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구분 무너뜨리는 '보깅 댄스'③] 아이돌그룹 통해 퍼지는 '보깅 댄스' 인기··· 보기 불편한 시선도 여전

△보깅 댄스 동작 사진.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박성균 대학생 기자] 보깅 댄스(Voguing Dance)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보깅 댄스란 1960년대 이후 뉴욕에서 패션 잡지 ‘보그’ 모델들의 부자연스러운 포즈에서 영감을 받아 생겨난 춤으로 스트리트 댄스 장르 중 하나다.


식지 않는 보깅 댄스 열기···아이돌 그룹과 댄스 팀 재조명으로 이어져

지난 9월 아이돌 그룹 AOA가 엠넷 예능프로그램 ‘퀸덤’에서 선보인 ‘너나 해’ 커버 무대를 계기로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치마가 아닌 검정 슈트를 입고 춤을 추던 AOA와 남성 보깅 댄서들이 하이힐을 신은 채 추는 춤이 화재였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는 물론 유튜브 업로드 영상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춤에 있어서 편견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성도 몸매의 선을 강조하고 여성도 힘 있는 춤을 추는 것이다. 황광석 동국대 실무 무용 겸임 교수는 “성 정체성이라는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트렌드를 잘 반영한 무대”라며 찬사를 보냈다. 당시 무대를 꾸민 댄스팀 ‘카다시바’도 각종 인터뷰와 예능 출연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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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A와 합동 무대 <너나 해>를 꾸민 댄스팀 ‘카다시안’.

보깅 댄스에 열광하는 아이돌 팬들···직접 배우려는 사람도 증가하는 추세

아이돌 팬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기존 국내 아이돌 시장에서 보기 힘든 무대였기 때문이다. 자신을 ‘아이돌 덕후’라고 밝힌 대학생 남지현(25) 씨도 “AOA가 기존에 내세우던 콘셉트와 달라서 더 신선하고 멋졌다”고 전했다. 특히 백댄서들의 무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남성이지만 자신의 몸이 가진 선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절도 있는 동작이 기억에 남았다. 짧은 반바지와 하이힐 차림으로 무대를 누빈 것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라며 “다른 아이돌도 성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은 춤을 추는 무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보깅 댄스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찾는 마니아층도 늘었다. 실용무용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수연(24) 씨도 최근 보깅 댄스를 가르치는 학원을 찾아다녔다. 이전까지 걸스 힙합 등 다른 스트리트 댄스를 배웠던 그는 새로운 춤을 찾다 보깅 댄스를 접했다. 이 씨는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춤이라고 생각해 배우게 됐다”고 계기를 전했다. 또 댄스학원 관계자도 보깅 댄스 수업 유무를 문의하는 분이 많아졌음을 체감하고 있었다. 송파구에 위치한 NY댄스의 관계자는 “최근 학원으로 보깅 댄스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스트리트 댄스 배틀이 활성화됐는데 보깅 댄스로 배틀을 하는 분도 늘었다. 앞으로 보깅 댄스를 배우는 분이 더 증가할 것 같다”고 바라봤다. BAT 코리아도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에서 보깅 댄서 김유정 씨와 미디어 아티스트 이석 씨의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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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깅 댄서 김유정 씨와 미디어 아티스트 이석의 공연.

그러나 아직 소수에 불과···보기 불편해하는 시선도 존재

다만 아직까지 보깅 댄스를 가르치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서울에만 약 600여개의 댄스 학원이 있지만 보깅 댄스를 가르치는 곳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소규모 강의일 뿐이다. 박진성 투에니 센츄리 댄스학원 관리자는 “최근 들어 보깅 댄스에 관한 문의가 늘었다. 아마 서울 전체에 보깅 댄스를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아직까지 대중화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마돈나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장르이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다. 아직 보깅 댄스는 대중들에게 생소하고 비주류에 속한다. 황 교수도 “보깅 댄스가 전문 댄서들에게는 알려졌지만 대중에게 여전히 낯선 춤이다”라며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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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보깅 댄서.

보깅 댄스를 불편해하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댄서 중에서도 호불호가 나뉘는 편이다. 특유의 동작 때문이다. 모어댄스뮤직학원 관계자는 “남자가 여장을 하고 여성적 춤 동작을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도 있다. 또 이를 선호하지 않는 댄서도 있다”며 “개인의 기호에 따라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처음 볼 때부터 익숙해지기 어려운 춤”이라며 생각을 털어놨다.

‘편견 없는 춤’ 보깅 댄스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수많은 종류의 춤 중에서도 보깅 댄스가 주목을 받은 것도 미디어의 힘이 컸다. 황 교수는 “미디어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하다. 특정 장르의 춤이 대중화되기 위해 꼭 필요한 유통 경로기도 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팝핀(Popin)이나 얼반 댄스(Urban dance), 걸 리쉬(Girl lish) 등 최근 유행하는 춤들 모두 미디어의 음악 예능을 통해 퍼졌다. 보깅 댄스의 화제성은 이미 엠넷의 예능프로그램 ‘퀸덤’을 통해 입증됐다. 앞으로도 보깅 댄스에 매력적인 예능 프로그램과 아이돌 그룹들이 더해진다면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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