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등록금 내고 원하는 강의 못 듣는 현실…분노의 외침 ‘수박바’


[캠퍼스 잡앤조이=김인희 기자/ 이태권 대학생 기자] 대학생들에게 수강신청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강의 인원수는 제한돼 있고, 인기가 높으면 수강생들이 몰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수강신청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원하는 강의를 듣지 못한다. 비싼 등록금을 낸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매학기 어느 학교라 할 것 없이 문제가 반복되자 대학생들의 불만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일부 대학의 커뮤니티에서는 ‘강의 매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가격대는 최소 3만원에서 최대 10만원. 수강신청 시스템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학생들이 모여 모임을 결성했다. 바로 국민대 학생들이 만든 ‘수강신청 박살 난 사람들의 바람(이하 수박바)’이다. 수박바는 지난 8월 결성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페이스북 자체 공식 페이지를 개설해 릴레이 호소문을 게재하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서명운동 및 학내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수박바 “수강신청 문제 해결하라” vs 학교측 “대부분 사용하는 선착순 시스템”


수박바는 지난 21일 국민대학교 민주광장에서 학내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학교 측에 수강신청 시스템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또 직접 교무팀에 찾아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과 학교 사이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수박바의 김남균(공법·3) 학생은 “현재의 선착순 수강신청 시스템은 학교 측의 편의를 위해 일방적으로 결정한 시스템이고 학생들이 학교 시스템을 따라가는 구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강신청 시스템보다) 학생들의 교육권이 우선순위가 되려면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싼 등록금 내고 원하는 강의 못 듣는 현실…분노의 외침 ‘수박바’

‘수박바’ 유가람 대표(우)와 김남균 학생(좌)


수박바의 유가람(국어국문·2) 대표는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대학교는 재학생 대비 강좌 수와 전임교원 확보율이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수강신청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개선은 물론 강좌 수를 확충하고 전임교원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무팀에서 국민대 수강신청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박민우 씨는 페이스북 ‘국민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게시된 수박바 학생들의 글에 반박하는 댓글을 올렸다.


그는 “서울지역 내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우리와 같은 선착순 시스템을 사용 한다”며 “수강신청 변경기간에 나머지 티오(T.O)가 열려 수강신청 기간 초반에 실패한 학생들도 정정기간에 부족한 학점이 충족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대의 전체 강좌 수는 서울 수도권 사립대학 중 평균 이상”이라며 “강좌 수요에 따라 강좌수를 조정할 수 있지만 이또한 부작용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교무팀에 따르면 인기에 따라 강좌수를 조정하면 ‘학점을 쉽게 얻는 강의’ 또는 ‘재미 위주의 강의’가 생존하기 유리하다. 또 교수님들이 설계한 교육과정과 전공 시 이수해야할 수업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수강신청 대란, 대학들의 공통고민…“근본적 문제인 ‘강의수’, ‘교원수’ 해결시급”


비싼 등록금 내고 원하는 강의 못 듣는 현실…분노의 외침 ‘수박바’


수박바는 이번 2학기 수강신청 기간 동안 국민대학교 재학생 200여명을 대상으로 ‘수강신청 시스템 만족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43%와 45.8%로, 설문에 응한 재학생 대다수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외 ‘보통’(8.3%), ‘만족’(1%), ‘매우 만족’(1%)은 도합 10% 내외였다.


학생들은 수강신청과 관련해 ‘수강신청을 실패해 필수 전공과목을 거의 신청하지 못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원하는 수업을 신청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종합정보시스템(수강신청 홈페이지)의 서버 개선이 시급하다’ 등 다양한 이유를 꼽았다.


수박바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강의 수와 교원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수강신청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7년 9월 전국 국·공립 및 사립대학교 202곳 중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항목에서 국민대학교는 29.52명으로 131위다. 또 2017년 기준 재학생 규모 1만 명 이상인 서울 내 주요 사립대학 11곳 중 국민대의 재학생 수 대비 강좌 비율은 약 5:1로 세종대, 숭실대, 홍익대와 함께 공동 4위의 수준이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민대 총학생회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이태준(정치외교·4) 국민대 총학생회장은 “총학 차원에서 수박바 학우들의 회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재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학자요구안(학언자주화요구안)을 준비 중”이라며 “학자요구안이 학교본부에 전달되면 내년 초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열릴 때 예산 편성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현재 학교 처장급 교수단과 만남을 추진 중이다. 학교 측과의 만남에서 학자요구안을 통해 현 수강신청 시스템의 문제와 개선점, 관련 예산 현황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다른 대학에서도 선착순 수강신청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연세대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일명 ‘수강신청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다. 각 학생마다 부여된 마일리지를 원하는 강좌에 ‘베팅’해 더 많은 마일리지를 투자한 학생이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구조다. 이외에도 정원이 초과된 강좌에 대해 순번을 부여해 배정 순위를 정하는 ‘대기 순번제’와 추첨을 통해 강좌를 배분하는 ‘강의 추첨제’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kih08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