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충남대·부산대 등 대학병원, 간호사 대규모 채용?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에 못 버티는 간호사들

△8, 9일 이틀에 걸쳐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된 ‘2020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 5만885명이 현장을 찾았다. (사진=김기남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올해도 공공기관의 대규모 채용이 이어진다. 8일 ‘2020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공개된 채용 규모는 총 2만5653명이다.


공공기관 가운데 채용이 많은 분야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다. 국민건강보험공단(1015명)이 1000명 이상을 뽑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760명,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473명을 뽑는다.


특히 병원 채용 인원이 많다. 경상대병원(900명), 부산대병원(944명), 전남대병원(778명), 충남대병원(953명) 등이 대규모 채용을 진행한다. 현정부 들어 건강보험 보장범위를 확대하고 공공 의료를 강화하는 등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채용 직종을 살펴보면 속사정은 다르다. 병원 채용 대다수인 간호사들의 잦은 이직으로 신규 채용이 많기 때문이다.


[현장이슈] 충남대·부산대 등 대학병원, 간호사 대규모 채용?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에 못 버티는 간호사들

△공공기관 가운데 채용이 많은 분야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다. 공공기관 채용 규모 상위 10곳 가운데 8곳이 보건의료 분야다.



공공기관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 채용 많아

올해 944명을 선발할 예정인 부산대 병원의 경우, 전체 채용 인원의 60%가량이 보건의료 자격증을 갖춘 직무에서 선발한다. 이 직무 대다수는 간호사다. 의사는 전체 채용 인원의 25%, 사무 관리직은 15% 비율로 선발한다.


병원의 신규 채용 중 절반 이상이 간호사인데, 정작 간호사들은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병원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건의료인력 전체 정규직 비율은 80%를 웃돌았지만 이직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간호사의 경우 이직 경험률이 73%로 나타났다.


모 대학병원 홍보실 관계자는 “간호사의 잦은 이직은 특정 병원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간호사 직무 자체가 이직이 잦다. 병원에서는 많이 나가기 때문에 신규 채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공공 병원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6개 보훈병원과 보훈요양원을 운영하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올해 758명을 신규 채용한다. 이중 500여명 이상이 간호사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 소속 병원 간호사도 다른 사무 직무에 비해 이직이 잦다”고 말했다.


간호사 근무환경 여전히 ‘열악’

정규직 간호사의 정년은 60세다. 하지만 한 병원에서 정년을 채우는 간호사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는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종합병원 간호사는 24시간 3교대로 일한다. 간호사들은 장시간의 노동과 업무 과중이 되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지역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대학병원 일반 병동의 경우 한 명의 간호사가 15~20명의 환자를 담당한다”며 “8시간의 근무시간 내 정해진 루틴 업무만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정해진 시간 내 일을 하기 위해 대부분 10~15분 만에 빠르게 식사를 하고 일을 한다”고 말했다.

교대 시마다 인수인계로 인한 연장 근무도 흔하다. 하지만 많은 병원이 인수인계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퇴근 시간보다 늦게 퇴근하지만, 초과 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근무 조정도 쉽지 않다. 근무를 조정하려면 다른 간호사가 대신 나와서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 대학병원 간호사는 “대신 근무해야 하는 간호사가 선배면 심적 부담이 상당하다”며 “근무표가 수정되면 다른 간호사 전체 일정에 영향을 줘 쉽게 변경을 요청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장이슈] 충남대·부산대 등 대학병원, 간호사 대규모 채용?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에 못 버티는 간호사들

△병원의 신규 채용 중 절반 이상이 간호사인데, 정작 간호사들은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병원을 떠나고 있다. 이런 이유는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사진=한국경제DB)



강도 높은 근무환경, 인력 수급 문제에서 비롯

간호사의 강도 높은 근무환경은 인력 수급 문제에서도 비롯된다. 간호대 학생 입학정원의 증원에도 불구하고, 신규 간호사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취업해 해당 지역의 간호사 수급문제가 발생한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대도시에서 농촌 지역으로 이동할수록 의사의 임금은 증가하지만, 간호사의 경우는 임금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지방 중소도시 일수록 간호사 수급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비보건의료기관의 월평균 임금이 보건의료기관보다 높다는 점도 의료기관에서의 간호사 이탈을 가속하는 원인이다.


