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배 인하대 창업지원단 창업전문위원, 배준학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인터뷰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비대면 서비스가 특정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일상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비대면 서비스 산업은 많은 변화를 불러왔고 앞으로도 엄청나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시대 성장 가능성이 큰 창업 분야를 주제로 김종배 인하대 창업지원단 창업전문위원과 창업투자회사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배준학 부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김 전문위원은 “2020년은 오프라인 업종의 몰락과 온라인 산업 전성시대의 개막”이라고 말했다. 배 부사장은 “2021년은 코로나 백신 유무와 상관없이 시대적 조류가 바뀌는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전문위원은 인하대에서 유망 창업아이템 및 고급 기술을 보유한 초기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안정화와 성장을 지원하는 초기창업패키지를 관리하고 있다. 배준학 부사장은 Columbia MBA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 자산운용사 대체투자본부장, 사모펀드(PEF)를 거쳐 마그나인베스트먼트에서 TIPS를 총괄하는 대표펀드매니저 겸 부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스타트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를 평가해 본다면
김종배 전문위원 : 2020년은 오프라인 업종의 몰락과 온라인 산업 전성시대의 개막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오프라인의 온라인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경쟁의 패턴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오프라인 기반 기업이나 제조업체는 살아남기 위해서 오프라인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스타트업들에 위험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제 많은 스타트업들이 온라인 기반의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온라인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
배준학 부사장 : 지난해 상반기 일부 운용사에서 투자 중단, 소극적 투자 혹은 낮은 기업가치 등을 표방하는 곳들이 많아서 기업들이 기업가치를 극도로 낮춰 투자를 받거나 투자 문호가 극도로 좁아진 경험이 많았다. 특히 기술의 옥석을 가리기 힘든 초기 기업들에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해였다. 그래도 정부의 발 빠른 양적 완화로 인해 하반기부터는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기 시작한 한해였다.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분야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분야를 꼽을 수 있을까
배준학 부사장 : 코로나 검사 및 백신의 영향으로 바이오 기업들이 특수를 누렸다. 비대면, 스마트스쿨 등의 기업도 투자가들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소재부품장비, 그린뉴딜 펀드들의 정부 장려로 인해 친환경 제조업 중심 기업들이 기지개를 켰다.
김종배 전문위원 : 코로나19로 가장 혜택을 본 분야는 물류 분야다. 언택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비대면 사업 분야가 특수를 누렸다. 그중에서도 물류분야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기존 스타트업 외에도 바로고, 생각대로, 모아콜, 메쉬코리아, 스파이더크래프트, 허니비즈 등 주요 물류스타트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투자도 많이 이뤄졌다.
특수를 누렸던 대표 기업 사례를 꼽자면
김종배 전문위원 : 대표적 사례로 물류 IT 플랫폼 기업 ‘바로고’를 들 수 있다. 바로고의 경쟁력은 배달의 전 과정이 IT 인프라를 통해 진행된다는 점과 라이더의 처우나 인식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개발인력을 기반으로 한 IT 기술을 앞세워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으며 2018년 200억원, 2019년 190억원 등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였다.
바로고의 어떤 부분이 경쟁력이었나
김종배 전문위원 : 바로고의 성장동력은 상점주와 라이더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배달이 많아질수록 가게 운영 부대비용이 늘어나는 상점주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포장 용기를 공급하고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 라이더를 위해 라이더 전용 커뮤니티 ‘바로고 플레이’를 운영 중이다. ‘바로고 플레이’는 바로고 라이더만을 위한 이벤트, 배달 꿀팁, 현장 노하우, 칭찬과 격려, 업게 소식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다. 더불어 라이더 전용 상해보험을 만들어서 소속 라이더들이 저렴한 가격에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바로고는 상점주와 라이더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면서 약속한 정책에 대한 신뢰 있는 이행이라는 진정성을 내세우고 라이더와 허브장들이 당당하게 자부심을 느끼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 강세 기업 사례를 꼽자면
배준학 부사장 : 바이오 기업들은 상장 후 주가 추이의 강세를 보임에 따라 주식시장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대부분의 바이오기업은 하반기부터 이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어느 한두 기업만의 이슈가 아니고 강력한 부동산 억제정책, 저금리와 맞물려 유동성 장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기업공개(IPO) 기업들은 주가의 강세, 비상장기업들은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나타냈다. 물론 이에 따른 시장과열 논란은 여전하다.
새롭게 주목받은 분야가 있나
배준학 부사장 : 에듀테크 기업들이 한동안 시장의 주목을 받다가 주식시장에서는 그리 강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온라인 학업 시장이 열리면서 에듀테크 기업들이 다시 주목받았다. 수험생들의 입시준비, 과외, 직장인들의 취미 및 여가활동 등 다양한 언택트 기업들이 벤처투자 시장에서 호황을 누렸다. 클래스101, 탈잉, 수파자 등의 기업들이 투자가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던 대표직인 비대면 에듀테크 기업들이다.
