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월평균 26만3000원 임금 낮아

한국의 핵심 근로자 계층은 50대 이전 남성

이들은 장시간 일하고 고임금 받아

육아 부담 등 큰 여성은 진입 자체 불가능

대졸 여성 20.8% “학력 수준보다 낮은 업무 담당”

추격자 단계는 소수 핵심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가 효율적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낡은 근로 문화일뿐



6일 일산 국민은행연수원에서 진행된 신입사원 면접에 참가한 지원자들이 PT자료를 보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091106
6일 일산 국민은행연수원에서 진행된 신입사원 면접에 참가한 지원자들이 PT자료를 보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091106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는 ‘대졸 청년의 성별 일자리의 질 비교(오호영, 이은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여성은 남성에 비해 월평균 26만 3000원의 임금을 적게 받고 있으며, 현 직장의 복지후생에 만족하는 비율 역시 남성에 비해 9.4%p 낮았다. 특히 ‘자신의 교육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응답한 여성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높았으며, 현 일자리에서의 개인 발전 가능성에 대한 만족 비율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낮았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정부에서 시행한 다양한 취업 관련 정책이 ‘취업의 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단순 취업률을 높이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일자리의 본질적 문제는 ‘질’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졸 여성, 학력 수준보다 낮은 업무 담당...고임금 핵심 근로 계층 진입도 장벽”

△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 조사 방식은 어떻게 되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12차년도 한국고용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했다. 2004년 고등학교 3학생이던 학생들을 계속해서 추적 조사해 12년간의 이력을 관리한 데이터다. 집계된 데이터 중 2015년 당시 대졸 이상의 임금근로자인 1761명(남성 985명, 여성 776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그중 대기업은 534명(남성 358명, 여성 176명), 중소기업은 1198명(남성 605명, 여성 593명)이다.”


- 조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결과는 무엇인가.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임금이 낮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던 결과다. 하지만 임금 차이뿐만 아니라 복지후생, 개인 발전 가능성 부문 등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만족도가 낮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남녀간의 격차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아무래도 대기업 임직원 중에는 남자 근로자가 많기 때문에 복지후생 등 기업 문화가 남성 위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으로 여성의 일자리 질이 낮았다.”


-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


“OECD 통계를 보면 대부분 남성에 비해 여성이 낮은 편이다. 대졸 여성이라도 결혼을 하고 가사 노동 등을 하며 경력단절이 되다보니 재진입이 어렵다. 하지만 성별 임금격차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큰 편이다.”


- 원인은 무엇으로 보나.


“국내 노동시장의 핵심 근로자 계층은 50대 이전의 남성이고 그 외는 주변화됐다. 이중구조인 것이다. 핵심 근로자 계층은 장시간 일하고 고임금을 받는다. 하지만 여성 고학력자는 핵심 근로자 계층으로의 진입이 어렵다. 장시간 근로를 하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게 되고, 그런 직장은 포기하게 된다. 일자리 시장의 이중구조화 때문에 여성 인력의 활용이 제한적이다.”


“대졸 여성, 학력 수준보다 낮은 업무 담당...고임금 핵심 근로 계층 진입도 장벽”


대졸 청년 성별 취업 질 비교, 월 평균 임금 남성이 여성보다 26만 3천원 많아


대졸 청년의 성별 취업의 질 비교 결과, 월평균 임금은 남성 210만7000 원, 여성 184만4000 원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26만3000원 적다. 특히 남녀간의 임금 격차는 대기업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대기업의 겨우 남성이 223만4000 원을 받는 데 비해 여성은 27만2000원 적은 196만 2000원을 받는다.


복리후생의 경우, 만족하는 비율이 남성은 36.4%, 여성은 27%로 나타났다. 복리후생의 만족도 역시 대기업에서 남녀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남성 중 복리후생에 만족하는 비율은 51%이며, 여성은 35.8%다. 여성이 남성보다 15.2% 낮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교육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에서 요구하는 교육 수준이 자신의 교육 수준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남성 11.6%, 여성 16.1%다. 4년제 대졸 이상의 경우, 자신의 교육 수준보다 업무 수준이 낮다고 응답한 남성은 15%, 여성은 20.8%다.


