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이원지 대학생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강의 전쟁을 치렀다. 갑작스러운 비대면 강의가 진행되면서 교수, 학생들은 힘겨운 한 학기를 보냈다.

한 학기가 마무리 된 현 시점,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학점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 학기는 전례 없는 상황으로 인해 학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겁다. 각 학교, 강의 별로 성적 평가 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학점 인플레이션’에 빠진 코로나 학기… 뒤죽박죽 성적평가, 이대로 괜찮을까?

사진=픽사베이.

“학습 효과에 대한 의문, 평가에 대한 부담감”

교수들은 수업 준비와 평가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 익숙하지 않은 강의 녹화와 업로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교수로서 가장 힘겨웠던 부분은 학생들을 대면할 수 없으니 긍정적인 학습 효과를 내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진정성과 이해도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모 대학의 A교수는 스스로 기준을 세워 의지를 발휘한 학생들은 학습 효과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많을 것 같아 걱정이다. 특히 절대평가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며 코로나로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기 힘들었을 것 등을 고려해 예년에 비해 후한 평가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독이되므로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B교수는 “절대 평가를 하더라도 각 학생의 학습 능력과 노력에 따른 변별력 있는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객관적 지표인 지필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대면 강의로 인해 교수자와 학습자 간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교수자가 공정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계속 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즉 정확한 평가 기준에 대한 명시, 지속적인 피드백, 학생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연한 지적 탐색 분위기 조성 vs 평가 기준 제각각” 답없는 싸움

학생들의 입장은 어떠할까. 코로나 시기 성적 평가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전국 대학 10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학점 인플레이션’에 빠진 코로나 학기… 뒤죽박죽 성적평가, 이대로 괜찮을까?

△ 상반기 성적 향상 여부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대부분의 학교가 절대 평가를 시행함에 따라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조사 결과 타 학기에 비해 성적이 향상되었다고 답한 비율이 ‘83%’로 높았다.


‘학점 인플레이션’에 빠진 코로나 학기… 뒤죽박죽 성적평가, 이대로 괜찮을까?

△ 성적 향상 정도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37.9%의 학생들이 ‘0.5점 이상 1.0점미만 향상’됐다고 답했으며 ‘0.01점 이상 0.5점미만 향상’이 34%로 그 뒤를 이었다.

‘학점 인플레이션’에 빠진 코로나 학기… 뒤죽박죽 성적평가, 이대로 괜찮을까?

△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반면,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긍정적이었다. 61.3%의 학생이 ‘긍정적이다’ 38.7%의 학생이 ‘부정적이다’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다’라고 답변한 학생들은 경쟁에서 벗어나 성적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좋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서울 소재 모 대학 A 학생은 “학생 간 경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유연한 지적 탐색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절대평가 시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도입된 절대평가가 그대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의 모 대학 B 학생은 “코로나 시국만이 아닌 대학교 학점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 단순히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한 공부를 위해 대학에 온 것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이다’라고 답변한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서울 모 대학 C학생은 “학교, 강의마다 평가 기준이 상이하다보니 불공평한 부분이 있다. 일괄적으로 동일한 성적평가 기준이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현재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변별력이 없다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취업 시장에서는 이 점을 고려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D학생은 “같은 절대평가라도 평가 기준이 제각각이다. 학생의 성실도가 아닌 교수자의 특성에 따라 성적이 좌지우지 된다는 점이 좋지 않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단순 암기가 아닌 논술형 시험이 치러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혼란 속 한 학기가 지나갔다. 공정한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tuxi0123@hankyung.com


‘학점 인플레이션’에 빠진 코로나 학기… 뒤죽박죽 성적평가, 이대로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