가, 최근엔 토스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만 3사 모두 아직까진 시범 운영 단계다.
◆얼굴 결제 3사 3색
토스는 얼굴 결제를 처음 도입한 기업은 아니지만 ‘확산 가능성’에선 가장 앞서 있다. 자회사 토스플레이스를 통해 전국에 약 13만 개의 결제 단말기(토스프론트)를 이미 설치해 놓은 상태다. 이 중 편의점 3사(CU· GS25·세븐일레븐), 음식점, 카페, 미용실, 토스플레이스 가맹점 등 서울 지역 매장 2만 곳에서만 페이스페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10만 곳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프론트 개발 단계부터 얼굴 결제 서비스를 염두에 뒀다”며 “쉽게 말해 단말기 안에 이미 관련 기술이 탑재돼 있고 얼굴 결제 서비스를 진행하는 매장에 대해 (우리가) 스위치를 누르듯 시스템을 켜기만 하면 이 기능을 쓸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얼굴 결제 서비스를 고려해 토스프론트는 여느 카드 단말기와는 다르게 고성능 카메라와 7인치 사이즈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다. 사용자가 직접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로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페이스페이 서비스는 서포터스 중심 시범 운영 단계다. 토스는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이후 서비스 참여자와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얼굴 결제를 상용화한 곳은 신한카드다. 2019년 당시 알리페이의 스마일페이 상용화에 착안해 그해 7월 회사 임직원 대상으로 사내 식당·카페·편의점에 적용했다. 10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후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했다.

2020년 4월 한양대 캠퍼스 내 구내식당과 CU 편의점에서 ‘신한 페이스페이’를 도입하며 얼굴만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홈플러스와 GS25 일부 지점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다만 현재까지 상용화 매장은 6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선발대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더딘 속도다. 토스의 확장세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사는) 리베이트 등 문제로 가맹점에 직접 (단말기)영업을 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인프라 구축 이슈가 있다 보니 홍보도 조금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페이는 2019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페이스사인’ 기술을 처음 공개한 이후 이 기술을 2022년 준공된 제2사옥(네이버 1784)에 내부 출입 및 결제 시스템으로 도입했다. 2024년 3월에는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캠퍼스 식당에 페이스사인 단말기를 설치하면서 일반인 대상 첫 실험에 나섰다. 사용자가 결제를 진행하면 보유한 네이버페이 머니·포인트가 차감되는 식이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일정한 구역 내의 일상에서 반복적인 결제가 일어나는 대학 캠퍼스나 회사, 테마파크 등 페이스사인 결제의 활용도가 높은 장소로 결제처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연내 출시 예정인 오프라인 결제 디바이스 커넥트(CONNECT)에도 페이스사인 결제 기능이 탑재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네이버페이는 이 기술을 ‘네이버페이 월렛’에도 적용했다. 네이버페이 월렛은 비수탁형 디지털 자산 지갑이다. 사용자는 이 지갑에서 ‘아트’ 형태의 전용 NFT로 티켓을 보관할 수 있다. 이 티켓은 경기 입장이나 행사장 내 결제에 활용 가능하며 전용 혜택, 이벤트, 경기 안내도 간편히 이용할 수 있다.
지갑도 앱도 필요없다…얼굴로 결제하는 시대, 어디까지 왔나
◆등록은 간단, 보안은 정교
얼굴 결제 기술의 기본 원리는 거의 비슷하다. 우선 등록 과정이 간단하다. 사용자들은 본인의 스마트폰을 활용해 각사의 앱에서 최초 1회만 등록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각 사는 얼굴을 상하좌우로 촬영해 눈과 눈 사이 거리, 코 높이 등 얼굴 곡면의 정보를 수집한 후 암호화한 형태로 저장한다.

이후 가맹점 단말기에 달린 카메라 앞에 서면 결제가 된다. 안경이나 모자를 써도 얼굴 곡면이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제가 이뤄진다. 얼굴 결제만으로 불안하다면 추가로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도 있다.

보안 관련 기술에선 약간의 차이가 있다. 토스는 얼굴 위변조 방지 기술 ‘라이브니스(Liveness)’를 활용해 사진이나 동영상 등 가짜 얼굴을 걸러낸다. 24시간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가동해 부정 거래도 탐지하고 조치한다.

신한카드는 얼굴 특징점 정보를 암호화한 후 서버에 분산 저장한다. 결제카드 정보도 가상카드번호를 사용해 정보 유출을 방지한다.

네이버페이는 얼굴의 입체적인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후 FDS 시스템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시도하는 경우 얼굴등록을 차단한다. 결제 단계에선 딥러닝 모델을 기반으로 등록된 얼굴 정보와 결제 단말기에 확인된 얼굴을 대조한다.
◆“신기하지만 낯설어”
얼굴 결제는 간편하고 빠른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회사 출입 인증, 콘서트 입장 인증 등 얼굴 ‘확인’ 경험이 이제는 ‘결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중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소비자의 경험과 인식, 문화적 수용성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서다. 한양대에 재학 중인 신송희(26·가명) 씨는 “얼굴로 결제하는 게 민망해서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편의점에 갔는데 지갑을 두고 왔다는 걸 알았다. 마침 직원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는데 예전에 학교 내 신한은행 창구에서 친구들과 얼굴 등록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딱 한 번 써봤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영자(60대·가명) 씨는 “결제 수단이 많아질수록 더 헷갈린다. 새 단말기를 놓을 자리 마련도 고민”이라고 했다. 반면 카페 직원 김자영(30대·가명) 씨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결제가 가능한지를 묻는 손님이 늘고 있다”며 “얼굴 결제가 추가되면 고객 유입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