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터에게 묻는다] ⑨최현정 프리젠터가 전하는 소통의 노하우

Q.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면접관과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통(通)’한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와 잘 맞으면 통한다는 말을 합니다. 소통이라는 단어에도 이 ‘통(通)’과 같은 한자어가 쓰이죠. ‘통(通)’이 가지는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않다는 것인데요. 그만큼 소통을 잘하면 얻는 것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소통을 못하면 잃는 것도 생기게 되죠. 이쯤에서 재미있는 제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고 싶네요.


제가 철든 이후로 가장 처음으로 간절하게 얻고 싶었던 것은 대학교 합격이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 여름, 수시모집을 통해 부산의 한 대학교 면접을 앞두고 있었죠. 부산에서 꽤 유명한 사립대학교였고 그 정도 학교면 그동안 공부했던 것이 아깝지 않게 느껴질 만큼 스스로도 꽤 만족했던 곳이었습니다. 당시 공부에 지쳐 있던 저는 얼른 합격해서 다른 친구들이 공부할 때 여기저기 놀러 다닐 생각에 신이 나기도 했죠. 꼭 합격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면접 때 나올 만한 예상 질문을 열심히 준비했고, 지원한 전공과 관련된 교과서 내용을 모두 독파했습니다. 시사 논술 문제집을 여러 권 모두 외우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을 정도였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저는 면접 당일 자신있게 면접이 진행되는 장소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구술 면접 15분전 시험지를 받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모두 미리 공부했던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는데요. 그것들을 잘 녹여내어 말하면 한 시간이상 면접관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았죠.



[프리젠터에게 묻는다] 면접관과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대망의 면접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눈앞이 하얘졌습니다. 내가 인사를 하고 있는 건지, 의자에 앉으라는 소리는 들은 건지 아무 정신도 없었습니다. 심사위원과 눈을 마주친 순간, 긴장한 나머지 온몸이 굳어지기까지 했죠. 뭔가 말은 해야겠는데 입 밖으로는 한마디고 나오지 않았고요. 저는 그 상태를 벗어나고자 안간힘으로 “안녕하세요”를 겨우 뱉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 맴돌던 말들까지도 우후죽순으로 함께 쏟아져 나왔습니다. 분명 준비된 말이 있었는데 긴장한 나머지 덜덜 떨면서 우는 듯한 목소리로 아무렇게나 대답을 쏟아내는 저에게 면접관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너무 긴장한 것 같아요. 우리가 끝까지 다 들어줄 테니까 천천히 다시 얘기해볼래요?”


하지만 떨지 말라고 해서 떨리지 않을 리가 없었죠. 저는 주어진 면접 시간을 모두 엉망으로 만들고 나서야 허탈한 표정으로 면접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낯선 누군가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 날이 바로 이 날이었죠. 제가 얻기 바란 것은 대학교 합격증이었지만 저는 얻기는커녕 말 그대로 제대로 망쳤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이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죠.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었고 심하게 긴장을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또한 참혹했죠. 아예 떨어진 것도 아닌 대기 1순위. 어느 한 명만 합격을 포기하면 합격할 수 있는 대기 1번. 하지만 대기 1번이라는 결과는 저를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등록 기간 동안 내 앞의 누군가가 합격을 취소하길 바라며 힘겨운 2주의 기다림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죠. ‘한 명만 등록을 안 했으면’ 하는 희망고문이 피를 말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2주 뒤 그 누구도 합격 취소를 하지 않았고 그렇게 저는 다시 수험생이 되었습니다.


어렸던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내용만 준비해서는 합격증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을요.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잘 풀어내야 했습니다. 즉, 나만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면접관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소통’이 필요했던 것이죠.



[프리젠터에게 묻는다] 면접관과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누군가와 통한다는 것은 좋은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저 또한 대학교 수시 면접 상황을 거쳐 현재 삶을 살기까지 대화가 필요한 다양한 상황을 통해 소통의 능력을 쌓아왔습니다. 그리고 요즘의 저는 경쟁입찰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소통의 쾌감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죠. 심사위원들이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문장에 긍정의 의미로 살짝 고개를 끄덕일 때, 자신감 있는 저의 미소에 같이 미소로 화답할 때는 제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아서 한없이 기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소통을 못해서 대학교 합격증을 얻지 못했을 때를 떠올리며 혼자 슬쩍 미소를 지어보기도 하죠.


경쟁입찰 프레젠테이션뿐만 아니라 강의를 할 때도 청중과 편한 분위기 속에서 질문이 이어지고 진심 어린 답변을 통해 해답을 주고 온 날이면 항상 만족도가 높다는 피드백을 받습니다. 그것이 바로 재섭외의 영광을 만들어내죠. 집에서는 제 표정만 보고도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남편이 먼저 틀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은 날,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남편이 만들어줬을 때 소소한 행복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말과 생각이 통하고 같은 감정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죠.


소통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거창한 게 아닙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이 소통이죠. 내가 느끼고 있는 마음을 상대방도 같은 마음으로 느끼기를 바라는 것. 그렇게 진심 어린 소통을 이뤄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쾌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프리젠터에게 묻는다] 면접관과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최현정 (dreamercomms@naver.com)

서강대 인재개발아카데미 겸임교수 겸 드리머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

국내 여러 기업의 경쟁 입찰 전문 프리젠터로도 활동 중이다.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아워홈에서 경쟁 입찰 프레젠테이션 200회 이상 진행, 100억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SK텔레콤·삼성화재·삼성생명·LG유플러스 등 기업 강의 및 컨설팅, 스타트업 대상 IR피칭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학교의 창업지원단과 기술창업센터에서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