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에서 올라 와 혼자 집 구하는 게 어려워
- 부동산 플랫폼이 투자 매물에만 집중… 대학생 실수요자는 정보 얻기 힘들어
- 대학이 은행과 제휴 맺고 부동산 자금마련 교육 해줬으면
[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조수빈 인턴기자] 20대 대학생이 체감하는 실제 대한민국 부동산은 어떤 모습일까. 지방에서 올라와 낯선 곳에서 홀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은 당장 살 곳을 찾는 데서부터 ‘사회의 쓴 맛’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토론 참여자
조수빈(26) <한경 잡앤조이> 인턴기자. 건국대 근처에서 친구와 함께 올 2월부터 월세 거주 중. 본가는 대구
이주연(24) 경희대 4학년으로 제주도에서 올라왔다. 복학 후 작년 10월부터 학교 근처 월세를 얻어 거주 중이다.
김나경(21) 중앙대 근처에서 올해 2월부터 전세 거주 중
전월세를 구해본 소감은
조수빈 대학가 근처 월세가 싸다고 해서 올 중순, 회사와 가까운 건대 인근에 집을 구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비싸고 매물이 없었다. 가격에 비해 집 여건도 좋지 않았다. 특히 대학가 근처는 다세대 주택이 많아서 방음이 안 되거나 집주인이 너무 가까이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주연 학생들을 이용하려는 부동산 중개인이 많았다. 우리나라 부동산 플랫폼이 대학가 같은 실 수요자보다는 재개발 등 투기지역 위주로 돌아가서 대학가는 오히려 정보를 알기 쉽지 않았다. 또 고정 수요가 있으니 집 상태에 비해 가격이 턱없이 비싼 경우도 많았다.
김나경 전세를 구하는데 셰어하우스가 아닌 혼자만의 집을 얻으려면 최소 1억 원은 있어야 했다. 최소 1억인데 요새는 더 올랐다. 대출이나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집을 구하면서 특히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조수빈 보증금이 가장 부담이었다. 보증금이 높다고 월세가 싼 것도 아니었다. 원룸 평균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 정도 필요했다. 일반 다세대에 평수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도. 치안상태까지 고려하면 가격은 더 올라갔다. 무엇보다 지방에서 올라왔기에 서울의 지역적 특성을 몰라 집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주연 부동산 중개인과의 일이다. 부동산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이 정도 금액이면 많이 사정 봐줘서 보여주는 괜찮은 집”이라는 말이었다. 관련 지식이 없으니 계속 속는 느낌만 들었다.
김나경 선택지가 적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돈은 한정돼 있는데 필요한 조건에 맞는 집은 많지 않다 보니 적절한 물건을 구하는 게 어려웠다.
정부의 청년 주거지원 정책이 실효성이 있다고 보나
조수빈 ‘청년’의 기준이 너무 넓어서 오히려 대학생이나 구직자에게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혜택은 크지 않은 것 같다. 또 청년임대주택이 보증금이 높고 월세 부담이 낮은 곳이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대출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일정 소득이 없는 대학생에게는 쉽지 않다. 주변만 해도 청년 주택을 이용하는 친구는 거의 없고, 주택청약적금에 대해서 알고 있는 친구들도 많이 없다.
이주연 장학재단이 생활금 대출을 지원해주는데 이것 역시 집 보증금을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주택도 자잘하게 채워야 하는 조건이 많다. 이 조건이 성립이 안 돼 지원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나경 이번에 청년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출금이 최대 7천만원에 조건도 천차만별이라 역시 전세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나머지는 높은 이자를 내고 다시 은행대출을 받아 메워야 한다.
부동산 관련해 청년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조수빈 대학생에게도 부동산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다. 특히 신입생들은 각 대학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해줘야 하지 않을까. 학교별로 제휴를 맺은 은행을 통해 주택청약적금이나 부동산 대출 등 교육을 해주면 좋겠다. 또 제대로 된 부동산 중개업체를 고르는 것도 알려주면 좋겠다. 청년들은 당장의 필요에 의해 집을 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 차원에서 미리 관련 정책 등 교육을 해주면 유용할 것 같다.
이주연 공급을 늘리거나 대출이자율을 낮춰주는 게 답 아닐까. 대학 주변의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민영기숙사처럼 공공분양이나 임대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민영 기숙사를 운영하는 곳도 꽤 있다고 알고 있는데 비싸서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가 적극적으로 인근 부동산에 개입하거나 기숙사를 더 확보해야 할 것 같다.
김나경 인근 주민들이 대학의 기숙사 준공을 반대하는 것도 속상하다. 또 국회의원들은 표심 때문에 이런 반대운동을 정치에 이용하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기득권층의 배를 불리기보다 사회적 약자인 학생을 돌아봐줬으면 좋겠다.
직접 전월세를 구하면서 부동산에 대한 가치관도 달라졌을 것 같다
조수빈 ‘돈을 모은다고 내 집이 생길까’라는 걱정이 가장 먼저 생겼다. 대출 조건은 어떻게 채워야 하나라는 걱정에 머리가 아팠다.
이주연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으로썬 매매는커녕 전세금 마련도 벅차니까. 그리고 집을 구하기 전 부동산에 대해 많이 알아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도나 곰팡이, 결로에 치안까지. 그런데 학생들에게는 이런 정보가 너무 없다.
김나경 ‘돈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가 늘면서 집에 대한 애착이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수빈 정부 정책이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 좋겠다. 정부가 혜택을 마련하면 그 혜택을 이용할 수 있게 돕는 가이드도 필요하다.
이주연 청년 부동산 정책을 만들기 전, 청년들을 자문위원으로 활용해줬으면 좋겠다. 정부나 업체의 통계치와 실제 청년의 체감치는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나경 정부의 청년 부동산 지원대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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