대한간호협회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간호사 모성보호 및 국공립의료기관 정원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간호협회 측은 “임산부의 야간근로는 원칙적으로 금지임에도 불구하고 임신한 간호사의 19.1%가 야간근로를 하고, 41.8%의 간호사가 초과근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호협회 측은 “공공 병원의 간호사 임금을 민간병원 수준 이상으로 책정해 간호사 유입을 유도해 정원을 충원해야 열악한 근로환경이 개선되고 이직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합병원 간호사 A씨 “30분의 식사 시간, 컵밥으로 대체하기도”


채용 인원이 많은 병원에서 간호사의 이직이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종합병원에 일하는 간호사에게 직접 그 이유를 물었다. 인터뷰이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기를 원해 익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이는 종합병원에서도 근무 부서에 따라 업무 특성이 다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간호사 이직이 잦은 이유는 무엇인가

“간호사는 어느 병원에서도 많은 인원을 요구하고 또 간호사 면허증으로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병원이 아니더라도 보건교사, 산업 간호사, 보험간호사 등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하다. 그러므로 이직도 쉽다. 꼭 이 병원이 아니더라도, 간호 관련 일을 할 수도 있다.”


근무 환경의 열악함을 이야기하는데, 어떤 부분인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간호사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쉴 수 없다. 업무 시간이 꼭 일정하게 흘러가지도 않는다. 어떤 일을 하다가도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지면 그 환자가 호전되기 위해 얼마나의 시간을 써야 할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 당연히 일이 미뤄진다.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하는 투약이나 간호 처치 등을 하려면 쉬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일을 할 때도 있다.”


연장 근무도 잦나

“간호사는 야간에도 근무하는 3교대로 운영된다. 데이-이브닝-나이트로 근무 일정이 짜진다. 해당 듀티(필수 데일리 업무)에 일어나는 일들은 꼭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인계시간 후에 남아서 해결해야 한다. 연장 근무가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식사는 어떻게 하나. 휴식 시간이 보장되나

“30분의 식사 시간이 제공된다. 하지만 정규 근무 시간에 일을 다하기 힘들어 식사 시간을 포기하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휴식은 1차 2차로 나눠 쉰다. 스테이션(병동)에 간호사가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식사는 병원 내에 식당에서 먹기도 하지만 식당까지 가는 것이 바쁜 선생님들은 식사 시간 전에 도시락을 신청하기도 한다. 개인이 싸온 음식을 먹기도 하고 병동마다 간단한 간식이나 컵밥 등이 있어서 그것으로 식사를 대신 할 수도 있다.”


3교대 근무로 건강이 나빠졌다는 이들도 많다

“상근직이 아니다 보니 월마다 개인의 근무표가 주어진다. 근무 표는 데이(오전7시-4시) 이브닝(오후2시-11시) 나이트(야간 9시-8시) 오프(휴일)로 구성된다. 수면 시간과 기상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니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수면 패턴이 자주 바뀌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끼쳐 관련 질병에 많이 노출된다. 그래서 간호사에게 유방암, 갑상선 등의 질환이 많이 생긴다. 모두가 잠을 자는 시간에 근무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데이 전날에는 커피도 맘대로 먹지 못한다.”


간호사 직무의 어려움 중 하나가 태움 문화다. 태움 문화는 어떤가

“병원도 점점 태움을 비롯한 정시 출퇴근, 회식 안 하기 등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선임 간호사에게 태움 등 합당치 못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할 때 익명으로 보고하는 제도가 있다. 태움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긴 하지만 별개로 환자를 돌보고 생명을 다루는 일에 있어서 적당한 긴장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산부 근무 시간을 조절해 주는 모성보호제도가 있다. 잘 사용할 수 있나

“임산부 선생님들에게는 눈에 띄도록 임산부 베지를 달게 한다. 임산부는 새벽 근무가 없다. 그런 부분은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