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애초에 스펙으로 지원자를 고르는 기업은 가지 않겠다”는 게 취업을 앞둔 조윤성(33) IBM 하드웨어 세일즈팀 과장의 지론이었다. 영어 성적과 자신감 외에는 자격증도 직무경험도 전무했던 그는 오직 능력만 본다는 외국계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7월 6일, 영등포구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청 광장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 현직자와 함께하는 청년취업 멘토링’(관련 기사 : “아마존에 스타트업 인턴 출신 많아요… 면접 기출은 내 자소서에 있죠”)에 멘토로 참석한 조 과장은 “입사해 보니 외국계는 정말 실력주의더라”고 말했다. 이런 기업 문화가 성향에 잘 맞은 덕분에 그는 지난해, 전 세계 35만 IBMer 중 우수성과자 단 1000명만을 초청하는 ‘Best of IBM’ 행사에도 다녀왔다.



토익 880점으로 IBM입사 “영어면접 평균 이하였지만 인성면접에서 뒤집었죠”

△ 7월 6일, 영등포구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청 광장에서

‘글로벌 기업 현직자와 함께하는 청년취업 멘토링’이 열렸다.

이날 멘토로 참석한 조윤성 IBM 과장을 행사 시작 전 만나

자세한 취업노하우를 들어봤다.

사진=이도희 기자



- IBM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하드웨어 사업부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스토리지를 판매하는 B2B 세일즈 직이다. IBM은 매트릭스 조직이다. 고객담당 영업대표가 새로운 영업 건을 발굴해오면 그 직후에 투입돼 제품에 대해 상세 설명하는 일을 한다. 대부분의 외국계 IT업체가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


- 대학 전공은 무엇이었나.

“생명공학이다. 현재 일은 전공과 전혀 상관이 없다. 지금은 면접 시에 IT에 대해 묻지만 당시에는 인성을 기반으로 한 직무면접 위주였다. 세 명의 면접관이 지원자 한 명에게 무려 한 시간 반 동안 ‘꼬리 물기’ 구조화면접을 했다. 세일즈의 직무역량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고객을 응대할 때 문전박대를 당해도 다음 고객을 문제없이 대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 말의 논리, 자신감이 필요하다. 면접 때 이런 걸 봤다. 이런 기본적인 직무역량이 있다면 업계 지식은 입사 후에 공부하면 된다.”


- 입사 당시 스펙이 궁금하다.

“토익 880점에 경희대 생명공학과 대학졸업장, 오픽 IH가 전부였다. 자격증도 인턴경험도 없었고 해외연수, 봉사 모두 없다. 서류전형은 자기소개서로 커버했다. 그러면 ‘기업은 스펙으로 거르지 않냐’고 반문하는 학생들이 많다. 스펙을 1순위로 두는 기업은 나도 원치 않았다. 그 대안이 바로 외국계기업이었다. 외국계 그리고 해외취업은 무조건 직무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토익 880점으로 IBM입사 “영어면접 평균 이하였지만 인성면접에서 뒤집었죠”



- 해당 직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가장 좋은 것은 기업 내부자를 만나는 것이다. 학교 취업진로지원처에 가면 취업한 선배 리스트를 준다. 꼭 내가 원하는 기업이 아니어도 비슷한 산업이라면 어떤 선배든 상담을 요청해봐라. 나도 그렇지만 후배의 도움을 거절할 선배는 어디에도 없다. 채용설명회도 추천한다.”


- IBM은 인턴제를 운영한다. 정규직 전환은 어떻게 되나.

“당시는 정규직 공채가 있었고 나는 공채로 입사했다. 채용절차는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면접 순이었다. 인적성검사와 면접은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당시 영어를 못해서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입사 후에 들으니 영어면접 점수도 평균 이하였다고 한다. 이를 인성면접으로 만회한 것이다. 외국계라고 해서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어에 대한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지금은 인턴을 통해 전환되며 평소의 근무태도와 PT면접 등을 통해 전환여부가 결정된다고 알고 있다. 회사의 공식입장은 아니고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 인성면접 합격비결은 무엇인가.

“자신감이다.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나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그동안 면접관으로부터 돌아온 공통적인 피드백이 ‘공격형 영업스타일을 가지고 있다’였다.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무기로 삼았다. 그렇다고 영업에 무조건 활동적인 성향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자신감을 주는 원천은 성격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자기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서 비롯된다. 방법은 지난 내 과거의 행적을 찾아서 나의 자아의 조각을 모으는 것이다. 취업을 위해 기업 인재상에 맞추거나 인위적으로 나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개성을 찾자.”


- IBM은 그 과정을 통해 얻은 답인가.

“그렇다. 내가 직접 찾은 직장과 직무인 만큼 일도 매우 재미있다. 어떤 고객을,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언제 만날지를 내가 직접 짠다.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 성향에 매우 잘 맞는다.”


- 외국계 취업에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기존의 방식을 버려야 한다. 외국계는 다시 유럽계와 미국계로 나뉜다. 미국계는 특히 완전 성과주의다. 부담도 크지만 성과가 좋으면 최고의 보상을 해 준다. 이런 외국계의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 영업을 잘 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난 입사 후에 고객사리스트를 받아서 브로슈어를 한 움큼 들고 직접 찾아가 뿌렸다. 나중에 들으니 이게 옳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당시는 업계를 너무 몰랐기에 이렇게 부딪혀서라도 공부하고 싶었다. 이러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숫자 압박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 취준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업이라는 과정에 너무 겁을 먹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반드시 직무와 자기를 분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맞지 않는 스펙은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