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

#1. 수도권에 있는 한 IT분야의 중견기업에 근무했던 A(46) 씨는 창업을 위해 2016년 퇴사했다. 하지만 계획했던 것처럼 사업은 쉽지 않았고 2018년부터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여러 중소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지만 ‘나이가 많다’, ‘경력이 끊겨 애매하다’ 등의 이유로 번번이 실패했다.


#2. 지인의 소개로 같은 업종으로 이직했던 B(43) 씨는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업무 환경에 실망만 안고 1년 반만에 퇴사했다. 경력도, 지인과의 인연도 끊긴채로 6개월의 시간을 허무하게 흘려보냈다. 혼자서 구직 준비를 하다가 현재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생애경력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해 재취업에 도전하고 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 실업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3만 명으로 2019년 5월 대비 39만 2000명 줄었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40대(-19만명), 30대(-17만2천명), 20대(-15만9천명), 50대(-14만3천명) 등으로 40대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지난달 6일부터 13일까지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 26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57.8%가 6개월 이상 장기 실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에 도전했지만 1년 이상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경우는 전체의 30%였다.


중장년 구직자 10명 중 4명(39.2%)은 직종을 바꿔 재취업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연령제한 등으로 주 직종 취업 가능성 희박’(43.7%), ‘희망 직종이 중장년 취업에 용이’(16.4%), ‘기존 주 직종 일자리 부족’(8.9%) 등 순이었다.


이렇듯 40대 이상 중장년들에게는 나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A씨는 한 IT기업의 개발자로 근무했지만 승진 실패, 20~30대 개발자들에게 밀리는 느낌 등의 이유로 퇴사한 케이스다. A씨는 “경력이 있어 어디에라도 이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걸려 쉽지 않았다”며 “창업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지금은 욕심을 버리고 사무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정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컨설턴트는 “40대의 경우 다음 커리어준비를 위해 이직했다가 실망하고 또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경력이 끊기면 재취업 자리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40대 중장년이 희망하는 임금 수준도 낮아지고 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진행한 조사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원하는 재취업 희망 임금은 평균 월 244만원이었다. 이들의 퇴직 당시 평균 월급 315만원의 77%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2019년 12월 조사한 희망임금(252만원)보다 8만원이 더 적었다.


특히 이전 직장에서 고임금을 받다 재취업 시장에 뛰어든 사람은 고임금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당시 월 500만원 이상 고임금자 비율은 21.6%에 달했지만, 재취업시 월 500만원 이상 희망자는 1.5%에 그쳤다.


박철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중장년 재취업자의 경우 취업에 성공했음에도 2년 내 퇴사하는 비율이 60% 이상으로 높다”며 “고용센터 상담 등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직종을 숙고한 다음 취업 시장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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