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능률을 높이거나 즐겁게 하려 불렀다는 노동요.
요즘 대학생들의 노동요는 시험 기간에 즐겨 듣는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노동요에도 취향은 나뉘게 마련이다.
‘이거 완전 내 얘긴데?’ 싶다면 유형별로 엄선한 맞춤 음악에 주목할 것.
Type 1. 한국어 대신 무조건 영어로
이 타입은 한 번 가사가 들리기 시작하면 집중력을 잃게 된다. 한국어가 나오는 노래를 들으면 시험내용과 가사가 머릿속에서 뒤섞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문 계열은 책보다 한국어 노래에 자기도 모르게 집중하니, 해석 못 하는 외국 노래만 찾아 듣기도 한다.
단, 노래가 좋다고 가사를 찾아보는 순간 영어마저 귀에 속속 박힐 수 있다. 또 자주 들으면 익숙해지니 주기적으로 새로운 노래로 바꾸는 것이 좋다. 국민 캐럴인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가사는 몰라도 흥얼거릴 수 있으니 중요한 시험 전에는 건너뛰도록.
맞춤 음악
① 에이미 와인하우스- Rehab ② 아리아나 그란데- Big Mistake (feat. Big S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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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해석 안 돼서 방해 안 되지롱ㅎ 근데 왜 눈에서 땀이 나지?”
Type 2.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Type 4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신나는 비트의 노래보다는 ‘다 비켜, 걸리기만 해봐’ 식의 저돌적 느낌이 강하다는 것. 특히 기말고사와 과제가 겹치거나 하루에 3개 이상 시험과목이 몰리면, 상승하는 전투력으로 센 곡을 찾게 된다.
또 이 유형은 랩파와 노래파로 나눌 수 있다. 랩파는 돌직구의 가사와 펑키한 리듬을 선호하지만, 노래파는 사이다를 들이켠 듯 시원한 음색을 중시한다. 단, 스피커로 들으면 엄마의 ‘공부 안 하고 뭐 하는 거니’라는 눈총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맞춤 음악
① 에픽하이- Born Hater ② 에일리- 손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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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랑 디스 랩 배틀 하고 싶다.”
Type 3. 누가 보면 어제 이별한 줄, 한없이 쳐지는 곡
이 타입의 특징은 노래가 귀에 잘 들려오기 시작하는 순간 금세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는 것. 주로 선택하는 곡은 잔잔하고 튀지 않는 리듬의 곡이다. 또 곡의 진행이 극적인 R&B 보다는 감미로운 발라드, 기타선율의 부드러운 인디음악을 선호한다.
그럴 거면 노래를 왜 듣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어폰이 없으면 무언가 불안한 다소 변태스러운(?) 성향이 돋보인다. 주로 발라드는 이별 곡이 많으므로 재생 목록만 보면 어제 헤어진 사람을 방불케 한다.
맞춤 음악
① 정준일- 안아줘 ② 볼 빨간 사춘기- 나만 안 되는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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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듣지만 내 귀에 거슬리면 안 돼^^”
Type 4. 눈은 책, 귀는 클럽
도서관을 뛰쳐나가고 싶은 ‘기말고사 한정 흥남병’은 신나는 비트의 댄스 음악으로 치료할 수 있다. 노래를 듣다 보면 몸은 도서관이지만, 영혼은 이미 걸그룹 뺨치는 '내적 댄스' 중. 또 시험 기간만큼은 평소 관심 없던 걸그룹의 숨은 명곡을 발견하기도 한다(역시 공부 빼고 다 재밌는 때).
이 타입의 한 가지 부작용은 흥남을 주체할 수 없게 돼 도서관에 있는 게 더 괴롭다는 것. 몸마저 노래방이나 클럽이나 향할 수 있으니 그럴 땐 잠시 이어폰을 빼고 정신줄을 잡아야 한다. 잠깐 방심하면 자신도 모르게 코인 노래방에 앉아 있을 수도.
맞춤 음악
① AOA- Good Luck ② 레인보우- M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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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무조건 신나야 제맛!”
번외. 노동 금기곡 TOP4
듣지 마! 나는 듣지 말라고 했어
한 번 들으면 머릿속에 자동 재생된다는 마성의 곡을 꼽았다.
- SS501, U R Man
'메~' 하는 도입부와 뽕 삘(?) 나는 후렴으로 ‘중독성 갑’ 노래의 자리를 굳건하게 유지 중이다. 강한 중독성 탓에 ‘수능 금지곡’이란 애칭이 생기기도 했다.
- 오로나민 씨 CF 음악
사진=한국경제 DB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로나민 씨~’ 다소 경망스러운 비트가 귀를 사로잡는다. 머릿속에 자동 재생되는 노래와 함께 CF 속 전현무의 현란한 발재간도 아른거리는 치명적인 노래.
- 아이오아이, 너무너무너무
사진=한국경제 DB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아이오아이의 ‘너무너무너무’. 직접 세본 결과, 약 3분 동안 무려 각각 73번, 69번이나 반복되는 ‘자꾸’와 ‘너무’의 향연으로 ‘자~꾸자꾸자꾸’ 부분이 자꾸자꾸 떠오른다.
- 샤이니, 링딩동 (Ring Ding Dong)
때는 바야흐로 2009년. 원더걸스의 ‘텔미’를 시작으로 후크송이 열풍이던 때가 있었다. 이 곡 역시 ‘링딩동 링딩동 링 디기디기 딩딩딩’이라는 후렴구가 머릿속에 종이 울리는 착각을 들게 한다.
김민경 인턴기자 apeac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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