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관·기업이 원하는 기술 파악이 중요…그에 걸맞은 스타트업 추천해야”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창업본부장



[한경 잡앤조이=강홍민·김지민 기자]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SBA) 창업본부장은 2019년부터 서울창업허브의 기획운영을 맡고 있다. 이 본부장은 3년간 서울창업허브가 진행해온 사업들을 정리·개편하면서 현재는 크게 3가지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첫 번째가 글로벌 업무다. 현재 해외 기관과 대기업은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해외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국내 스타트업을 추천해 투자 및 육성지원, 법인 설립까지 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했다. 이 본부장은 국내 우수 스타트업을 무조건 해외에 진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해외 기관이나 기업이 정말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창업허브는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이 2017년 6월 설립한 창업지원기관이다. 역량 있는 파트너십 민간 기업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선발 및 보육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가 운영하는 47개 창업지원센터를 연결하고 창업정책을 집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창업허브는 민간 투자자, 기업이 투자·동반 성장할 스타트업을 직접 선발한다는데 특별한 점이 있다. 민간 기업들이 선발한 기업을 서울창업허브와 함께 인큐베이팅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대기업과 액셀러레이터의 수요에 맞는 스타트업을 모집해 진출시킨다.

현재까지 서울창업허브가 선발 육성한 기업 수는 300여 개. △심사선발 파트너(33개) △보육성장 파트너(22개) △글로벌 파트너(57개) △전문 교육기관(44개) △허브특화분야 협력사(3개) △SBA투자네트워크 기관(178개) 등 337개 기관과 창업지원을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협력 중이다. 또한 2022년까지 스마트 시티, 문화 콘텐츠, 바이오 등 특화 분야에 약 1조 2000억 규모의 서울미래혁신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창업허브는 2019년 약 370억원의 투자유치, 기업매출 490억원의 성과를 보였다.



“해외 기관·기업이 원하는 기술 파악이 중요…그에 걸맞은 스타트업 추천해야”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창업본부장



지난해와 올 상반기, 서울창업허브의 괄목할 성과는

“글로벌 진출 사업에서 성과를 보였다. 예전처럼 해외에 무조건 진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해외 기관이나 기업에서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미리 알아보고 그에 맞는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서울창업허브는 2019년 10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글로벌 대기업 네트워크 구축과 해외 진출 지원 등을 위한 ‘스타트업 해커톤’을 개최해 △스쿨버스 △코클리어AI △더스윙 3개의 우수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최종 선정됐다. 이 가운데 오디오 분석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사 코클리어AI는 올해 5월 국내 기업 최초로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이하 벤츠) 본사와 기술협업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했다. 해당 기업은 AI 기반의 음성감지시스템 기술을 갖고 있다. 벤츠에서 내비게이션 기술을 보강해줄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고 있었고 서울창업허브 입주 기업 중 맞는 기업을 추천했다. 현재 기업에 10억을 투자해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벤츠코리아는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아시아 국가에서 처음으로 스타트업 협업 플랫폼인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만들었다. 6월 10일 서울시와 스타트업 상생협약을 체결했으며 올 8월 한 번 더 협업 모델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벤츠코리아 외에 다른 곳과의 성과는“2019년 11개 외국의 대기업을 컨택해 61개 스타트업과 연결 시켰다. 성과가 아직 미진하지만 국내에도 소문이 퍼져 국내 대기업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에스오일, 오비맥주, CJ 등에서 각 기업이 원하는 스타트업을 찾아달라고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서울시 내 스타트업 지원 기관 47개가 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AI, 핀테크, 블록체인 분야로 나눠 47개 센터를 운영하려고 했다. 그런데 운영입찰 공고를 내니 스타트업을 제대로 키울 목적보다 운영수익을 벌 목적으로 달려든 기업이 많았다. 하나의 산업분야에만 집중해서 그에 맞는 일을 하도록 기업에 운영비를 줬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불필요한 센터는 정리하고 창업허브로 합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서울글로벌센터보다 창업허브가 글로벌 업무를 더 잘하면 두 기관을 합치는 것이다. 혹은 우리가 파일럿으로 트랙을 만들어놓은 것을 글로벌센터에 넘기는 방법, 센터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방법 등을 고민 중이다. 2018년 서울창업허브가 핀테크 분야를 잘 성장시켜서 현재 여의도에 서울핀테크센터가 만들어졌다. 작년에는 블록체인 분야를 따로 빼서 서울시블록체인센터를 만들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는 파일럿, 성공사례를 만들어서 본격적인 사업으로 만드는 것도 주요 업무다.”
이러한 사업 진행과 구조를 만들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겠다“2014년부터 투자공부를 시작하면서 ‘청년창업’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 청년창업센터를 마련해본 경험도 있다. 1년에 청년스타트업을 1000명씩 뽑고 공공공근로사업비를 지원금으로 배부, 창업문화 형성, 구청사에 입주시키는 작업들을 했다. 2016년엔 서울시의 요청으로 서울시의 창업정책을 만들고 문화를 통일하는 허브기능을 갖출 수 있는 곳인 ‘서울창업허브’를 기획했다. 창업허브는 20~50억 되는 기업을 찾아 투자한다. 연간 30개 투자, 기업가치 100억원인 곳에 투자하는 투자사에 넘기는 일을 한다. 쉽게 말해 20~50억 가치 기업에 투자하면 6개월~1년 안에 2~3배 수익을 낼 수 있다.”
서울창업허브와 같은 기관이 지자체에서 최초 아닌가“서울창업허브처럼 액셀러레이팅 해주면서 기업에 투자하는 것까지 하는 기관은 서울창업허브가 처음이다. 2009년에 대학교나 중기부에서 지원하는 대학교 BI센터가 있긴 했지만,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료를 저렴하게 지원해주는 곳이었다.”
다른 지자체로 파급하는 역할도 필요하지 않나“올 4월부터 지방연계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후 직접 각 지자체로 찾아다니고 있다. 전라도 군산, 광주, 순천에서, 경상도는 부산, 울산, 포항에서 요청이 왔다. 서울창업허브에 기업들을 추천해주면 해당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외 기관·기업이 원하는 기술 파악이 중요…그에 걸맞은 스타트업 추천해야”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창업본부장



