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이젠 사먹지 말고 만들어 먹자", 단 하나뿐인 맥주 ‘홈 브루잉’ 열풍

△맥주공방 비어랩 협동조합에서 한 참가자가 맥주 양조를 체험하고 있다.


[캠퍼스 잡앤조이=김인희 기자/ 이태권 대학생 기자] 획일화된 맥주 맛에 질린 소비자들이 독특한 맛과 향을 내는 수제맥주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맥주 전성시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이태원, 홍대, 강남 등에 위치한 수제맥주 전문점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수제맥주·하우스맥주로 불리는 ‘크래프트 맥주’(Craft Beer)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주세법과 연관돼 있다. 소규모 맥주양조장의 외부유통이 허용되면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팽창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14년 4월 1일 ‘주세법 개정시행령’ 발효되면서 소규모 맥주양조장의 판매 범위가 일반음식점 등 다른 사업자의 영업장으로 확대됐다. 이전까지는 자신의 제조장에서만 판매가 가능했다. 지난 8월에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맥주의 판매 범위를 대형마트, 편의점 등으로 확대시킨다는 세법 개정안까지 발표된 상황이다.


수제 맥주의 열풍과 함께 개인이 직접 소규모의 맥주를 만들어 먹는 ‘홈 브루잉(Home Brewing)’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홈 브루잉의 인기가 이어지자 개인이 직접 맥주 양조를 할 수 있는 홈 브루잉 키트와 맥주 재료들을 판매하는 곳도 증가했다. 서울홈브루, 크래프트브루어, 쿠퍼스 등에서는 10~20만 원대에 기본적인 홈 키트를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맥아와 홉, 효모 등 다양한 주재료도 구입할 수 있다.


몰트에서 맥주까지, 초보자도 가능…홈 브루잉 인기에 맥주공방 ‘주목’



"맥주, 이젠 사먹지 말고 만들어 먹자", 단 하나뿐인 맥주 ‘홈 브루잉’ 열풍

△비어랩 협동조합 내부 전경. 각종 양조 기구와 재료들이 구비돼 있다.


집에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홈 브루잉은 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양조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찾는 곳이 바로 ‘맥주 공방’이다. 양조를 위한 각종 재료와 기구들이 준비돼 있고, 전문가의 교육과 가이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비어랩 협동조합’, ‘소마’, ‘굿 비어’, ‘아이홉’ 등 맥주공방들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비어랩 협동조합에서는 초보자를 위한 완전곡물 양조 교육이 진행됐다. 참가자의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참가자들 대부분 양조가 처음이었지만 저마다 자신만의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의로 가득 찼다. 이날 교육은 손승현 조합원의 지도 아래 맥주 양조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완전곡물 방식으로 진행됐다.


홈 브루잉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맥주 원액인 맥아 농축액을 이용하는 ‘원액 캔 방식’, 맥아와 맥아 농축액을 함께 사용하는 ‘부분곡물 방식’, 맥아에서 직접 맥아즙을 추출해 이용하는 ‘완전곡물 방식’이다.


비어랩 공방의 이용료는 1배치(20L) 기준 5만 원이다. 재료비 등을 포함하면 1배치에 10~12만 원정도 하니 1L 한 병에 5~6천 원 정도다. 시판 중인 크래프트 맥주들이 한 병(330ml)에 4~7천 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공방을 이용한 홈 브루잉은 꽤 경제적인 셈이다.


교육에 참가한 김민수(42)씨는 “양조를 해보니 직접 만드는 데서 오는 만족도가 크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나만의 맥주를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함께 참여한 김지성(26)씨는 “처음 하는데도 생각보다 과정이 쉬워 재밌었다”며 “대학생 혼자하기에는 약간 비싼 듯하지만 친구와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맥주, 이젠 사먹지 말고 만들어 먹자", 단 하나뿐인 맥주 ‘홈 브루잉’ 열풍


<맥주 만드는 방법>


맥주의 주재료는 몰트(맥아)와 횹, 효모, 물이다. 몰트는 맥주의 기본이 되는 맛과 색, 거품 등을 결정한다. 홉은 줄기식물의 일종으로 주로 맥주의 쓴 맛과 풍미, 향에 관여하고, 효모는 맥주를 발효시키는 역할을 한다. 맥아즙에 우러난 당(糖) 성분을 효모가 먹고 알코올과 탄산을 만든다.


맥주 양조는 크게 7가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몰트 고르기 및 분쇄 → ?당화 → ?여과와 잔당 회수 → ?끓이기 및 홉 넣기 → ?식히기 → ?발효 → ?병입과 숙성


먼저 몰트를 골라 분쇄기로 잘 갈아준다. 보통 몰트의 양에 따라 도수가 결정된다. 몰트 총량이 5kg이면 ABV 5%, 10kg이면 ABV 10%의 맥주가 만들어지는 식이다. 몰트가 갈아졌다면 뜨거운 물 20L(몰트 6kg 기준)과 잘 섞고 1시간 정도 68℃의 온도를 유지하며 맥아즙을 추출한다. 이를 당화 과정이라 한다. 효모가 발효할 때 필요한 당분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 때 보통 10L의 물은 몰트가 흡수하고 나머지 10L의 맥아즙이 추출된다.


몰트와 맑은 맥아즙을 분리하는 여과를 거치고 나면 다시 몰트에 82℃ 정도의 뜨거운 물을 추가로 붓고 15분 정도 우려낸다. 남은 당을 추가로 추출한다고 해서 ‘잔당 회수’과정이라 한다. 이렇게 해서 총 24L의 맥아즙이 나올 때까지 추출을 계속한다. 앞서 말한 원액 캔 방식은 바로 이 맥아즙을 완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에서 ?까지의 과정이 생략된다.


