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일자리 공약④ 이재명] 전투병 10만명 모병·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사람이 무슨 물건이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예비후보가 지난 2009년, 성남시장이 되기 전 한 포털사이트에 남긴 글이 최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당시 비정규직 보호법 적용 범위를 기존 300인 이상 기업에서 10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한 데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국가 공기업이라면, 2년이 지나도 계속 필요하면 정규직 전환하라는 법에 따라 정규직 전환하면 된다. 그게 법을 지켜야 할 공기업의 기본적 태도”라며 “비정규직 돌려막기를 무슨 좋은 정책이나 되는 양 떠드는 사람이 이 나라 권력자”라는 날선 글을 남겼다.


8년 뒤,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장을 거쳐 제 19대 대통령 경선 후보로 직접 나섰다. 그의 공약집에는 총 23개의 당선공약이 정리돼 있는데 이중 일자리 공약은 촛불혁명 공약, 기본소득 제공에 이어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칭 ‘노동자 대통령’ 후보인 이 시장의 일자리에 대한 시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시장의 일자리 공약의 핵심은 ‘신규 일자리 90만개 창출’이다. 공공부문 30만개, 민간부문 60만개 일자리 임기 내 생성을 골자로 한다. 물론 비정규직 관련 공약도 있다. 공공부문 상시 지속업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공공 30만·민간 60만’ 90만 일자리 창출하겠다


이재명 시장은 3월 3일, 여의도 캠프에서 열린 일자리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현재 노동시장은 좋은 일자리 25%와 나쁜 일자리 75%, 즉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대립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노동시장의 이중화, 일자리의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가장 이목을 끄는 공약은 ‘스마트 강군’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선 10만 명을 전문전투병으로 모병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무작위 징집 제도를 축소하는 대신 전문 군사기술을 갖춘 인재로 대체하자는 의미다.


스마트 강군이 도입될 경우, 군대의 질이 향상되고 청년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 외에 의무병의 복무기간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이 시장의 설명이다. 이 시장은 “현대전은 사병 숫자가 아니라 무기의 첨단화와 첨단화된 무기체계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훈련된 병사가 좌우한다”며 “첨단 무기를 운용하는 정예전투요원(스마트강군) 10만 명을 모병하면 현재 군대 63만 명을 50만 명으로 줄이는 정부계획을 고려할 때 징집병 20만 명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일자리 공약④ 이재명] 전투병 10만명 모병·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2016년 4월, 두 번째 청년배당 지급을 시작한 성남시의 이재명 시장이 성남동 주민센터에서 청년배당을

수령하는 청년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성남시청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안보전문가는 아직 징집병 규모 축소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군대의 절대적인 양을 간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부형욱 안보분야 박사는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모병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기술력을 북한의 절대적 군사량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어도 점진적으로 무기의 첨단화가 이뤄져야한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이 시장은 여기에 소방(2만 명), 경찰(1만 명), 교사(4만 명), 사서 보건교사 등(2만 명), 노동경찰(1만 명)과 기타 사회적 일자리(10만 명) 등 전문 인력도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 1만 명은 의무경찰을 정식경찰로 대체하고, 비정규직 기간제교사를 정규교사로 채용한다. 이는 단순히 규모의 절대량 증가 외에 기존 인력의 처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상의 공약은 주로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예산을 차치하더라도, 관련 구성원들의 사회적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정책은 기존에 임용고사를 통과한 정규직 교사 및 임용고사 준비생(임고생)들과의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 임고생들은 “기간제 교사 임용 방법은 시험 외에도 다양하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간부문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및 불법 장시간 노동 초과근로수당을 철저히 지급해 50만 명에게 일자리를 주고 중소기업 산업기간요원을 10만 명 추가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3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재명 시장은 “주 5일 근무에 주 40시간 기본 노동시간으로 하고 가능하면 초과근로를 해도 52시간으로 제한하도록 할 것”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에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불법 노동하는 사람이 354만 명이고 이것만 규제해도 34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게 예산… “부자들에게 걷겠다”


그렇다면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까. 우선 법인세를 조정해 영업이익이 500억 이상 되는 상위 4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건부 법인세 인상분을 확보한다. 이들로부터 15조원을 더 걷고, 낭비성 예산을 줄이고 연간 정부 예산 순증가분을 확보해 예산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최고 22%이다. 이는 2000년 28%에서 6%나 줄어든 것으로 OECD 평균은 23.3%다.


토지세도 인상한다. 이재명 시장은 3월 1일 채널A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에 출연해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국민은 시세의 2% 가량 자동차세를 내는데, 토지는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으면서도 세금은 0.1%에 불과하다”며 “토지에 자동차세의 5분의 1만 보유세를 부과하면 약 15조원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예산 400조원 중 국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돈이 142조원 있다”며 “토목사업 지원금과 대기업 연구개발(R&D) 지원금 등에서 예산을 감축하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실현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성남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정부 예산의 절반 이상은 법령에 따라 이미 지출이 결정된 연금이나 인건비 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캠프 토지주택분과를 맡은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반박했다. 전 교수는 “예산 강직성은 오히려 지방이 중앙정부보다 강하다”며 “국책공사 등에 쓰일 돈을 줄이고 자연 순증하는 예산을 활용하면 28조원을 마련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