앞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를 꼽자면
김종배 전문위원 : 비대면 서비스는 최근 유통 분야는 물론, 교육이나 의료, 금융 등 산업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부상한 언택트 트렌드의 확대, 나홀로족의 증가, 그리고 비대면 소통을 선호하는 트렌드 등이 복합적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VR·AR) 등 발전된 IT 기술은 비대면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배준학 부사장 :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핀테크 분야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 핀테크 분야는 일부 선도 기업을 제외하면 항상 외형성장에 대한 고민으로 투자가들이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던 영역이다. 비대면의 활성화와 전통금융의 점포축소 등의 거시적 환경은 핀테크 영역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IT 분야의 성장은 어떻게 바라보나
배준학 부사장 : 에듀테크, 스마트스쿨, 온라인 회의, 비대면 취미 및 여가 시장, 소셜커머스를 통한 광고 및 영업촉진 등은 이제 코로나 백신 유무와 상관없이 시대적 조류가 바뀌는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산업은 IT 강국인 한국의 역량에 부합하는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AR, VR 시장이다. 비대면 시장의 활성화는 압축 및 전송 속도, 버퍼링 등의 기반기술, 업체의 차별화된 BM 못지않게 AR, VR이 결합해야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킹스맨 이란 영화처럼 스마트안경을 끼기만 하면 서로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회의시스템은 결국 AR, VR기술과의 결합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 아직 이 시장은 기술개발 초기 단계로서 누가 승자가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이어서 여전히 불투명성이 높다.
대표적인 비대면 서비스를 꼽자면
김종배 전문위원 : 대표적인 비대면 서비스에는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서비스를 받는 O2O 플랫폼이 있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음식배달 서비스, 문 앞에 세탁물을 내놓으면 세탁해서 가져다주는 ‘런드리고’ 같은 세탁대행 서비스, 고객이 필터 등을 주기적으로 배송받아 직접 관리하는 셀프관리형 렌탈 서비스 등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도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을 접목한 서비스가 등장하였는데 실제 아파트를 가지고 전문가가 인테리어한 모습을 VR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아파트 리모델링 서비스, 아파트 분양을 위해 만드는 모델하우스를 사이버 공간에 만든 사이버 모델하우스 등이다.
투자자들이 올해 관심 있게 바로 보는 분야가 있다면
배준학 부사장 : 투자가들의 투자 섹터는 정부 정책과 밀접한 연관을 지닐 수밖에 없다. 펀드 출자기관이 여전히 퍼블릭 섹터가 많음에 따라 정책기관이 어떤 분야를 집중적으로 출자하느냐는 유동성 측면의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투자가들은 펀드의 목적에 부합하는 투자를 많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 정책기관이 가장 많이 출자했던 분야는 그린뉴딜, 바이오, 비대면 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이 3가지 분야가 올해의 화두가 될 것 같다.
김종배 전문위원 : 2021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고 언택트 트렌드는 더 확대될 것이다. 기존 기업들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서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기존 인프라에 통합해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제조 기업의 스마트 공장으로의 전환, 물류창고의 스마트 물류센터로 변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와 뉴노멀 시대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분야는 시장성이 있고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시기에 스타트업들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김종배 전문위원 :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면 접촉이 필요한 산업 분야에 직격탄을 날렸고 전반적인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은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뉴노멀 시대에는 기존에 만들어 놓은 비즈니스 모델로 계속 승부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객과 매출에 대한 가정들을 면밀하게 점검해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할 수도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러 사업 분야를 가지고 있다면 생존에 불필요한 사업 분야는 과감히 잘라내고 꼭 필요한 사업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도 필요하다.
배준학 부사장 :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어려운 시기에 급여 삭감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많다면 성공이 어려울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함께 고난을 이기려는 기업, 고난을 이기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직원들이 함께 고민하는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가 성과 공유제도를 도입하고 직원들에게 지분과 스톡옵션을 나눠주고 의사참여 통로를 열어주고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헌신적 기업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느냐로 귀결된다.
창업자들에게 한마디
김종배 전문위원 : 초기 창업자들이라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성공한 기업들의 성공 비결일 것이다. 성공 비결을 단순하게 정리해 보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인가’라는 것이다.대부분의 창업자는 자기의 아이템이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되었고 우수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수한 아이템이라도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다음 고객과의 접촉을 될 수 있으면 빠른 시기에 많이 함으로써 비즈니스 모델의 타당성을 조기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 검증결과를 새로운 상품과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배준학 부사장 : 한 달에 평균 두번 투자 유치론 강의를 하고 있다. 그때마다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전하는 부탁이 있다. 주식의 상대가치에 연연하기보다 더 빨리 더 좋은 기업을 만들어서 더 비싼 경영권 프리미엄 만들라는 것이다. 지분 희석을 겁내거나 높은 기업 가치만을 추구하지 말고 더 빨리 더 많이 자금을 모으라고 권한다. 그 자금으로 더 유능한 임직원을 뽑고 더 좋은 기자재를 구매하고 더 많은 실험과 인증 영업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라고 말한다. 대표이사의 덕목은 처음부터 끝까지 재무관리에 있다. 창업의 모든 과정에서 성공을 위해 헌신한 임직원들을 잊지 말라고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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