우러난 맥아즙은 1시간 동안 팔팔 끓이며 30분 간격으로 홉을 넣어준다. 처음부터 넣는 순서에 따라 차례로 쓴맛, 풍미, 아로마 향을 더한다. 맥아즙이 20L 정도로 줄어들었다면 효모가 활동하기 좋게 25℃ 이하로 빠르게 식혀준다.


다음 과정부터는 소독이 중요하다. 맥주는 균에 의해 쉽게 변질되기 때문에 맥주를 발효시킬 발효조와 각종 기구들을 깨끗이 소독해놓아야 한다. 발효조에 옮겨 담은 맥주는 마지막으로 비중계로 O.G(Original Gravity)를 체크한 뒤 효모 10g을 넣고 밀봉해 1주일 간 20℃의 상온에서 발효시킨다.


발효된 맥주는 다시 1리터당 7g의 설탕을 넣은 병에 옮겨 담아 1주일을 더 숙성시킨다. 효모가 설탕을 먹고 탄산을 만들기 때문이다. 완성이다. 완성된 맥주는 다시 비중계로 F.G(Final Gravity)를 측정해 도수를 계산한다. '(O.G-F.G)?1.3‘을 계산하면 최종 도수가 나온다.


“맥주가 좋아 동아리 만들었죠” 맥주를 직접 만드는 대학생들



&quot;맥주, 이젠 사먹지 말고 만들어 먹자&quot;, 단 하나뿐인 맥주 ‘홈 브루잉’ 열풍

STLAB 송형근 회장(가운데)과 부원들이 직접 만든 맥주를 들고 있다.


홈 브루잉의 인기는 대학가에도 번지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STLAB’은 식품공학과 학생들이 만든 홈 브루잉 동아리다. STLAB은 지난 2014년 3월 황찬우(29)씨에 의해 만들어졌다. 졸업생 황 씨는 현재는 울산 트레비어 양조장의 브루어(맥주 양조업자)로 일하고 있다.


올해로 4기째인 STLAB은 약 40명의 부원들로 구성돼 있다. 학과 동아리 이다보니 학교 안의 실험실에 필요한 기구들이 모두 구비돼있어 양조 공간 문제 또한 걱정을 덜었다. 재료도 회비를 모아 한 번에 40L치 재료를 온라인으로 대량 구매해 2배치에 10만 원 정도 선에 구비하고 있다.


STLAB은 한 학기에 6~7회, 방학 중에는 5~6회 정도 양조를 진행한다. 맥주를 한번 양조하는데 짧게는 2주, 길게는 1달씩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자주 맥주를 빚고 있는 셈이다. 홈 브루잉 동아리라 해서 맥주 양조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매주 맥주세미나를 열어 블라인드 테스트, 테이스팅과 시음회를 진행하고,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양조 이론을 공부한다. 한 달에 한 번 유명한 펍(Pub)들을 돌며 맥주를 맛보는 펍 크롤링(Pub Crawling)과 양조장을 직접 방문하는 브루어리 투어도 진행한다. 지난 4월에는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코리아 홈브루잉 챔피언쉽’ 대회에서 스타우트 맥주 부문 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4기 회장을 맡고 있는 송형근(24)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맥주가 그저 취하기 위한 술로 인식되어 왔으나 최근 들어 사람들이 맛있게 즐기기 위한 맥주를 찾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맥주도 어엿한 하나의 음식으로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2학기부터는 기회가 된다면 일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체 맥주 세미나도 개최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사람들이 맥주와 홈 브루잉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quot;맥주, 이젠 사먹지 말고 만들어 먹자&quot;, 단 하나뿐인 맥주 ‘홈 브루잉’ 열풍

SNU BREW 부원들이 모여 맥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SNU BREW 사진 제공)


서울대학교에서도 홈 브루잉 동아리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과기대의 ‘STLAB’이 전공자들만의 동아리라면, 서울대의 홈 브루잉 동아리 ‘SNU BREW’는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SNU BREW는 자유전공학부 3학년인 장원혁(26)씨가 지난 2015년 11월 결성한 홈 브루잉 동아리다. 초대 회장인 장 씨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맥주의 재료와 제조 과정부터 현대 맥주에 대한 인식과 배경, 다양한 맥주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강의와 세미나를 진행한다. SNU BREW는 매 학기마다 새로운 기수를 모집해 일종의 ‘강연’ 식으로 활동을 진행한다. 올해로 4기째이며 매번 2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3년 전 학교 근처 펍에서 우연히 크래프트 맥주를 접한 이후 이른바 ‘맥덕’이 되었다는 장 씨는 자취방에서 직접 맥주를 빚는 것은 물론, 양조 전문교육기관인 ‘수수보리 아카데미’에서 보조강사로 활동했을만큼 맥주에 대해서는 전문가 수준이다.


장 씨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홈 브루잉에 대해 알리고 동아리를 키워 SNU BREW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 우선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홈 브루잉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맥주를 많이 마셔 봐야 한다”며 “맥주에 대한 심적 기준가를 1만 원으로 잡는다면 훨씬 더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맥주의 맛을 알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다양한 맛을 느낀 후 자신만의 스타일을 알게 된다면 자연스레 홈 브루잉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kih0837@hankyung.com


&quot;맥주, 이젠 사먹지 말고 만들어 먹자&quot;, 단 하나뿐인 맥주 ‘홈 브루잉’ 열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