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서지희 대학생 기자] 최근 지상파 인기 예능 '놀면 뭐하니?'의 영향으로 ‘부캐’라는 키워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부캐’는 부캐릭터의 줄인 말로 원래 게임에서 사용되던 용어다. 원래의 캐릭터를 본캐릭터, 흔히 본캐라고 부른다. 부캐는 본캐의 모습을 숨기고 만들어진 제2의 자아다. 유재석이 예능에서 본캐의 모습을 숨긴 채 ‘싹쓰리’의 ‘유두래곤’이 되거나 최근에는 예능 투자자 ‘카놀라유’로 변신을 꾀한 것처럼 말이다.
진화한 아바타, MZ세대 ‘부캐’로 자리 잡을까
△아바타 버전의 블랙핑크. (사진 제공=제페토 공식 인스타그램)

이는 비단 TV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가상공간에서 이 같은 부캐 놀이를 즐긴다. 바로 아바타를 통해서다. 사이버상에서 만드는 부캐의 모습은 현실 속 부캐보다 더욱 다채로울 수밖에 없다. 아바타 놀이가 이들에게 더욱 환영받는 이유다.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언택트’로 인한 대면 공백이라는 아쉬움이 남겨졌다. 대신 아바타 놀이로 그 빈틈을 채운다. 이들은 아바타로 자신을 더욱 과감히 드러낸다. 그리고 하나의 재미로 즐긴다. 이를 가능케 한 대표적인 앱이 네이버 z가 개발한 ‘제페토’다.


아바타로 여는 메타버스 시대
제페토는 글로벌 증강현실(AR) 아바타 플랫폼이다. AI 얼굴인식 기능이 탑재돼 있다. 더불어 AR 기술과 3D 기술로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아바타를 만들어 놀 수 있다. 소셜 활동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전체 이용자 중 10대 이용자 비율이 약 80%로 가장 높다.
진화한 아바타, MZ세대 ‘부캐’로 자리 잡을까
△제페토 아바타로 다양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사진 제공=김민지 씨)

제페토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해외 이용자 비율은 약 90%다. 인기 아이돌의 팬 미팅과 팬 사인회가 제페토 앱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네이버 z는 YG 엔터테인먼트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아이돌 IP를 이용한 아바타로 다양한 킬러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기존의 점프 AR·VR 서비스를 확장해 가상공간에 동시 최대 120명이 접속해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버추얼 밋업’을 공개했다. 누구나 자신의 아바타를 생성해 사람들과 비대면 소통이 가능하며, 비대면 회의 때도 사용될 수 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장은 작년 12월 17일, 콘텐츠산업 2021 전망 온라인 세미나에서 ‘메타버스’를 소개했다. 메타버스는 올해의 콘텐츠 전망을 나타내는 키워드 중 하나다. 이는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다. 가상과 현실이 함께 엮여 초현실적인 세계가 펼쳐짐을 내포한 단어다.

송진 팀장은 “앞으로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메타버스가 보다 다양한 형식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데에 있어서 아바타가 굉장히 주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강현실과 인공지능 기술이 만나 진화한 아바타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콘텐츠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일반 이용자들도 소위 말하는 부캐 차원에서 콘텐츠 제작과 가면 놀이, 소통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송 팀장은 “따라서 메타버스는 더욱 소셜 네트워크와 연계된 차세대 융합형 콘텐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고 덧붙였다.

1020 눈으로 본 아바타 놀이문화
이수아(가명, 청운대 간호학 4) 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아바타 옷 입히기 놀이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 씨에게 아바타란 어떤 개념인지 궁금했다. 그는 “내가 도출하고 싶은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쉬운 장치”라고 했다. 그리고 SNS 역시 자신의 아바타 같은 존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좋은 모습만 보이고, 내 감정을 토로하고 싶은 것처럼, 아바타를 통해서도 그런 일들이 충분히 가능해 보여요.”

그는 아바타 놀이를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염색을 하고 싶다거나 입어보고 싶은 옷이 있을 때, 아바타에 대입해 봄으로써 유희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인기 있는 ‘심즈’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도 현 상황과 대리만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요즘, 게임을 하면서 자연과 다른 세계 속에 머물러 보기도 하고 외부에서 표출하지 못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이 되는 것 같아요.”
진화한 아바타, MZ세대 ‘부캐’로 자리 잡을까
△김민지 씨가 SNS에 공개한 아바타의 모습. (사진 제공=김민지 씨)

김민지(경남대 음악교육학 4) 씨에게 아바타란 자아의 ‘캐릭터화’다. 김 씨는 아바타를 꾸밀 때 평소 본인이 시도해보지 못한 패션의 옷을 입혀본다. 아바타 콘셉트를 묻자 그는 “콘셉트를 정하는 건 아니지만 가장 나다운 개성이 묻어나게 만드는 편”이라고 답했다.

김 씨는 제페토 아바타 놀이 경험이 있다. 그는 “아바타의 얼굴이 실물과 닮았지만 조금 더 만화같이 그려지기 때문에 외모적으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바타가 아이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재미와 동시에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그리고 발전된 그래픽으로 모바일 앱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것도 아바타 놀이의 장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각자의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서 실제 친구와 대화하는 재미도 상당하다고 했다.

‘새싹 ZEPETO’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박정연(가명, 10대) 씨는 학생 유튜버다. 아바타 놀이는 제페토가 처음이다. 박 씨는 제페토 아바타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올린다. 제페토 뮤비, 제페토 브이로그가 주 콘텐츠다. 영상을 만들어 구독자와 소통한 지 6개월 만에 구독자 수가 400명을 넘어섰다. 정연씨는 영상 속 아바타를 만들 때 얼굴의 이목구비를 가장 많이 신경 쓴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표정을 연출하기 위함이다.
진화한 아바타, MZ세대 ‘부캐’로 자리 잡을까
△세부적인 얼굴 이목구비 설정이 가능한 제페토 아바타. (사진 제공=박정연 씨)

그는 “캐릭터를 예쁘게 꾸미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패션 감각도 좋아졌다”며 “패션 아이템이 실제 옷과 매우 유사해 평소 입어보고 싶었던 명품 의류도 착용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된 아바타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희열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얼굴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본인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노출에 대한 부담이 덜해 유튜브 활동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아바타 놀이 문화가 퍼질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제기된다. 바로 익명성에 대한 지적이다. 김민지 씨는 “익명을 내세워 욕설과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이용자가 있을 시 이를 처벌할 제도가 필요하다”며 10대 이용자가 많은 만큼 어린 친구들과 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깨끗한 아바타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를 닮은 아바타라면 자칫 이에 빠질 수 있는데 너무 오랜 시간 즐기는 건 지양했으면 좋겠다”며 “아바타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절대적인 미의 기준은 아니기에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본인이 지닌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각자의 개성이 묻어난 아바타 부캐로 ‘나’를 드러내고 타인과 교류하는 MZ세대. 건전한 메타버스 문화가 정착돼 다양한 콘텐츠가 양산되고, 이로써 또 다른 즐거움이 전방위로 향유된다면 이 분야의 발전을 더욱 기대해 봐도 좋겠다.

zinysoul@hankyung.com
진화한 아바타, MZ세대 ‘부캐’로 자리 잡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