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S가 성공하려면? '정부-기업-학교'간의 케미스트리가 포인트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을 국가가 정한 기준으로 교육해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인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이하 NCS)의 도입이 초읽기다. 이미 지난해부터 기업과 일부 학교(특성화고)에서 반영해 실시 중인 NCS는 올해를 기점으로 2018년 본격 도입한다. 정부는 NCS 도입으로 기존 교육체계는 물론, 스펙 위주의 채용시스템 타파를 예고했다. 그렇다면 NCS는 무엇이며, NCS 도입 이후엔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
NCS,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VS또 하나의 스펙
‘NCS’를 준비하기 이전에 NCS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으로 NCS 도입 이유는 능력 있는 인재를 양성해 핵심인프라를 구축하고, 향후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동안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NCS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공기업에 채용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NCS가 필요한 기업에는 기업 활용 컨설팅도 지원했다. 점진적인 NCS 확산에 나선 것이다.
NCS가 가장 먼저 반영된 곳은 특성화고다. 특성화고는 고교 졸업 후 바로 사회 진출은 물론, 재학생 신분으로도 취업할 수 있는 곳으로 이미 경영·회계, 금융, 보건·의료, 기계 등 분야별 교과목을 NCS화로 변경 중에 있다. 교사들 또한 상업, 기계, 전기·전자 등 특성화고 전문교과 교사들은 지난해부터 연간 16시간 NCS 연수를 통해 교육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 중이다.
지난 1월 10일 한국경제신문사 3층에서 열린 ‘금융NCS 교사 연수회’에 전국 특성화고 상업계열 담당 교사 40여명이 참가했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바뀌는 NCS를 파악하기위해서다. 이번 연수에 참가한 홍순재 대성여상 교사는 “지난해부터 NCS 교육 연수를 받고 있는데 이번 연수가 새로운 내용이라 참가했다”며 “아직 NCS가 정확히 자리 잡지 못해 교사들은 새로운 정보를 찾아다니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긍정사례로 퍼지는 NCS 효과
지난해부터 몇몇 특성화고에서는 전문교과목별 NCS 교재를 자체 제작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내 NCS TF팀을 꾸려 바뀌는 교육 정책에 대응하기도 했다.
2013년 4월 ‘NCS 기반 실전·창의인재 양성사업’ 운영기관으로 선정되면서 NCS와의 인연을 이어 온 광주공고는 NCS 도입 이후 3년 간 취업률이 2배(2013년/35%~2016년/60%) 가까이 상승했다. 이 학교가 NCS에 관심을 둔 이유는 지역적 소외와 열악한 취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광주공고는 자체 내에서 NCS 기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현장 실무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국내에서 NCS 기반 교육과정의 사례가 전무하다보니 시행착오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이동승 광주공고 교무기획부장은 “처음엔 생소한 교육과정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학생들이 잘 따라와 줬다”며 “특성화고 최초로 NCS 기반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한 것 자체로 의미가 크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올라가고 현장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재학생들도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소감을 전했다.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NCS 긍정 사례가 이어져오고 있다. 수배전반 중전기 제조업체인 광명전기는 2015년 7월부터 4개월간 정부에서 지원하는 NCS 기업 활용 컨설팅을 받았다. NCS를 기반으로 직무기술서를 구체화하고 인적자원개발 및 채용 프로세스를 확립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 회사에도 직무기술서가 있었지만 채용이나 교육·훈련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기대할 순 없었다.
광명전기는 NCS 기업 활용 컨설팅 이후 채용 프로세스가 직무 중심으로 바뀌었다. NCS 기반 직무기술서는 재직자훈련뿐 아니라 채용과정에서도 중요한 평가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인사평가 체계도 자리 잡았다. 기존 팀별 KPI 평가 자료를 기초로 평가했다면, 최근에는 NCS 직무기술서를 토대로 팀별 및 개별 자가진단과 인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유관형 광명전기 기획팀 과장은 “NCS 채용을 통해 자신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직무인지 여부 등 회사를 파악한 상태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허수지원자가 크게 줄었다”며 “스펙보다는 회사에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 선발이 가능해진 것이 NCS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또 하나의 스펙으로 불리는 NCS
반면 취업전문가들이 평가하는 NCS는 냉소적이다. 그들은 NCS가 취업난 해소는 커녕 취업준비생들이 준비해야 하는 또 다른 스펙이라는 의견이다.
김대성 인크루트 홍보팀장은 “취준생들은 NCS를 또 하나의 스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실제 외국어나 토익 학원처럼 NCS 전문 사교육 학원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지성 잡코리아 홍보팀장 역시 “NCS는 실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때문에 취준생들은 자소서나 실무능력이 또 다른 스펙으로 쌓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한 모씨(22)는 “공기업 준비로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NCS가 반영된다고 해서 학원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학원비도 만만치 않은데 (NCS가) 추가돼서 머리가 더 복잡하다”라고 토로했다.
NCS는 정부가 바라는 능력중심사회 구현에 중요한 첫 단추다. 취지와 목표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야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스펙으로 불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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