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느껴보지 못한 경험,대학에서 경험했죠”

대학생활부터 직장생활, 후진학 제도까지… 후진학자들의 솔직한 대담



[1618] “사회에서 느껴보지 못한 경험,대학에서 경험했죠” 대학생활부터 직장생활, 후진학 제도까지… 후진학자들의 솔직한 대담


고졸취업자들의 ‘선취업 후진학’ 선호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게 다양한 후진학 제도가 생겨나고 있지만 득과 실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실제 재직자특별전형으로 다니는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대학생활부터 직장생활, 후진학 제도에 대한 문제점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1618] “사회에서 느껴보지 못한 경험,대학에서 경험했죠” 대학생활부터 직장생활, 후진학 제도까지… 후진학자들의 솔직한 대담


최두한(48)

공주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4학년

태창레이저 아산지사 이사

재직기간: 21년차

성적: 평점 3.8점

출신고교: 중모종합고 회계과



[1618] “사회에서 느껴보지 못한 경험,대학에서 경험했죠” 대학생활부터 직장생활, 후진학 제도까지… 후진학자들의 솔직한 대담


김영태(46)

국민대학교 기업경영학부 4학년

OO치과 운영팀 이사

재직기간: 7년차

성적: 평점 4.2점

출신고교: 선린인터넷고 회계과



[1618] “사회에서 느껴보지 못한 경험,대학에서 경험했죠” 대학생활부터 직장생활, 후진학 제도까지… 후진학자들의 솔직한 대담


김미정(26)

중앙대학교 지식경영학부 3학년

(전) 삼성엔지니어링 조달기획

재직기간: 5년 8개월

성적: 평점 4.16점

출신고교: 동구마케팅고 금융마케팅과



후진학을 선택한 직딩들의 대학생활은?



1618 특성화고를 졸업해 현재 후진학을 병행하고 있는 세 분을 모셨습니다. 지금부터 후진학에 관한 토론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각자 후진학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최두한 회사에서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기 위해 회사 근처 공주대에 2013년 재직자특별전형으로 입학했어요. 대학에서 어떤 걸 가르치는지 알기 위해 입학한 뒤 그해 공주대와 산학협력을 맺었습니다.

김영태 아빠가 되니 고졸 꼬리표가 신경 쓰이기도 했고, 마침 일하는 곳에서도 공부를 더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대학에 가게 됐어요.

김미정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케이스인데요. 언젠가 대졸 신입들과 얘기하다가 문득 직장생활을 오래하려면 대학을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618 세 분 모두 현재 재직자특별전형으로 재학 중인데, 수업은 어떤식으로 진행되나요?

최두한 보통 주말 수업으로만 진행됩니다. 주말 오전 8시 30분부터 저녁 7시 15분까지 하루에 4과목을 듣는데, 12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으면 곤욕입니다.(웃음)

김영태 저희 학교(국민대)는 평일 저녁 6시부터 10시 30분까지 수업을 하는데 주·야 구분 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어요. 다들 직장인들이라 회사 얘기로 토론수업도 하고 다른 회사 얘기도 들을 수 있어 재밌어요.

김미정 첫 학기 땐 일주일에 네 번 수업 듣고, 주말엔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세 과목을 들었어요. 2학기부턴 시간표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고요. 저희도 직장인들이 많아 실무경험을 토대로 진행하는 수업이 많아요.


1618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쉽진 않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최두한 나이가 들어서 하는 공부는 어려워요. 1학년 첫 중간고사 때 분명 암기했는데 기억이 나질 않아 미칠 노릇이었죠.(웃음)

김영태 저 같은 경우엔 업무가 널널해서 공부할 시간이 많아요.(웃음)

김미정 저도 그래요. 저희 회사에선 학업을 장려하는 분위기거든요. 나이 많은 선배들은 제가 자식같아 보이나 봐요.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하라고 난리죠.(웃음)


1618 생각보다 회사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네요.

김미정 모든 회사가 다 그렇진 않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회사에서 책만 꺼내놔도 눈치가 보인다던데요.

김영태 회사마다 차이가 있죠. 제 동기들도 회사에서 눈치보고 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나이 많은 분들은 CEO나 임원급이라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20~30대 직딩들은 얼굴에 여유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예요.

김미정 맞아요. 제 친구도 조금 일찍 퇴근하고 학교에 간다고 보고했더니 엄청 혼났대요. ‘학교 가는 건 니 사정이지 어째서 개인상황을 봐달라고 하냐면서’. 결국 그 친구 F학점을 받았대요.


1618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 근데 얘길 들어보니 나이차가 많은 동기들도 있나 보네요?

김영태 저희 과엔 이십대 초반부터 칠순 형님까지 같이 수업을 들어요. 나이 차가 많이 나고 직업도 경험도 다르지만 동기잖아요. 어떤 조직에서도 볼 수 없는 조합이죠.