또한 같은 정규직이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직장에서 개인이 발전할 가능성에 만족하는 비율도 낮았다. 현재 일자리에서 개인이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만족하는 비율은 남성 39.7%, 여성 30.4%다. 정규직의 경우 남성은 40.3%, 여성은 31.9%로, 여성이 남성보다 8.4%p 낮다.


- 대졸청년 성별 취업의 질 비교를 보니, 여성은 남성보다 월 평균 26만3000원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으로의 여성 진입이 어렵다. 회식 등 근로 문화가 남성 중심이고, 장시간 근로가 보편화됐다. 입사하더라고 결혼 후 출산, 육아 등을 겪게 되면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직장 생활을 지속하지 못한다. 입사 단계에서도 차별이 있지만 근로 문화자체도 친여성적, 친가족적이지가 않다. 직장 내 여성에 대한 차별도 있을지 모른다. 아마 그런 부분이 이번 조사를 통해 보여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녀간의 격차가 중소기업 보다 대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 의외다.


“규모적인 격차다. 현재 임금 구조에서 대기업이 100이라면 중소기업은 60 정도의 수준이다. 중소기업은 임금 자체가 낮기 때문에 내부적인 격차가 적다. 때문에 남녀 격차도 크지 않다.”


“대졸 여성, 학력 수준보다 낮은 업무 담당...고임금 핵심 근로 계층 진입도 장벽”


-직장의 복지후생 만족도 역시 남성에 비해 여성이 9.4%p 낮다. 기업에서 여성을 위한 복지후생이 적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인가.


“같은 대기업 정규직이라도 남녀간의 복지후생 만족도 격차가 크다.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을 텐데 여성에게는 어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스포츠 등의 복지후생은 여성에게 크게 만족감을 주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내의 복지후생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로자 선호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여성들의 만족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업무 수준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교육수준 대비 낮은 수준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결과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그에 대한 원인으로 예상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통근 시간의 문제다. 통계를 보면 남성은 여성보다 통근 시간이 길다. 여성은 한정된 도시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직장을 구한다. 통근 시간이 짧은 근거리의 직장을 선호하다보니 직장 선택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 일정 거리 내 한정된 직장 중 일자리를 찾다보니 자신의 학력 수준보다 낮은 직장을 고르는 경우도 많아진다. 남성들은 거주 지역이 아니라도 지방으로도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들은 지역 내 한정된 일자리 내에서 경쟁을 한다. 아마도 통근 시간이 짧은 이유는 육아, 가사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노동시장의 차별이다. 국내 노동시장에서는 남성에게는 학력 수준에 맞는 업무를 주고, 여성에게는 주변부 일자리를 주는 경향이 크다.”


“대졸 여성, 학력 수준보다 낮은 업무 담당...고임금 핵심 근로 계층 진입도 장벽”



-개인 발전 가능성에 대한 만족도도 남자에 비해 여성이 9.3%p 낮던데.


“조사 대상은 만 30세의 남녀다. 여성 응답자 중 상당수가 미혼일 것이다. 그들은 개인 발전 가능성에 대해 ‘결혼하고도 이 회사를 다닐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을 것이다. 여자 선배들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미래가 어두운 거다. 때문에 여성의 상당수가 회사에서의 발전 가능성을 낮게 인식했다.”


-앞으로의 일자리는 어떻게 변화해야한다고 보나.


“4차 산업혁명이 오면서 가장 먼저 바뀔 것 중 하나는 남자 핵심근로자 중심의 장시간 근로 문화다. 늦게까지 근무하는 관행이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 소수의 핵심 근로자만 갖고 선진기업을 추격하는 과거의 기업 문화에서는 장기간 근로가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는 근로 방식이다. 여가와 학습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3년이 지나면 절반은 의미가 없어진다.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대졸 여성, 학력 수준보다 낮은 업무 담당...고임금 핵심 근로 계층 진입도 장벽”


-여성 일자리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나.


“여성의 직장 생활에서 큰 허들이 되었던 장시간 근로문화가 해체되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진다. 여성들의 커리어 개발이 수월해질 것이다. 또한 앞으로는 제조업, 생산직 등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서비스직, 전문직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단순 반복을 하는 일은 로봇이 대체하고, 감성적인 터치가 필요한 일을 사람이 하게 된다. 그런 일자리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강점이 있다. 때문에 앞으로는 여성에게 유리한 일자리 문화가 생기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실제 ‘컴퓨터화로 인해 남성이 여성보다 일자리 위협을 더 많이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