실리콘밸리 등 다른 나라에서도 액셀러레이팅을 잘하는 기관·단체가 많을텐데 서울창업허브를 찾는 이유는 뭘까

“미국이나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를 제외하면 모두 민간이 운영한다. 이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는 구조라 협업이 힘들 수 있다. 서울창업허브는 수익이 나지 않아도 우리가 보유한 기업이 해외에서 잘 될 수 있다면 글로벌 진출 사업을 주저없이 진행한다. 호치민과의 사업을 예를 들면, 호치민은 관광 분야의 스타트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AI기반의 메뉴추천 기업인 ‘레드테이블’을 관광공사, 관광재단과 함께 찾아 호치민에 추천했다. 해당 기업에 호치민 정부가 투자했고 네트워크도 마련됐다.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은 베트남에 가서 빠르게 정착하고 마켓을 장악할 수 있고, 베트남 기업은 그 기술이 생기면서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민간이 액셀러레이팅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내가 할 줄 아는 일을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10억 밸류 이하인 기업들을 뽑아서 언젠가 잘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투자한다. 그러나 본인들의 주전공이 아닌 모르는 분야들에 수익이 난다고 해서 자꾸 건드리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요즘 스타트업들도 액셀러레이터에게 가지 않아서 국내 액셀러레이터가 많이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등록한 액셀러레이터는 국내 200개 정도다. 여기서 본인들의 돈을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곳은 11개 밖에 안 된다. 나는 ‘돈이 없으면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다. 내 돈 들어가지 못하면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내 돈이 들어가면 책임지고 성장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BA에서 스타트업에 연간 투자금액은 어느 정도인가“기업 한 곳당 평균 2억 정도 투자한다. 우리가 너무 많은 지분을 갖고 있으면 다음 투자자 들어오기가 힘들다.
현재까지 몇 개 기업에 투자했나1년에 30개 기업 투자한다. 매달 심사하고 투자한다. 2017년 허브 설립 후 2020년 6월까지 105개 기업에 투자했다.
105개 기업 중 성공한 투자는“대표적으로 ‘심플프로젝트’가 있다. 공유주방 처음할 때 우리가 선제적으로 들어가서 성공해 엑시트됐다. 또 ‘모두의 셔틀’에도 공공기관이 투자해 이슈가 됐다. 규제 때문에 국회에서 함께 싸우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규제 샌드박스 통과 후 잘 운영되고 있다. 서울창업허브는 꼭 수익만 내는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닌 이렇듯 공공의 역할도 하고 있음을 알아봐주면 좋겠다.
올해 주목할 만한 창업관련 주요 사업과 목표는“2019년 1월에 서울창업허브 공덕에 다시 와서 진행했던 사업을 들여다 봤더니 100가지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이를 세 가지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앞서 말했던 ‘글로벌 업무’이고, 두 번째는 ‘좋은 기업 뽑는 것’이다. 계속해서 서울창업허브와 파트너십 맺은 투자자들과 같이 스타트업을 뽑고 민간 기업과 같이 육성해 나갈 것이다. 작년에 크게 주목됐던 블록체인 산업과 관련해 한국블록체인단체연합회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후 기업 추천 및 기술 검증 과정을 거듭 반복하며 20개의 블록체인 기업을 최종 선발했다. 이중 9개 기업은 싱가포르에서 선정돼 투자 및 법인설립이 결정됐다. 또한 현지 액셀러레이터와 함께 기술 개발을 이어나갈 예정이다.서울창업허브의 세 번째 주력사업은 스타트업 데이터 플랫폼이다. 올 9월 오픈 예정인 이 플랫폼은 서울시 내 스타트업들의 3년치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 투자자 및 액셀러레이터들에게 도메인만 공유해 기업을 심사할 수 있으며, 각 스타트업이 어느 수준의 교육을 원하는지 파악해 맞춤형 교육을 추천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출 예정이다. 해당 플랫폼이 오픈되면 서울시 내 스타트업 지원 기관도 입주 스타트업에 대한 서류 관리 등을 편리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min5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