최두한 제가 볼 땐 젊은 친구들은 철이 없어요. 결석도 잦고, 시험도 백지로 내는데 나이 많은 형님들이 앞에서 잘 끌어주죠.

김영태 그건 맞아요. 우리도 형님들이 주도해서 분위기를 이끌거든요.

최두한 우린 경조사도 다 챙겨요.(웃음)



후진학자들의 생존법.

삶의 경쟁에서 학업이라는 짐을 짊어진 그대들이 살아남는 방법.



[1618] “사회에서 느껴보지 못한 경험,대학에서 경험했죠” 대학생활부터 직장생활, 후진학 제도까지… 후진학자들의 솔직한 대담



1618 그럼 처음 후진학을 결정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최두한 입학하고 두 달 정도 아무한테도 말을 못했어요. 직책은 이사인데, 다시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게 창피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후배에게 얘기했더니 오히려 ‘진작 얘기하시지’라며 응원해주더라고요.

김영태 저는 직장에선 무슨 일이든 적극 지지해주지만 집에선 반대했어요. 그래서 전 방학이나 수업 없는 날은 집에 일찍 가서 가족과 함께 보내고 새벽에 몰래 공부해요.

김미정 전 반대예요. 오히려 집에서 응원해주던데요. 근데 저희 회사 상무님은 “회사에서 실력 쌓고 인정받으면 되지”라며 “등록금 낼 돈으로 차라리 여행을 가라”고 하셨어요. 일주일동안 설득 당할 정도로요.


1618 고졸 출신이라고 회사에서 차별받은 적은 없어요?

김미정 솔직히 직접적으로 차별 당해본 적은 없어요. 근데 진급에선 제한을 뒀죠. 저희 회사에서 고졸자들은 세 번의 진급을 거쳐 11년 후에나 대리를 달 수 있거든요. 최소 7년은 사원으로 다녀야 돼요. 한 선배는 사원 12년차인데도 진급이 누락돼 대리를 달지 못한 적도 있어요.

김영태 저도 뭐 별로 차별받은 적은 없지만 예전에 은행 다닐 때 임원급이나 부행장들을 보면 고졸 출신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저기까진 갈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최두한 예전에 생각해봐요. 은행가면 고졸, 대졸에 따라 신용등급도 다르고 대출 받을 때도 차이가 있었잖아요.


1618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고졸과 대졸자들의 차별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이라 학비에 대한 부담은 없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미정 요즘엔 국가장학금 제도가 잘 되어있어 큰 부담은 없어요. 저 같은 경우엔 등록금이 340만 6천원인데, 국가장학금, 성적장학금을 꾸준히 받아 3년 동안 등록금이 1,000만원도 안 들었어요.


1618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네요.

김영태 맞아요. 요즘 국가장학금이 워낙 잘 돼 있어 전액 감면을 받는 친구들도 꽤 있어요. 우리 과는 학비가 340~350만 원 정도 되는데, 장학금 제도가 다양해 나름 학비 부담 없이 다닐 수 있어요.

최두한 우린 국립대라 등록금은 싼 편이에요. 220만원 정도. 근데 대상이 안 돼 국가장학금을 받고 싶어도 못 받죠. 대신 성적장학금은 받고 있어요.(웃음)


1618 그래도 세 분 다 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니시는 것 같네요.(웃음) 후진학 선택하고 확실히 인생이 달라지긴 했나요?

김미정 전 나이에 맞는 생기발랄함을 되찾은 것 같아요. 후진학 하기 전엔 대학생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가 안 통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대학생의 자유를 흠뻑 느끼고 있어요.(웃음) 예전에 언니, 오빠들이 대학생활을 해야 사회생활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최두한 저도 대학을 오고 나서 목표의식과 도전정신이 생겼어요. 예전엔 공부를 정말 못했는데 대학오고 나선 파워포인트는 식은 죽 먹기고 발명경진대회에 나가 만학도로 은상까지 받았어요. 지금 와서 보니 공부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던거더라고요.


1618 공부를 못 한 게 아니라 안한 거라고요? 확실한가요?(웃음)

김영태 그건 맞아요. 저도 대학에 들어 온 뒤로 ‘꿈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라는 좌우명이 생겼어요. 이전에 꿈은 이루지 못할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에 오고 난 뒤로 꿈은 현실이에요.


1618 재직자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재학 중인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이 전형을 추천해 줄만 한가요?

최두한 대학에 다녀보니 사회생활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많았어요. 전 후진학을 원하는 후배가 있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김영태 재직자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해 공부하면서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저도 제 삶에 만족해서 후배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어요.

김미정 전 남들이 간다고 해서 가는 거라면 반대예요. 단, 대학 생활을 하고 싶거나 대학생활에 미련이 남는다면 지원해도 좋을 것 같아요.


글 황미례 기자 mlhwang@hankyung.com·구은영 인턴기자 eyg0261@hankyung.com